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동통신 시장 과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브레이크 없는’ 보조금 과다 투입 경쟁에 대한 제재 및 제도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통신비 인하와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민생경제의 주요 축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불법 보조금을 더 이상 좌시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직접 보조금 과당 경쟁에 대한 제재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통신 시장이 안정화될지 주목된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수석비서관 회의 브리핑을 통해 “최근 이동통신3사의 단말기 보조금 과다 지급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며 “이동통신 시장과열에 따른 제재 및 제도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 과다 지급과 관련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장조사가 이미 실시됐다”며 “결과에 따라 위법성을 검토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금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그것을 적극 추진하도록 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보조금 문제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다뤄진 것 자체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의견이다.
통신사 한 고위임원은 “휴대폰 보조금 문제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논의되고 대변인이 브리핑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최근 이동통신 시장 과열이 지속되는데다 14일부터 순차 영업정지가 끝나고 이통3사의 영업이 재개되는 만큼, 타이밍상 이어지는 보조금 전쟁을 방지키 위한 목적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행보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통신 산업의 주무부처인 미래부의 출범조차 기약이 없는데다, 방통위의 경우 레임덕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가 통신비, 단말기 보조금 등을 서민경제, 창조경제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미래부나 방통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청와대가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가 휴대폰 보조금 문제까지 직접 컨트롤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장은 미래부, 방통위가 업무공백 상태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무부처에 맡겨놓아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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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24일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행위를 이유로 이통3사에 순차 영업정지와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지난 1월7일부터 3월 13일까지 LG유플러스, SK텔레콤, KT 순으로 계속된 영업정지 기간 동안에도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과다 지급하며 가입자 뺏기에 여념이 없었다.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통해 이통3사에 대한 추가제재를 의결키로 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영업정지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보조금 과다 지급 제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당분간 통신시장은 얼어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