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와 안드로이드를 놓고 벌어진 오라클과 구글의 법정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피고 구글은 안드로이드가 자바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원고 오라클 주장을 모두 기각시키고 한차례 승소했지만 상대는 항소를 기약했다. 소송은 언제가 됐든 재개될 거란 얘기다. 최근 상황과 이제까지 벌어진 사건을 정리해봤다.
이달초 구글은 오라클과 치른 안드로이드의 자바 특허 침해 소송에 든 비용으로 담당 법원에 403만669달러(약 46억5천만원)를 청구했다. 양사 법정공방이 벌어졌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서 구글이 오라클 때문에 쓴 금액이란다. 다만 담당판사 윌리엄 앨섭이 해당 청구를 그대로 승인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는 지난달 20일 구글의 수석변호사 로버트 반 네스트가 말한대로 재판에서 이긴 피고 구글이 원고 오라클 측에 소송 대응 차원에서 진행한 '최소 행정 비용'을 물리는 것이다. 이는 몇시간짜리 변호사 수임료같은 비용과 별개다.
당시 오라클은 구글측에 자바 소스코드가운데 9줄짜리 'rangeCheck' 메소드를 다룬 부분에 대한 특허 침해 여부를 인정받더라도, 구글측에 청구할 피해배상액으로 '0달러'를 적어냈다. 즉 한 푼도 바라지 않겠다고 약정한 것이다. 이는 어쨌든 '오라클 패소' 판결에 항소 등 후속 절차를 빨리 진행하기 위한 작전으로 설명됐다.
■ 구글-오라클 법정싸움, 발단은 무엇?
오라클은 기업 환경에서 널리쓰이는 범용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를 소유했고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 1위인 '안드로이드'를 오픈소스로 배포한다. 2가지 기술의 배경과 양사가 이를 얻게 된 과정을 거슬러올라가면 갈등의 기원을 살펴볼 수 있다.
오라클에 따르면 ▲자바는 지난 1991년 6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이하 '썬')이란 회사가 전신격인 '오크(Oak)'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기원이다. 썬은 5년만인 ▲1996년 1월 자바 플랫폼 1.0.2 버전을 공개한다. 8년 뒤인 ▲2004년 9월 자바2 스탠다드에디션(SE) 5.0을 내놓고 ▲그해 12월 저작권 등록 인증서를 발행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9년 4월, 오라클은 이미 구글 안드로이드가 활약중이던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을 고려하다가, 이를 접고 지난 ▲2010년 1월 썬을 인수했다.
현 구글 안드로이드 총책임자인 앤디 루빈 부사장은 지난 ▲2003년 10월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년 뒤인 ▲2005년 7~8월 사이, 구글이 그 기술에 흥미를 느끼고 안드로이드를 인수한다. 구글은 ▲그해 10월부터 자바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또 2년 뒤인 ▲2007년 11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처음 내놨다. 다시 1년이 지난 ▲2008년 10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공개하고 최초 안드로이드 단말기 'HTC드림'을 출시했다.
오라클 주장에 따르면 이후 구글은 첫 안드로이드 단말기 출시 시점이후 2년새 ▲자바로 구현한 안드로이드를 다른 기술로 대체하려다 포기했다. 그리고 ▲2010년 8월6일 '오라클 자바와 라이선스 협상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데 ▲오라클은 그뒤 1주일만인 2010년 8월12일, 구글에 소송을 걸었다. 안드로이드가 자바를 베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다.
■ 기세등등 오라클, 거꾸러지기까지
당시 오라클 주장 근거는 안드로이드 OS와 그 단말기가 오라클이 자바 안에 보유한 미국 특허 1개 이상을 침해하고 있다는 거였다. 해당 미국특허는 6125447번, 6192476번, 5966702번, 7426720번, 재발행38104번, 6910205번, 6061520번, 7개다. 회사가 구글을 고소하며 주장한 피해배상규모는 14억~61억달러(약 1조6천억~7조원) 수준이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 가격 74억달러(약 8조5천억원)에 자바 비중이 엄청나게 높은 셈이다.
지난해 1월 독일 특허전문 블로거 플로리언 뮬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안드로이드2.2 버전 소스코드 파일 내용 일부가 자바2 스탠다드에디션(SE) 5 버전에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오라클이 실제 재판에서 내놓은 주장과 유사하다. 하지만 당시 문제가 될 거라던 파일은 실제 상용화된 안드로이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반박도 있었다.
구글도 초반에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특허방어 차원에서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실제 재판이 진행된 지난 1월엔 오라클에 역공을 펼치기 위해 IBM 매물로 내놓은 특허도 접수했다.
그런데 오라클은 본 심리에서 안드로이드가 자바의 기술특허뿐아니라 자바라는 언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에 대한 저작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반적으로 구글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실제 재판 경과도 최대 배상 한도를 꾸준히 깎아내리면서 오라클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분위기는 구글에 유리하게 흘렀다.
일단 지난해 5월 앨섭 판사는 오라클이 7개 자바 특허를 근거로 132가지 청구항목을 주장하며 이를 무효화하는 방어에 대비하려고 선행기술자료 수백건을 첨부했는데 그 분량이 과하다고 평했다. 그래서 공판시점인 그해 10월까지 오라클에게 선행기술자료를 8건으로, 특허관련주장을 3가지로 요약하라고 명령한다.
이후 재판 내내 오라클이 주장 가능한 특허는 2가지 뿐이었고 지난 5월 법원은 오라클이 승소시 청구할 수 있는 배상 규모를 당초 회사가 주장한 최대치에서 4천분의 1 수준인 15만달러(약 1억7천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그달 내내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양사 재판은 결국 구글의 승소로 끝났다. 안드로이드가 자바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오라클 주장이 무효화된 것이다.
사실 초기 소장을 접수한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은 양측 합의를 유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초 앤디 루빈 구글 부사장과 사프라 카츠 오라클 사장이 만나 그달안에 합의를 예고했다. 실제로 구글은 지난해 4월 오라클측에 최종 합의안을 제시했다. 2개 특허침해에 대한 배상으로 280만달러를 지불하고, 그중 1개 특허에 대한 추가 배상으로 연말까지 안드로이드 매출 0.5%를, 나머지 특허에 대한 추가 배상으로 오는 2018년 4월까지 안드로이드 매출 0.015%를 주겠단 내용이었다. 당시 오라클은 이를 거절했다.
■ 오라클은 구글에게 2번 패소했다?
구글이 패소했을 경우 향후 안드로이드에 로열티가 생기는 등 업계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돼 오라클과의 소송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수시로 재판 상황이 전달되는 과정에 일부 오해를 빚기도 했다. 이를테면 구글이 오라클과의 재판을 2번 치렀다든지, 오라클이 주장한 게 자바 API 특허권이라든지 하는 내용이다. 알고보면 그렇지 않다.
우선 지난 5월23일 양사 재판의 첫 판결이 나왔을 때 다수 매체가 오라클 패소, 구글 승소 등의 표현을 썼다. 당시 전달된 내용에 따르면 자바 지적재산권(또는 특허)과 관련된 오라클과 구글의 법정공방에서 구글이 승리해 아무 혐의를 남기지 않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실이 아니었다. 양측 재판의 2가지 쟁점과 3단계로 구분된 심리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 비롯된 오류였다.
앞서 언급했듯 오라클의 핵심 주장은 2가지였다. 하나는 안드로이드가 자바 기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가 자바API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양사 재판은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서 자바API 저작권 침해 여부를, 2단계서 자바 기술의 특허권 침해 여부를 각각 판단할 예정이었다. 담당 판사는 이후 3단계서 전단계 내용을 통한 배상규모를 산정할 계획이었다.
적잖은 사람들이 구글의 첫 승리로 기억하는 사건은 사실 저 2단계, '안드로이드가 자바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라는 하나의 쟁점만 가려진 상황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오라클측의 특허 관련 청구항목을 모두 기각하고 구글이 오라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뒤이어 진행하려던 3단계 배상규모산정 절차는 구글의 특허 침해 혐의가 인정됐을 경우를 전제한 것이라 자동으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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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5월23일 이후 1주일만에 구글의 두번째 승리로 기억되는, 또는 오라클의 또다른 패배로 기억되는 사건은 뭘까. 앞서 생략된 1단계의 또다른 쟁점, '안드로이드가 자바 API 저작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확정 판결된 것이었다. 양사 재판이 2단계 절차로 들어가기 전 1단계 심리가 진행됐지만, 5월7일 당시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제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넘어갔다. 1단계 절차의 결론이 3단계 피해배상규모 산정 단계 진행과는 무관했기 때문이다.
앨섭 판사는 오라클이 주장한 자바API 항목에 대해 저작권 보호대상으로 치지 않겠다고 판결함으로써, 앞서 특허침해 여부와 함께 구글의 모든 지적재산권 침해혐의를 벗겨줬다. 특히 자바API 저작권 쟁점은 구글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던 배심원 평결을 뒤집은 것이라 화제가 됐다. 양측의 첫 재판은 막을 내렸지만 이에 관심을 기울여온 개발자 커뮤니티와 기술업계는 API저작권이란 개념을 놓고 분분한 의견을 내놓거나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미래에 불확실성이 늘어감에 불안감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