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구글 소송, 끝 아니다…29일 재개

일반입력 :2012/05/25 17:53

구글 안드로이드에 자바 특허가 침해됐다는 오라클 주장이 기각돼 주요 매체들은 양사 재판 흐름을 원고 패소 판결로 요약한다. 그러나 앞서 미뤄둔 자바API 저작권 침해여부 판결이 다음주로 예고돼 엄밀히 말해 전체 소송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더불어 이미 오라클은 항소할 의지가 높아 보여 법정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외 일부 매체와 국내 다수 언론이 구글과 오라클 소송에 대해 이미 다 끝난 것처럼 보도중이지만 송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사건을 맡아온 윌리엄 앨섭 판사는 1단계 심리에서 배심원단이 평결을 유보한 자바API 저작권 관련 내용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다만 그를 도와줄 수 있는 배심원단은 이미 해산돼 없다.

당초 특허 침해여부를 가리는 2단계 심리 이후 피해규모 산정을 위한 3단계 심리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는 구글에 대한 특허 침해 혐의가 무효라 취소됐다. API 저작권 심리는 오는 29일(현지시각) 화요일에 이어 열린다. 그 하루 전인 28일은 매년 5월 마지막주 월요일에 해당하는 미국 공식 휴무일 '메모리얼데이'다.

이가운데 미국 지디넷은 24일(현지시각) 구글이 특허 침해의 불명예를 벗게 됐다면서도 양사 소송전에서 승자와 패자는 두 회사뿐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몇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을 치른 판사, 배심원, 증인들도 엇갈린 승패의 주인공이란 얘기다.

■구글 판정승, 거들어준 전 썬 최고경영자(CEO) 조나단 슈워츠도…

현재까지 명백한 승자는 구글과 그 입장에 유리한 증언자로 나섰던 조나단 슈워츠 전 썬 CEO다.

구글은 오라클이 주장한 특허 침해 혐의가 없다고 인정됐다. 안드로이드에 구현한 달빅 가상머신(VM)에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다고 10명의 배심원단이 평결한 것이다. 이는 앞서 다소 모호하게 흘러간 저작권 침해 판단과정에 비해 분명한 승리로 묘사된다.

당시 12명의 배심원단은 구글이 오라클 자바API 37개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했다면서도 공정이용 사례로 볼 것인지 평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구글측 손을 들어준 배심원은 9명으로 오라클 입장에 선 3명을 압도했다.

지난 2010년 오라클에 인수된 썬의 마지막 CEO, 조나단 슈워츠도 이번 재판으로 '승자'로 묘사됐다. 그는 썬 인수후 2년간 양사 소송에 관해 발언한 누구와도 다르게 구글을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슈워츠는 배심원들에게 자신이 썬 CEO로 있을 때 구글을 고소할 입장이 아니었다는 진술과 오픈소스의 가치를 역설해 재판에서 구글측에 유리한 국면을 마련한 듯 보인다. 오라클측 변호인단은 그가 특허관련 심리에 '증인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할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지디넷은 전했다.

■오라클뿐아니라 배심원, 판사도 패자

막대한 배상금을 노렸던 오라클뿐 아니라 이를 좌절시킨 배심원단과 재판 내용에 혼란을 겪은 방청인들도 노골적인 '패자'로 치부됐다.

앞서 저작권 침해여부를 주장해온 오라클은 배심원의 불완전한 평결을 이끌어내 구글을 공격할 여지를 확보했다. 그런데 배심원은 오라클의 구글에 대한 특허침해 주장이 무효라는 만장일치 의견을 내놨다.

이는 최대 61억달러 규모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2년동안 소송 준비와 진행을 밀어부친 회사 입장에선 당황스러운 결과다. 회사는 청구할 수 있는 최대 배상규모를 수억~10억달러로 줄였는데 법원은 한술 더 떠 배상규모 상한선을 '15만달러'로 못박았다. 오라클 변호사들이 특허를 침해한 구글측의 이익이 막대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얻은 것은 비싼 소송비용 청구서 뿐이다.

배심원들도 기술적이고 복잡한 내용과 증거를 다룬 재판에서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다. 자바API 단계까진 간신히 진행했는데 특허 관련 심리에서 난항이었다고 지디넷은 지적했다. 배심원 구성에 동원된 이들은 기술적인 배경지식을 전혀 갖추지 않은 사람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좀더 공정한 평결을 내놓을 수 있다 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사안에 대해 극도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큰 구성이었고 실제로 그랬다는 평가다.

자바API 심리 단계와 자바 특허 심리 단계를 치르는동안 배심원들은 양측이 증언대에 세운 전문가들에게 어떤 내용이 증거로써 인정되는 방식에 대해 아주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반복적으로 설명을 유도했다. 이는 판사가 어찌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지디넷 블로거 레이첼 킹은 사실 배심원뿐아니라 방청자 대부분도 심리가 진행돼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일례로 배심원은 재판 전체 상황을 부정할 수 있는 재발행특허 38104번의 실효성에 대한 질의사항도 몰랐고, 자신들이 (앞서 진행된) 저작권 심리 단계를 외면했다는 것도 몰랐고, 며칠동안 방청인들은 배심원들이 구글에 대해 뭔가 알아냄으로써 금방 집에갈 수 있겠네 싶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고 썼다.

관련기사

최대의 혼란을 겪은 사람은 담당 판사 윌리엄 앨섭이다. 지난 2년간 이 사건과 이번주초 열린 재판을 맡은 그는 이해당사자 법무팀과 배심원들에게 극도로 성가셔하며 짜증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쳤다.

앨섭 판사는 재판에서 배심원단에게 특정 증거에 대한 결정을 요구하며 그들의 역할이 판단을 내리는 것임을 거듭 상기시켜야 했다. 또 자신은 원고든 피고든 어떤 사안에 동의하는 쪽에 도움을 받지 않는다며 양측 변호사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주초에 양측 변호인단을 돌아보며 자신은 이 특허소송이 이해당사자들 생각보다 더 쉽게 진행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실제 재판은 보다시피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