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사퇴에 ICT 관련 업계 및 학계가 일제히 탄식을 쏟아냈다. 과학기술과 ICT 양측의 균형 잡힌 인물이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출범 지연에 대한 우려도 더욱 높아졌다.
김종훈 내정자는 4일 오전 9시경 국회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날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 무산을 보면서 답답한 심정”이라며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에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제가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했던 마음 지켜내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희준 ICT대연합 운영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은 “안타깝다”며 “본인으로서도 큰 결심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내정자 입장에서는 미래부에 많은 힘이 실리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이왕 장관으로 내정된 것 뜻을 관철하도록 노력해줬으면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 역시 “김 내정자가 ICT와 과학기술을 모두 아는 역량 있는 분이고 세계무대에서 검증된 인재인 것은 사실”이라며 “개인의 귀책사유와 별개로 이러한 인재를 써보지도 못하고 낙마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내정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볼 플레이그라운드조차 주어지지 못한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하거나 장관으로서 일을 해보지도 못하고 기회 자체가 상실된 것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문형남 ICT대연합 사무총장(숙명여대 교수)도 “(김 내정자가) 의외의 인물이기는 했지만 과학기술과 ICT 양측 모두에서 봤을 때 균형 잡힌 인물이었다”며 “보통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 된 인선이었다는 평가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김 내정자는 대통령의 강력한 관심과 지원, 우리 사회가 가진 혁신 잠재력을 보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조직법이 국회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며 본인이 비전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했던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인해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 자체가 지연된 것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새로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 역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문 교수는 “청와대 입장에서도 새로운 장관 내정자를 지명하기에 힘들 것”이라며 “빨리 국회서 정부조직개편안도 타결되고 해야 할 텐데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동욱 원장도 “지난달 25일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기존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이라며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데 대해서는 여야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언론 등이 모두 책임이 있고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방송업계, 정치적 이슈에 앞서 사업자 봐주길...
미래부 설립 논란 한 가운데 서있는 방송업계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부담 탓에 난처한 입장에 있으면서도, 산업 진흥과 관련해 사업자의 입장을 고려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지금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방송의 공공성 문제인데 사실 여기서 케이블, 위성, IPTV 사업자들은 비껴나 있다”며 “어쨌든 공정성을 이유로 방통위에 방송 업무가 남아야 한다면 동일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하는 IPTV나 SO들은 같이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든 방통위든 한 곳에서의 관리가 필요하고 진흥과 규제는 절대 분리되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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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측 관계자 역시 “솔직히 방송 이관 업무가 이렇게까지 첨예하게 대립할 사안인가 의문이다”라며 “IPTV는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제외한 나머지는 미래부 이관으로 양보하겠다는데 이해당사자인 사업자 이야기는 배제한 것이다. 결국 실체는 없이 정치적 논란에만 휩싸여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상파의 경우, 각 부서 별로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채널 관점에서 공정성 이유로 방통위에 남길 원하지만 지상파에서도 N스크린 등 신규 뉴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어 방통위에 남을 경우 이에 대한 연구 지원 받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