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 삼성 “PC용 D램 가격상승 문제 있다”

일반입력 :2013/03/08 15:21    수정: 2013/03/08 18:13

정현정 기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시장 성장하기 때문에 가격 오르고 공급부족이 생기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PC는 수요 자체가 위축돼있는데 PC용 D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부 공급자들이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PC용 D램 가격 상승세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동수 사장은 “PC용 D램 가격이 오르면 부품원가(BOM)가 올라가고 그래서 PC용 메모리 탑재를 줄이면 시장이 위축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면서 “순간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건전한 산업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출시된 윈도8이 PC 수요를 진작시킬 가능성이 없어보이고 인텔이 밀어부쳤던 울트라북이나 MS가 야심차게 만든 서피스 판매량도 시원치 않아 PC 산업 돌파구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그런데도 PC용 D램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주력제품인 DDR3 2Gb 256Mx8 1333MHz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하반월 기준 1.08달러로 지난해 11월 최저가를 기록한 이후 35% 이상 오르며 1달러선을 돌파했다.

전 사장은 이같은 가격 상승세에 대해 일부 공급자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PC용 D램 시장에서 마이크론과 엘피다가 5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SK하이닉스가 30% 가량의 점유율로 뒤를 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이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가 조만간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마이크론과 엘피다가)PC용 D램 시장 점유율이 제일 큰 업체인 만큼 시장에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통제력을 나타나지 않겠느냐”면서 “모바일 D램 생산량이 늘리거나 D램은 엘피다에 맡기고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에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D램 시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모바일용 D램 공급부족 현상이 세트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생기는 가수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 사장은 “3위권 진영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부품 공급망에도 엄청난 수요를 뿌리고 있다”면서 “모바일 D램의 경우 가수요가 공급부족으로 나타날 수 있어 위험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 소비자가 이같은 수요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결국 재고로 남고 공급과잉이 돼서 가격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다. PC용 D램과 모바일 산업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는 “PC 시절에는 A회사에 팔지 못하면 B회사에 팔아도 되고 C회사에 팔아도 되기 때문에 가수요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휴대폰용 메모리는 고객사 맞춤형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특정 회사에 팔려고 했던 제품을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없다”면서 “또 PC의 경우 가격이 올라가면 메모리 용량을 줄일 수 있어 자율보정이 가능했지만 스마트폰은 메모리 가격이 올라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용량을 줄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동수 사장은 2분기 쏟아지는 스마트폰 공급량을 시장에서 얼마나 소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하반기 D램 시장 수급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분기 스마트폰이 생각만큼 팔리지 않으면 3분기부터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이에 따라 세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시장에서 이전투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모바일 D램 시장도 2분기까지는 안정적으로 정체되다가 3분기부터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 역시 이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예년과 달리 올해 설비투자(CAPEX) 계획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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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장은 “시장 가수요를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다”면서 “6~8개월 정도 걸리던 투자에 대한 리드타임이 최근 4개월 이내로 줄어든 만큼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동수 사장은 이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2013년도 정기총회에서 제 8대 협회장으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