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 충돌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래부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고,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대응했다. 그 동안 여야간 입장 차이로 수차례 협상이 결렬된 상황이라, 향후 미래부 설립은 여권의 초강수 내지는 합의 무산에 따른 장기표류 가능성이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부 출범 일주일이 지났지만 정보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심각한 국정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에 앞서 김종훈 미래부 장관 내정자가 사의를 밝힌 데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미래부)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우려하는 방송장악은 할 의도도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서 야당의 대표적 사항을 많이 받아들인 결과 정부조직 원안이 수정됐고 본질적인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이것이 빠진 미래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담화 내용에 대해 민주당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맞대응 했다. 민주당 측은 국회에서 여야가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담화는 협상타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고집으로 그 동안 이룬 합의도 의미 없어졌다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문희상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진정으로 여야의 상생정치를 바란다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길 바란다. 원안고수라는 억지를 버리고 국회 합의안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도 지난 5년간 국민을 괴롭힌 오만과 독선의 일방통행이 되풀이 되는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여당 단독 처리 가능성 대두...5월까지 표류할 수도
이에 따라 미래부의 미래는 그야말로 안개 속에 빠졌다. 여야의 반복된 협상결렬에 따른 수차례의 처리 지연 상황에서, 청와대와 야당 수장이 극명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기 때문에 국회에서의 정상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오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는 늦으면 5월까지도 내각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채 국정이 표류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이 임시국회를 열어 이를 단독 처리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단독처리에 대한 강경 입장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하나를 두고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은 부담이다. 이 사안 만을 가지고 국회가 소집될 가능성도 있지만 여야 합의가 전제되기 때문에 역시 장기전이 예상된다. 4월 임시국회 회기(30일)에 처리된다 해도 5월 초에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2~3개월이 더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 정부는 경제정책을 이끌 핵심 부처가 없는 상황이 이어져 심각한 국정 공백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내건 ICT 융합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 및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로드맵이 수개월 내지 1년 가까이 지연될 수 있다.
미래부는 방송통신 산업을 담당했던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 분야를 전담했던 교육과학기술부, 소프트웨어산업 진흥을 담당했던 지식경제부, 문화콘텐츠를 담당했던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기능을 통합하게 될 부처다. 정부조직법 개편이 정상 처리된다고 해도 이를 통합운영하는 데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회 통과의 3개월 지연은 그 이상의 파급력을 갖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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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김종훈 장관 내정자가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새로운 후보자 발굴과 이에 따른 청문 절차도 한층 까다로워 질 수 있다. 정치권 인사를 배제한 실무 인사도 빛을 바랬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실체도 없이 정치적 논란에만 휩싸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장관 후보자를 새로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텐데 한시 빨리 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