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인치 갤럭시는 스마트폰, 7~8인치 갤럭시는 태블릿?
화면 커진 스마트폰 '패블릿'이 태블릿을 위협한다. 태블릿과 패블릿이 올해 큰 폭의 성장을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카테고리 차별화를 고심중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5인치 갤럭시S4와 6인치 갤럭시노트3, 8인치 갤럭시노트8.0을 모두 출시한다. 갤럭시 시리즈가 '1인치' 화면 크기별로 출시되는 셈이다.
가장 먼저 공개된 제품은 갤럭시노트8.0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3'을 통해 공개됐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갤럭시노트8.0을 필두로 다양한 태블릿 라인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 말하며 인치별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업계 관심은 자연스레 갤럭시노트8.0으로 쏠렸다. 막상 밝혀진 갤럭시노트8.0의 사양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잘 나온 제품이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보여주던 '최고 사양'은 아니었다. 쿼드코어, 2기가바이트(GB) 메모리에 1280x800 해상도 디스플레이는 그간 출시된 태블릿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갤럭시노트8.0의 사양엔 삼성전자의 고민이 숨어있다. 갤럭시노트8.0은 출시와 동시에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10.1과 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화면 크기의 제품이 순차 출시될 경우, 제품간 시장 잠식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0에 '친구들에 피해주지 않기' 전략을 녹였다. 고사양 모바일 기기를 선호하는 수요는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를, PC 수준 고사양을 원하는 수요는 갤럭시노트10.1과 아티브 스마트PC를 선택하도록 했다. 갤럭시노트8.0은 그 사이에서 적당한 성능과 가격, 크기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애플 아이패드 미니도 유사한 사례다. 8인치로 화면이 작아진 아이패드 미니는 저렴한 가격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함께 발매된 레티나 아이패드의 판매량을 압도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시장의 압박 때문이다. 구글 넥서스7, 아마존 킨들파이어 등은 모두 7인치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성장시킨 1등 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애플이 태블릿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미니' 출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8인치 태블릿의 줄타기는 시장을 바라보는 IT 제조업체들의 속내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장은 분명 커지고 있는데 이 폭발적 성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6인치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 소비자들이 1~2인치 더 큰 태블릿을 구매하려 지갑을 두 번 열 가능성은 줄어든다.
제조업체들이 7~8인치 태블릿에 전화 기능을 도입하는 것도 태블릿의 생존 여부를 놓고 벌이는 시험이다. 스마트폰에서도 데이터 사용이 늘어감에 따라 패블릿과 태블릿이 점점 닮아가는 상황에 놓였다.
관련기사
- "태블릿 대세라더니..." 한국 오히려 줄었다2013.03.08
- [MWC 2013]레노버도 7인치...태블릿 시장 '격돌'2013.03.08
- [MWC 2013]삼성 태블릿 총력…“3천300만대 판매”2013.03.08
- 삼성, 넥서스7 겨냥 저가 태블릿 준비?2013.03.08
업계 전문가들은 태블릿이 생존하기 위해선 '사용성'을 강하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구매해도 스마트폰과 중첩돼 딱히 쓸곳이 없는 애매모호한 제품이 되면, 그간 태블릿 열풍은 한 시대 유행에 불과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이 계속해 성장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오지만,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태블릿이 소비자들에 확실하게 존재감을 가져다주지 못하면 스마트폰이나 PC 양쪽 어딘가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