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 기술, 내 제품의 가치를 창조하고 시장 크기를 어떻게 더 키우느냐가 관건이다. PC중심 산업이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반도체산업협회 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메모리 시장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메모리는 엘피다 법정관리 신청 등 경쟁사에 신경 쓰는 대신 산업 환경 변화 적응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모바일 환경변화에 역량 집중해야”
전 사장은 “엘피다가 저 정도면 타이완 D램업체는 더하다”며 “외부보다 내부 문제가 더 크다”며 핵심역량을 모바일 환경변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 사장은 “모바일 시대에는 종합 반도체업체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D램, 낸드플래시 제품을 모두 갖고 있는 업체가 양쪽의 역량을 결집해 고객사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쉽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가 모두 들어가는데 PC 시대와는 다르다. PC는 업체별로 메모리 용량, 사양 등이 유사했다면 모바일 업체는 D램, 낸드플래시 양쪽을 모두 필요로 하면서 용량에서부터 심지어는 메모리 크기까지 요구사양이 판이하다.
이 경우 모바일D램, 낸드플래시 한쪽에만 치우친 업체는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종합반도체 업체로 D램, 낸드플래시 양쪽 시장에서 확고한 1위 입지를 다진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장에서의 메모리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다.
전 사장은 “낸드플래시만하는 도시바는 모바일 D램을 사와야하고 마이크론도 모바일D램으로 이동하며 뉴모닉스를 지난해 초 인수했다”며 “마이크론이나 도시바 등이 모두 모바일D램을 탐낼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다가 한때 모바일D램 시장 강자였던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인수 가능성도 제기했다.
■“윈도8 출시 영향, 과거와 달라졌다”
전 사장은 엘피다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정부, 채권단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지만 “엘피다 D램이 도시바나 마이크론과 결합됐을 때는 강한 경쟁자가 생기는 꼴이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이어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 양산 확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 사장은 “16라인이 신규라인이라 이를 먼저 채울 것”이라며 “중국 공장은 중장기 게획으로 충분히 사업가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두를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6라인 중국공장에 대해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 정부와도 아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시황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전 사장은 “예측 가능했던 시황이 불확실하게 바뀌었다”며 “지난해 초에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태국 홍수가 날지 누가 알았겠냐”고 답했다.
전 사장은 “모바일 시대는 애플, 삼성전자 등 일부업체만이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승자독식의 시대”라며 “윤곽만 정해놓고 상황에 따라 투자를 시기적절하게 바꾸면서 조직이 융통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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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장은 “모바일 시장의 유동성은 생각보다 심하다”며 “태블릿 시장은 노트북 시장을 공략하고 노트북 업체는 울트라북으로 방어를 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종합메모리 업체라는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속도전을 벌일 계획이다.
전 사장은 모바일 시대의 가치창조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윈도8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신규 운영체제(OS)가 나오면 메모리 시장이 커졌지만 윈도8은 과거와 달리 메모리 시장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새로 나오는 OS에 가치를 더하고 시장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