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빅데이터. 빅데이터의 본류인 미국의 경우 내년 이후에 빅데이터가 실험 단계에서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단계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빅데이터가 한국 시장에서도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진 의견이 다수다.
미국은 빅데이터 시장이 본격적인 현업 적용 단계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미국 지디넷은 올해 빅데이터 시장이 테스트 단계였다면, 내년부터 실제 현업 적용단계로 나아갈 것이라 예측했다. 올해의 실험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얼리어답터의 다양한 성공사례가 도출되면서 기업의 CIO뿐 아니라 CEO, CFO, CMO의 주도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후 2014년은 2013년의 프로젝트 성공 후일담과 고객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후발주자들이 빅데이터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업의 빅데이터 프로젝트는 내부 데이터에 대한 마이닝 작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외부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더 광범위한 빅데이터 도입은 2015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의 경우 일반 기업의 빅데이터 도입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 공공영역의 대국민 서비스 강화를 위한 용도로 빅데이터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빅데이터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진행할 뜻을 밝힌 상태며, 정부와 행안부는 핵심 과제 3가지를 선정해 내년부터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독점 시장, 기업의 빅데이터 욕구 없다
최근 기자와 만난 외국계 IT업체의 임원은 “빅데이터는 한국 기업시장에서 그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기업들이 굳이 빅데이터 분석을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뒷받침해줄 기본적인 생산라인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소수의 대형기업이 시장을 분할해 독식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분석이다. 빅데이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려 할 때다. 그런데 한국은 경쟁우위확보에 대한 욕구가 없고 발상을 전환할 필요성조차 못 느낀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는 조직 내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와 조직 외부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두 모은 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새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이다. 가령 웹페이지 접속 로그기록처럼 과거에는 버리고 말았던 데이터 속에서 소비자의 특정한 행태를 발견하고, 그를 상품 개발과 판매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 고객 맞춤형 접근방법을 기본 전제로 하는 상행위다. 경쟁사와 차별화하고, 고객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는 “한국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기업들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차별화하지 않아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며 “현재 상태로도 얼마든지 매출을 거둘 수 있는데, 굳이 빅데이터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재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내 유통되는 생활필수품의 경우 얼핏 종류가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인 제품 간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 용량도 다양하게 나오지 않는다. 소비자는 몇 종류 되지 않는 브랜드 가운데 가격차나 마케팅의 영향으로 생긴 개인적 호감에 따라 상품을 구매한다. 이 때문에 기업은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를 유지해도 현재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그는 “빅데이터는 고객의 요구 수준과 상품 제공자의 제품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할 때 확실한 효과를 낸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작고, 소수 대기업만 존재하는 한국의 소비자는 나오는 대로 사거나 아니면 안쓰는 식이다”라며 “확고부동한 고정적인 소비층이 존재하므로 굳이 빅데이터에 투자해서 새 가치를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만약 어떤 기업이 과감하게 빅데이터 분석을 채택한다고 해도 문제다.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후속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어떤 기업도 제조라인을 고정되지 않은 맞춤식 생산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단시일 내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조급함이 팽배한 현실 속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빅데이터는 요원한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고가의 DW로 빅데이터를 포장하면 필패
빅데이터 솔루션전문업체 관계자는 업계에 통용되는 빅데이터에 대한 잘못된 접근법을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내에 통용되는 빅데이터란 말은 기존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포장만 바꾼 것”이라며 “새로운 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는 확신도 없는데 똑같은 대규모 DW시스템 투자를 또 하라고 하면 어느 기업도 빅데이터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시스템이 과거 DW와 가장 대비되는 지점은 투자대비수익률(ROI)이다. DW는 고가의 고성능 하드웨어와 상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만약 빅데이터의 사상대로 세상의 모든 데이터를 저장해 분석해보겠다고 시도하면 시스템 비용만 상상을 초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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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둡이나 NoSQL의 경우 SW 자체의 가격이 상태적으로 저렴하고, 요구하는 서버와 스토리지의 하드웨어 사양도 높지 않다. 또한 하둡은 규모 확장이 매우 쉽기 때문에 구축 초기 아주 작은 규모로 시작해도 무관하다.
그는 “하둡을 사용하지 않고 빅데이터를 하겠다고 하면 ROI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라며 “미래에 대한 확신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없이 고가의 DW로 빅데이터를 하겠다는 건 하나마나한 일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