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ICT 김종훈 카드 활용법은

일반입력 :2013/02/18 12:42    수정: 2013/02/18 16:58

김효정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로서는 잘 된 일이다.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에서 고대했던 ICT 전담부처 설립이 무산되고, 미래창조과학부 내 ICT차관제가 결정됐다. 업계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지난 17일 미래부 장관 내정자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깜짝 내정됐다. 정치적 이슈를 제외한다면, 박근혜 정부 내각의 핵심인 부처 수장에 IT전문가가 내정된 것은 향후 ICT 산업정책에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김종훈 사장의 미래부 장관 내정 소식에 ICT업계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창투사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엠벤처투자, 에이티넘인베스트, 대성창투 등 창투사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IT 벤처들도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알카텔 측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내 IT업체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김 내정자가 과거에 일군 벤처신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미국 이민 1.5세대로 지난 1992년 미국에서 벤처기업 유리시스템즈를 설립했고, 1998년에는 당시 전통적인 통신장비업계의 강자인 루슨트테크놀로지(현 알카텔-루슨트)에 이를 매각해 11억달러(한화 약 1조1천9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넘겼다. 당시 5억1천만달러의 지분을 받은 그는 38살의 나이에 미국 40세 이하 부자 4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김 내정자는 벨연구소에서 자신의 경험을 십분 활용한 벤처팀을 만들어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신화를 경험한 그의 실전 노하우가 빛을 봤고, 그 노하우를 이제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일 차례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우리나라의 ICT산업은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IT관련 각종 지표가 떨어지면서 'IT강국 코리아'의 위상도 실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IT 벤처가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자조섞인 한숨도 만연했다.

IT산업은 우리나라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올해 국내 IT산업생산은 전년대비 3.7% 증가한 344조원, IT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스마트패드, 2차전지, 디지털TV 등 주력제품의 호조세로 전년대비 6.3% 증가한 1천662억달러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IT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산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소프트웨어(SW) 분야를 키워야 한다. 그 시작은 국내 IT벤처들을 키우는 것이다. 휴대폰, TV,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비해 SW 분야가 취약한 구조에서 소셜네트워크,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플랫폼 등 경쟁력 있는 SW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다.

김 내정자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을 가졌다. 그리고 ICT 산업 부흥에 대한 의지와 감각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직 경험자가 아니기에 새로운 도전에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ICT 스마트 생태계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존의 판을 바꾸는 것이라며 김 내정자가 기술적 지식과 신기술 개발에 친숙해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도전적 과제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내정자와) 친분이 깊지는 않지만 혁신적인 인물이라고 알고 있다며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추진한다면 답보상태에 있는 연구분야나 벤처기업 활성화 등 ICT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김 내정자가 넘어야 할 산이 낮지는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거대 규모의 신설 부처를 잘 이끌 수 있을지 그 리더십은 검증이 안된 상태다. 일반 기업과 미국 생활에 익숙한 그가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를 이해하고 통솔하는 것이 산업 활성화 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미래부를 중심으로 차기 정권 승부수를 띄웠고, 그 적임자로 김 내정자를 선택했기에 새 정부 초기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 및 ICT 융합기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창조 경제론을 이끌 수장에 따라 새 정부의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 내정자에게 단기적 성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혁신과 도전을 키워드로 삼아온 벤처기업가 출신에게 정권 차원의 단기성 성과를 기대한다면 창조 경제론은 보여주기식 공약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안으로는 조직을 장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밖으로는 통신사, 대기업, 벤처기업, 과학기술계 등과 소통하며 장기적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부라는 새로운 실험에 우리나라 ICT산업의 명운도 달렸다. 그리고 깜짝 인사로 내정된 장관 후보자도 막대한 사명감을 안고 이 도전에 응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던져진 주사위를 다시 주워담는 것은 쉽지 않다. 김 내정자의 혁신성과 경험, 그리고 벤처신화 DNA의 100% 활용은 새 정부와 새 조직,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업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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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내정자는 미래부 장관후보자 지명소감에서 과학기술과 ICT를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경제가 지속성장해 나가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당 기간 장관급 인사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ICT 친화적 멘트도 언급했다.

SW와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많이 나오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좋은 일자리를 주는 것이 창조경제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