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 전 출시된 게임들이 모바일 버전의 새옷을 갈아입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성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터치스크린 속으로 들어오면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다이남코 미국 법인이 휴대용 오락기 다마고치 콘텐츠를 안드로이드 버전 앱으로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한국 애플 앱스토어에선 2주에 걸쳐 마이크로소프트(MS) 구 운영체제 도스(DOS) 기반 게임을 iOS 앱으로 옮긴 아이도스(iDOS)가 다운로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스마트폰이 게임 역사를 다시 쓰는 모양새다. 모바일 게임은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 운영체제 위에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실행되고, 각종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된다. 이는 콘솔 비디오 게임이나 PC 온라인 게임, 웹 게임과 달리 제작과 배급이 간소하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 최대 게임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처음 선보인 모바일 게임도 고전 아타리 게임 가운데 하나인 ‘피트폴(Pitfall)’이다. 이 게임은 국내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윈드러너 for Kakao’나 세계적인 흥행 게임 ‘템플런’ 시리즈의 원조격으로 불린다. 액티비전의 모바일 처녀작을 이처럼 고전 게임으로 결정한 이유는 옛 게임들이 익숙한 콘텐츠를 품고서도 어렵지 않게 스마트폰 수준의 연산 능력에서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다마고치는 지난 1996년 등장,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고 놀아주기도 하는 이른바 디지털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임이다. 당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삐삐(무선호출기) 정도의 크기로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됐다.
이 게임기는 국내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997년 일부 학교가 교내 휴대 금지령을 내릴 만큼 지난해 애니팡이 몰고 온 사회문화현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구글 플레이에 무료로 출시될 다마고치 앱의 정식명칭은 ‘다마고치 라이프(Tamagochi L.i.f.e)’다. 라이프는 ‘사랑은 어디서나 즐겁다(love is fun everywhere)’는 뜻의 문장에 쓰인 단어 첫 알파벳을 모은 것이다.
이 소식을 보도한 외신 슬래시기어는 “예전처럼 배터리를 갈아줄 필요는 없지만, 2013년이 돼서도 이전처럼 똑같이 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도스도 다마고치 앱과 같이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게임을 앱으로 옮겨온 것이다. 오히려 아이도스에 탑재된 미니 게임들은 다마고치보다 오래된 것이다. MS-DOS 시절에 나온 게임들로 그만큼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도스 앱 내에는 ‘프린세스메이커2’, ‘창세기전2’와 같은 게임이 담겨있다. 게임 콘텐츠가 자극하는 아련한 추억만큼이나 예전 DOS 명령어를 사용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또 가상화면으로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화면이 작은 아이폰보다는 아이패드에 유리하다.
앱을 실행한 뒤 앱 내부 자체 스토어에 있는 게임을 무료로 설치하면 된다. 왼쪽 최상단에 위치한 게임은 FPS 장르의 시초로 불리는 ‘울펜스타인 3D'. 당시 2차원적인 그래픽에 앞뒤나 좌우로 시점을 옮기는 것도 게임 타이틀에 3D를 붙였던 것을 떠올리는 것도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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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스는 지난 2011년에도 출시됐던 앱이지만 이번에 새로 나온 것이다. 이 앱이 다시 사라질지는 모르지만 유사한 형태의 앱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저작자가 저작권을 계속 주장하는 게임이 아니라면 예전 게임의 모바일 버전으로 다시 태어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실제 각종 오픈마켓에 너구리 게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