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아이태니엄 버리나…'32nm 공정 유지'

일반입력 :2013/02/15 08:23    수정: 2013/02/15 10:01

인텔이 내년 선보일 차세대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킷슨'에 22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고객의 요구때문에 현 모델인 '폴슨'과 같은 32나노미터 공정을 유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또한 폴슨 출시 당시 강조했던 제온 E7과 아이태니엄 사이의 범용소켓 사용 역시 불가능해졌다.

인텔은 지난달 31일 홈페이지를 통해 차세대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인 킷슨은 32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될 것이고, 아이태니엄 9300/9500과 소켓이 호환될 것일고 공지했다.

인텔은 고객에게 성능개선과 함께 투자보호와 현재 사용제품의 단절없는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10년 가까이 언급해온 모듈러 개발모델 계획도 재평가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듈러 개발 모델이란, x86 제온 프로세서와 아이태니엄 프로세서 등 이기종 플랫폼에서 범용의 소켓과 메인보드,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인텔의 갑작스러운 공지에 외신들은 '아이태니엄의 성능개선은 끝났다'는 반응을 보였다.

32나노미터 공정을 유지한다는 건 현재 모델보다 더 많은 트랜지스터와 캐시메모리를 집어넣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클럭속도 개선과 전반적인 처리속도 개선이 크게 이뤄지지 않을 소지를 내포한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줄어들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구성요소를 넣을 수 있다. 전반적인 칩의 성능을 높이고, 전력소모를 줄이거나 신기능을 삽입하는 게 가능해진다.

IBM의 경우 작년 파워7 프로세서를 개선한 파워7+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전면적인 세대변화는 아니었지만, 파워7+는 45나노미터 공정에서 32나노미터로 공정라인을 변경하면서 트랜지스터와 내장 캐시메모리 용량을 더 늘렸다.

아이태니엄은 인텔의 개발품이고 생산품이지만, 사실상 HP의 제품이나 마찬가지다. 불, 후지쯔 등이 소량 사용할 뿐이며, 인텔의 아이태니엄 대부분을 HP에서 소모한다.

아이태니엄은 HP의 PA-RISC 아키텍처 폐기 이후 IA-64에서 발전된 프로세서다. HP는 1994년 PA-RISC의 개발포기를 선언했고, 2001년 인텔과 아이태니엄을 공동개발한다고 선언했다.

작년 오라클이 공개한 HP 내부자료에 따르면, HP는 인텔에 아이태니엄 연구개발(R&D)과 생산라인 투자비용을 지원해왔다.

반도체의 공정 방식을 바꾸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개발비용뿐 아니라 대량 생산을 위한 설비도 갖춰야 한다. 때문에 현재 아이태니엄을 소모해주는 HP의 유닉스 서버 사업이 하향세를 그리면서, 투자대비수익(ROI)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x86의 안정적인 성장세 속에서도 소비자용 칩셋 시장에서 위기에 봉착했다. 모바일 기기에서 ARM이 득세하면서 인텔의 설자리가 협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텔은 ARM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매출과 수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태니엄, x86 등의 개발을 유지하면서 또다른 칩셋 개발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근거로 인텔이 x86 사업을 더 밀어붙이기 위해 아이태니엄을 안락사시키려 한다는 추정도 있다.

일각에선, HP가 오토노미 인수 후 현금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인텔에 비용지원을 중단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모듈러 개발 모델의 철회에도 주목했다.

모듈러 개발 모델은 2003년 이후 인텔이 10년동안 언급했지만, 단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었다. 2010년 나온 투퀼라도, 작년말 나온 폴슨도 아이태니엄 모델 간 소켓 호환만 제공했다.

모듈러 개발 모델이 실현되면 x86 프로세서인 제온과 유닉스용 프로세서인 아이태니엄 중 어떤 칩을 사용해도 서버의 주요 구성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구성품의 재활용이 가능하며, 극단적으로 메인보드의 칩만 바꾸면 리눅스 서버가 유닉스 서버로 변신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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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인텔과 HP 사이의 아이태니엄 협력도 종지부를 찍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HP가 아이태니엄 설계를 직접 담당하고 생산을 위탁하는 파운드리 형태를 예상하는 것이다

외신들은 TSMC, 글로벌파운드리 등의 업체가 아이태니엄 위탁생산을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을 계속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