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송주영 기자>ID카드를 대면 바깥쪽 무거운 철문이 열린다. 철문 안쪽에는 두 번째 유리문이 자리했다. 이 문은 홍채인식을 통해 출입이 통제된다. 홍채로 출입자임을 인증하면 문이 열리지만 출입을 위한 과정은 끝이 아니다.
유리문 안의 시스템이 출입자의 신장과 몸무게를 잰다. 신체 치수까지 모두 확인되면 마침내 데이터센터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보안체계다. LG CNS의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얘기다.
지난 15일 부산에 새로 마련된 LG CNS 글로벌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찾았다. 이 곳은 LG CNS가 인천, 서울 상암, 가산센터에 이어 4번째로 마련한 데이터센터다. 4군데 데이터센터를 합하면 축구장 16개 규모다. LG CNS는 마지막으로 마련한 이 곳 부산센터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글로벌데이터센터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출입장면은 중앙의 통합보안관제센터에서 통제된다. 이 곳 중앙 센터에서 사람이 들어오고 나서 나갈 때까지의 동선은 모두 한 눈에 관리된다. 외부에서는 적외선 센서가 사람의 동선을 감지한다. ■부산 데이터센터 면진시설까지 갖춰
LG CNS는 최첨단 보안장비를 넘어 면진시설까지 구축했다. 지난해 3만2천㎡, 지상 5층 규모로 부산지 미음지구에 준공이 완료된 LG CNS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최첨단 설비’로 무장했다.
건물을 떠받치는 96개의 철골 기둥머리 부분에는 2m 길이의 고무로 만든 면진장치 댐퍼를 부착했다. 지진이 일어나면 이 고무기둥은 움직이지만 지상의 건물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구조다. 리히터 강도 8.0까지 지진이 일어나 지면이 마구 흔들려도 5층 높이의 건물은 끄덕없다. 건물 전체가 지면에 떠 있는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반의 충격에도 건물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해수면보다 6m 높은 곳에 위치해 쓴나미가 몰려와도 견딜 수 있다.
건물만이 아니다. 통신 케이블도 매립하는 대신 철선을 달아 지면 위에 떠 있다. 각종 전력선 등 케이블도 아래 바퀴를 달아 움직임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했다.
김황기 LG CNS 솔루션 사업본부 부장은 “부산은 지진 안전지대지만 면진설비를 통해 지진이 일어나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공사비는 일반 설계 대비 10% 가량이 더 들었지만 일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면진설비를 갖췄다. 일본 기업은 지난 2011년 대지진 후 지진안전지대를 찾아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려는 요구가 높아졌다. 부산은 지진안전지대지만 지진에 민감한 일본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아예 첨단 인프라를 도입했다.
계단도 난간도 모두 지하층과 지상층이 분리됐다. 지하는 아예 면진 설비, 일부 케이블 외에는 별도의 시설을 두지 않았다.
■일본기업 LG CNS 데이터센터 관심
실제로 부산 데이터센터에는 일본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지진에도 안전하기 때문이다.
손준배 LG CNS 아웃소싱사업부 상무는 “현재 일본 기업 2군데를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일본 고객 중심으로 20군데 기업과 입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CNS 부산 데이터센터의 또 다른 특징은 외기를 이용한 서버 쿨링 시스템이다. 부산 데이터센터는 1~5월, 10~12월 동안은 외기 냉각만으로 쿨링을 하도록 설계했다. 서버의 아래쪽과 건물 중앙에 공간을 두는 구조다. 빈 공간에 차가운 공기가 유입돼 서버에 공급을 하고 뜨거워진 공기 역시 다시 이 곳으로 유입돼 외부의 공기와 섞여 굴뚝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간다.
6~9월에는 빙축열과 냉동기가 혼합돼 운영된다. 김황기 LG CNS 시스템기술담당 부장은 “여름에는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값싼 심야시간을 이용해 130만개의 얼음을 얼린다”고 설명했다. 낮에 이 얼음이 녹으며 발생하는 차가운 공기가 서버를 식혀준다. 이밖에 터보 냉동기도 백업용으로 준비됐다.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 센터 마련
데이터센터 외부에는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도 마련됐다.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다.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는 모듈형으로 상대적으로 건물 내 입주하는 데이터센터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LG CNS는 2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있다.
김 부장은 “부산 미음지구는 13만㎡ 규모의 LG CNS 데이터센터용 부지가 마련됐다”며 “수요가 늘면 이 부지를 이용해 빠르게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를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컨테이너 데이터센터는 LG CNS가 시범용으로 내부 설비를 적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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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는 이 센터를 아태지역의 데이터센터 허브로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는 일본기업 2군데를 비롯해 카카오톡, LG그룹사 일부가 입주했다. 준공 2개월째로 현재 가동률은 15% 수준이다.
손 상무는 “최근 아태지역에서는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타이완 등이 데이터센터 입주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며 “부산 지역은 일본과도 가깝고 공항, 항만과도 인접해 있고 우수한 기술인력까지 있어 글로벌 IT허브로의 도약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