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코너]하늘을 나는 그림...TV의 발명 ㉗AT&T의 위협

일반입력 :2013/02/23 06:42    수정: 2014/04/28 18:34

이재구 기자

31■AT&T의 등장, 그리고 이미지 오디콘의 개발

TV시장을 둘러싼 기류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TV에 앞서 라디오를 생산하고 있는 판즈워스를 압박하는 기업은 RCA만이 아니었다. 또다른 통신공룡 AT&T의 등장이 그것이었다.

FCC는 이 회사가 자체개발한 기술을 이용한 TV실험방송을 할 수 있도록 임시허가를 내 주었다. 실험은 뉴욕에서 필라델피아까지에 걸친 동축 케이블(coaxial cable) TV실험이었다. 하나의 도체가 가늘고 유연한 동축 튜브의 중심을 뚫고 지나가는 구조였다.

이 기술개발로 AT&T는 스스로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완벽한 위치에 서게 됐다.

감독 규제기관인 FCC도 가만히 팔짱만 끼고만 있지는 않았다. 통신업계의 거인 AT&T가 유선전화에서처럼 텔레비전에서도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우려했고 이는 은밀한 조사활동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AT&T와 RCA 간에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두 회사의 비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은 이렇게 요약됐다.

‘AT&T는 라디오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이상 모든 RCA 라디오특허를 사용할 수 있으며, RCA역시 전화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한 모든 AT&T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

1930년 대 초에 체결된 이들의 계약은 이른 바 라디오트러스트(The Radio Trust)로 알려진 악명높은 것이었다. 1932년 미국 법원이 이들에게 반독점법위반에 따른 양보명령(consent decree)권을 내렸고 이들은 이를 수용, 특허제공 조건을 완화시키면서 제재가 마무리됐다.

이제 텔레비전 시대을 앞두고 두 회사간 크로스라이선스를 첨단분야로 업데이트하는 일은 텔레비전산업에서도 특허로열티를 받고 싶었던 사노프에게 더할 나위없이 중요했다.

라디오에 이어 텔레비전을 만들 때 RCA의 기술특허는 물론 방송특허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떤 방송도 수신할 수 없게 된다면 이 얼마나 멋질 것인가!

하지만 두 회사가 법원의 명령에 사인하면서 두회사의 동맹은 굳건히 지속되는 듯 싶었지만 한가지 빼먹은 것이 있었다.

이전에 맺은 두회사 간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은 오디오(라디오세트 제조관련특허)에 한했고 어떤 텔레비전 특허를 어느 회사가 사용해야 하는지를 적시한 바 없었다. 따라서 RCA가 TV특허를 갖고 있지않은 상황에서 누구든 AT&T의 TV기술을 갖다 쓸 수 있는 길이 열려있었다.

AT&T는 이미 케이블을 통해 TV를 전송시킬 동축케이블 전송 기술을 갖고 있었다. 이 기술은 당장 유선전화라는 황금시장을 갖고 있는 통신회사 AT&T에겐 급한 기술이 아니었다.

반면 기존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에 TV기술까지 포함시켜 나가려던 RCA에겐 이 기술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그 크로스라이선스 업데이트의 대전제인 RCA의 독자적 TV방송 송수신 관련 특허기술은 판즈워스에게 있었다.

1937년 중반에 RCA와 판즈워스와의 특허소송은 지겹고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었고 . RCA는 여전히 독자적 TV관련 특허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밀리에 RCA-AT&T간 텔레비전 크로스라이선싱 합의를 통해 이같은 거대구상을 완성하려던 사노프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었다.

RCA가 주장하는 TV기술 확보는 소송의 패배로 이어지면서 더욱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

RCA 대 판즈워스 소송에서 즈보리킨은 아이코노스코프 기술개발의 기원을 이전의 기술이 출원된 1923년도라고 소장에 적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기술이 ‘판즈워스 기술보다 앞서 개발해 출원됐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불행히도 미국특허청은 즈보리킨이 출원한 1923년 당시 출원기술과 아이코노스코프 기술을 다른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이후 나온 아이코노프스코프 기술은 1930년에 출원한 판즈워스 특허보다도 뒤진다고 판시했다.

소송이 길어지는 가운데 RCA가 항소에서 이기더라도 특허만료 시효는 고작 2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까지 왔다.

더욱 더 RCA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즈보리킨의 아이코노스코프 성능이 사내 연구원들에게조차도 악평을 받았다는 점이었다.

노이즈도 그렇지만 영상에 그림자가 생겨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있어야지...

아이코노스프로 방송신호를 수신할 때 나타나는 노이즈는 엔지니어들에게 많은 필터링작업을 요구했고, 영상에 그림자가 생기는 것은 그들에게 끝없는 불평거리를 만들어주었다. 1937년 초. RCA이사회는 필라델피아 캠든의 RCA연구소로부터 일부 연구원들이 이사회에 보다 깨끗하고 선명한 새롭게 디자인한 촬상관을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법무팀은 이사회에 앞서 사노프RCA부사장에게 이 개발품은 RCA의 독자적 고안품이라고 재확인해 주었다.

그리고 즉각 특허를 출원하라고 권고했다. 새로운 발명품은 이미지오디콘(Image Orthicon)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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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촬상관으로 찍은 TV와 방송을 오는 1939년 4월30일 열릴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일반에 공개할 겁니다.

자신감을 얻은 데이비드 사노프는 이사회에서 이렇게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