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복잡성을 고려한 공급망관리 전략

일반입력 :2013/03/04 08:38

김동환 자이오넥스 경영전략팀장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 기업의 경쟁 수준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객 니즈와 시장 수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제품이 다양해 지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된다. 그런데 공급망 파트너들은 전 세계에 분산돼 있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자들은 결코 쉽지 않는 공급망 이슈에 직면해 있다.

애플의 경영 방식과 관련해 특히 공급망관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스티브 잡스는 후임 CEO가 갖추어야 하는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를 공급망관리 능력으로 보고 SCM 전문가인 팀 쿡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이러한 기대를 잘 알고 있었던 팀 쿡은 2007년 애플에 합류한 직후 가장 먼저 공급망 단순화 작업에 착수했다. 100개가 넘던 부품 공급업체의 수를 20여개로 축소시켰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에 대한 통제의 효율성을 높였다. 글로벌 IT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발표하는 Supply Chain Top 25 리스트에서 애플은 최근 3년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공통적으로 대두되는 기업 공급망관리의 이슈는 ‘복잡성(complexity)’이다. 공급망 복잡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경쟁 우위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공급망 복잡성

공급망 복잡성(Supply Chain Complexity)이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해당 제조기업이 속한 공급망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와 프로세스들이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역동적인 복잡성의 수준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효율적인 논의를 위해 특정 제조 기업의 공장으로 범위를 한정해, 공급망 복잡성이 제조 공장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제조 공장을 기준으로 공급망 복잡성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공장 자체의 제조 복잡성, 공급 관점의 복잡성, 그리고 수요 관점의 복잡성이 그것이다.

공장 자체의 제조 복잡성(Internal Manufacturing Complexity)은 생산하는 제품의 수,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 생산 스케쥴링(scheduling)의 안정성 정도, 그리고 소량의 배치(batch) 생산 등이 해당된다.

공급 관점의 복잡성(Upstream Complexity)은 공급업체의 수, 신뢰하기 어려운 또는 오랜 시간을 요하는 공급업체의 리드타임, 그리고 공급업체의 글로벌화 등을 의미한다.

수요 관점의 복잡성(Downstream Complexity)은 고객의 수, 고객들의 각기 다른 니즈의 정도, 그리고 단축된 제품생애주기 등을 포함한다.

■생산성 저하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공급망 복잡성은 해당 기업의 공장 직원들이 전반적인 생산 계획 활동을 하는데 더 많은 자원의 투입을 증가시킴으로써 제조 비용의 상승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생산 계획의 효과성이 감소됨에 따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자연스레 재고량을 증가시키는 등 예측하지 못한 혼란을 야기시켜 안정적인 생산 스케줄링을 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공급망 복잡성의 3가지 분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공장 자체의 제조 복잡성의 경우 더욱 늘어난 제품의 수와 부품의 수 그리고 복잡해진 제조 프로세스는 공장의 제조 활동의 규모와 범위를 증가시킴으로써 비용 상승의 핵심 요인이 된다. 또한, 공장의 능력과 시장 수요 사이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맞추기 위한 안정적인 생산 스케줄링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다음으로, 비용의 상승과 불안정해진 생산 스케쥴링 이라는 결과는 공급 관점의 복잡성에도 해당된다. 공장의 구매 및 자재 관리 활동의 규모가 증가하게 되고 전 세계 각지에 분산된 공급업체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하는 활동은 리드타임을 길게 만들어 결국 공장의 전반적인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마지막으로, 수요 관점의 복잡성은 더욱 많아진 고객의 수와 고객마다의 서로 다른 니즈의 증가로 인해 수요의 변동성이 상승한 결과 효과적인 비용 관리 및 생산 스케줄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복잡성 대응 방안

이러한 공급망 복잡성의 위험을 줄이고자 많은 기업들에서는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린(lean) 제조 기반의 생산 시스템 단순화를 도입하고 최신 정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제조 프로세스의 도입과 공용 부품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맞춤 제품 디자인의 수를 제한하는 등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자들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은, 공급망 복잡성이 그 모든 원천을 제거하거나 최소화 시켜야만 하는 나쁜 대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급 관점의 복잡성과 관련해 어떠한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얻게 되는 이점과 손실을 한 번 생각해 보겠다.

복잡성을 줄인다는 관점에서 공급업체의 수를 대폭 줄였을 경우 이들 기업들을 관리하고 거래하는 비용이 절감되고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소수 공급기업에 많은 물량을 집중시킴으로써 구매 단가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과의 거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커다란 구매 위험과 마주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또한 공급기업 간 담합의 위험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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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공급업체의 수를 늘려 복잡성을 증가시켰을 경우, 몇몇 공급업체들로부터 원재료 납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신속하게 다른 공급기업에 대체 발주를 해 구매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소수 공급기업의 독과점을 예방하고 공급자간 경쟁을 유발해 품질 수준을 상승시키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다. 소수 기업과의 구매 거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혁신의 기회를 잡게 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이렇듯 현재 자신이 속한 기업에서 공급망 복잡성을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면 이러한 결정이 생산 활동의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각자의 기업이 속한 경쟁 구조와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선택 가능한 공급망 관리 전략들이 구체적으로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이해득실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