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구글, 자바 소송 2차전 시작

일반입력 :2013/02/14 11:11

오라클이 항소했다. 1차 소송에 이긴 구글을 '표절자'로 낙인찍기 위해 자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참조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오라클은 지난해 자바와 안드로이드를 둘러싼 법정싸움 끝에 구글에 졌지만 항소 의지를 다져왔다.

영미권 주요 IT미디어들은 13일(현지시각) 오라클이 '피고' 구글을 해리포터 표절작가에 빗대면서 안드로이드OS가 자바 코드를 불법적으로 베꼈다고 증명하기 위해 꾸준히 애쓰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라클은 항소를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구글을 겨냥한 준비서면(opening brief)을 제출했다. 오라클은 그 내용에 구글의 '표절 행위'를 구체적으로 지적하기 위해 '앤 드로이드(Ann Droid)'라는 가상의 인물을 동원했다. 앞서 구글에 완패했던 소송 결과에 대한 입장을 선명히 드러낼 목적이었다.

법원에 제출된 문건 도입부가 다음과 같이 쓰였다.

앤 드로이드는 베스트셀러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해리포터와 불사조기사단' 견본판을 끼고 앉아 옮겨적었다. 그는 1장 '디멘터의 공격을 받은 두들리'부터 38장 '두번째 전쟁이 시작되다'까지, 장별로 그 내용을 요약해 베꼈다. 그는 각 문단에서 주제문을 뽑아 줄였다. 그가 매 앞부분마다 쭉 그렇게 했더니 ('해리는 끄덕였다'같이) 단순해졌다. 그는 단락의 나머지 부분 내용도 표현만 고치는 식으로 채웠다. 그는 그렇게 만들어진 '경쟁판'을 해리포터 원작보다 먼저 출간했다. 그 제목은 '앤 드로이드의 해리포터 5.0'이었다.

오라클은 이 문건에서 구글은 블록버스터 문학작품을 말 그대로 무단으로 베낀 표절작가 '앤 드로이드'처럼 행동하고 그 처사를 변호중이다고 비판했다.

오라클은 구글이 자바API를 베껴 안드로이드를 만듦으로써, 저작권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바API는 그 언어를 다루는 개발자들이 자바 환경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데 쓰는 약속체계를 가리킨다. 개발자들이 자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오라클에게는 좋은 일이라 API 사용에 따른 대가는 없지만, 구글이 그 API를 참조해 비슷한 애플리케이션 구동환경을 만든 것은 오라클에게 불리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양사 소송 심리와 판결을 맡았던 윌리엄 앨섭 판사는 오라클이 주장했던 'API 저작권'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로그래밍언어의 API는 문학과 같은 예술작품같은 보호대상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API를 책에 담긴 내용이라기보다는 그 내용을 정돈할 수 있도록 개발된 서지체계(library system)에 더 가깝다고 봤다. 이것도 소송에서 진 오라클이 이번에 문건을 제출한 이유가운데 하나다.

이를 보도한 온라인 IT미디어 와이어드는 보스턴 소재 로펌 '울프 그린필드'의 지적재산권담당 변호사 에드 월시가 만일 오라클이 구글과의 법정공방을 계속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면 이 전략은 타당하다며 앤 드로이드라는 가상의 인물까지 지어낸 게 좀 과하다 싶지만 재판에서 이길 셈이라면 법리적으론 옳은 전략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오라클은 구글과 자바기술지적재산권을 놓고 치른 재판에서 패소해 100만달러 배상판결을 받았다. 배심원이 자바API 저작권을 인정하는 평결을 내렸지만 판사가 이를 무효화했다. 소송은 오라클이 2010년 구글을 고소하면서 시작됐지만 본 심리와 실제 재판은 지난해 4월중순부터 5월말까지 열렸다. 오라클은 항소 가능성을 강력하게 암시했다.

관련기사

양사 소송공방은 국내서도 화제였다. 국내는 특히 자바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대규모 기업 인프라와 IT솔루션 비중이 크다. 그만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도 많다. 초기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가 아이폰 개발자보다 빠르게 늘어난 이유다. 안드로이드 개발환경이 자바 프로그래밍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한창 소송이 진행중일 동안 현업 개발자나 전문가들도 양사 입장에 관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자바 개발자들 대부분이 구글의 승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오라클이 주장한 '자바API 저작권' 개념을 터무니없는 얘기로 치부하기도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입장도 더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