클라우드-빅데이터, 삼성의 쓴맛 체험기

일반입력 :2013/01/08 11:02    수정: 2013/01/08 17:05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한 지금 삼성전자는 두 이슈에서 비켜나 있다. 애플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강의 한국기업은 야심찬 기획 하에 과감한 투자를 했지만 태생적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11년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자 삼성전자에서 유사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S클라우드라 불렸던 프로젝트다. 그러나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사업을 새로 총괄하게 된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은 S클라우드 개발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약 3년전부터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아파치 하둡을 이용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각종 보유 데이터를 분석해보겠다는 시도였다. 100명 이상의 인력을 동원했던 하둡 도입은 결과적으로 좌절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상용 데이터처리 솔루션을 구매해 이 시범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에 대해 삼성전자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는다. 외부에 대강의 내용만 전해진다. 단순히 실패, 좌절로 단정짓고 아까운 돈을 낭비했다고 비난하긴 힘들다. 그러나 외부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시행착오만으로도 IT에 대한 기업의 접근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S클라우드' 저비용 고사양 구조에 표류

2010년이었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는 데이터를 휴대폰에 저장하지 않고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서비스를 검토했다. 삼성전자 기기 구매자에게 일정 용량의 웹스토리지를 무료로 제공해 사진, 동영상, 음악, 문서 등을 저장하게 하자는 구상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젝트를 삼성SDS에 의뢰했다. 삼성전자의 아이디어가 정확히 어떤 형태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지만, 콘텐츠 저장, 공유, 동기화 정도가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이 클라우드 인프라 설계를 의뢰하며 서비스 구축 및 운영에 대한 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로 했다. 단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이용했을 때의 비용보다 적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삼성SDS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개발한 KT 유클라우드 사례를 참고했다. 시트릭스 젠서버 하이퍼바이저와 4천대 규모의 x86서버를 활용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비밀리에 진행되던 이 프로젝트는 애플이 2011년 6월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하면서 삼성의 대항마로 알려졌다. S클라우드란 별칭이 나돌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당시 삼성전자 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이원화돼있었다. 삼성SDS의 자체 클라우드 구축 방안과 삼성전자 MSC 주도의 AWS 이용방안 등이다. 과연 어느 방안이 선택될 것인지도 관심을 끌었다. 확인된 바 없지만 조직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도 돌았다.

2011년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던 삼성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후 작년 소비자가전쇼(CES),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 등을 거치면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중간에 한국HP가 서버, 스토리지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떠들썩한 외부의 관심과 달리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에서 요구한 저비용, 고사양 인프라 서비스 개발에 애를 먹었다. 오픈소스 인프라 구축에 대한 경험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나름대로 자구책을 연구했지만 막대한 투자는 없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HP는 개념검증(POC) 차원에서 인프라를 제공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이후 삼성전자나 삼성SDS에서 각 솔루션업체에 제품 구매의향을 타진한 건 대부분 POC였고, 실제 구매는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홍원표 삼성전자 MSC 사장은 자체 클라우드 개발을 취소하고 '삼성서비스플랫폼(SSP)' 개발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SSP는 스마트폰, TV 별로 떨어져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통합하고,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픈소스 빅데이터 프로젝트, 상용SW로 선회

2010년 중 삼성전자 내부에서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시작됐다. 여러 유형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의미를 찾아보자는 시도였다. 시스템은 오픈소스인 아파치 하둡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기획됐다.

하둡 시스템 구축작업은 30명 규모로 시작됐다. 비정형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이뤄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하둡 프로젝트는 이후 난항을 거듭한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인프라가 수시로 장애를 일으켰고 수집작업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니 원활한 데이터 분석도 힘들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인력을 증원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인력은 2배, 3배 많아졌고 삼성SDS 인력까지 투입돼 작년 100명을 훌쩍 넘겼다. 시스템 수정과 안정화 작업에 수십명이 달려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하둡에 대한 실전 경험이 전무했다. 말그대로 '맨땅에 헤딩하기'로 달려들었던 것이다. 경험없는 상태에서의 하둡 시스템 구축과 운영은 일련의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를 겪게 한다. 장애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인프라 아키텍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장애 지점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스플렁크의 데이터 처리 솔루션을 구매해 그동안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하둡 도입은 시스템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미뤄졌다.

삼성전자가 하둡 프로젝트에 투입한 비용을 정확히 환산하긴 어렵다. 2년 이상 인력을 운영하고 개발환경에 투입한 자금을 환산하면 수백억원대일 것으로 추측된다.

■도전의식은 박수받을 만.... 방향 설정이 문제

IT업계는 삼성전자의 클라우드, 빅데이터 투자에 대해 낭비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굴지의 제조기업이 최신 유행의 IT기술에 과감히 투자했던 것을 호의적으로 바라본다.

반면 프로젝트 진행 단계에서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난항을 겪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클라우드의 경우 애초부터 비용절감을 염두해둔 접근법이 문제를 일으켰다. 선도적인 투자의지에 비해 근본적으로 아낌없이 투자하기 힘든 기획이었다.

관련기사

빅데이터 프로젝트의 경우 2년 간의 시행착오를 상용SW 도입으로 무마시킨 선택이 안타까움을 준다. 국내에 하둡 시스템 전문가가 태부족이란 점에서 오픈소스 하둡에 대한 기술 내재화를 포기한 것으로 비춰지는 탓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에서 삼성전자가 쓴맛을 본 이유는 오픈소스 SW에 대한 잘못된 판단이 컸다라며 기업들은 앞으로 꾸준히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개발환경을 조성해 인력을 육성하고, 기술력을 내재화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