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웹킷 브라우저로 바뀐다

일반입력 :2013/02/14 09:10    수정: 2013/02/14 09:18

오페라 브라우저가 구글 크롬처럼 웹킷과 V8 엔진을 탑재한다. 개발사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앞으로 이 오픈소스 기술을 써서 브라우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회사는 지난 12일 공식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오페라 사용자가 3억명에 이르렀다며 향후 개발되는 오페라는 웹킷을 렌더링 기술로, V8을 자바스크립트기술로 쓰게 된다고 밝혔다.

웹킷은 애플이 만드는 렌더링 엔진이며 V8은 구글이 만드는 자바스크립트 처리기술이다. 둘 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라서 다른 업체가 가져와 쓸 수 있다.

특히 웹킷은 구글이 만드는 오픈소스 브라우저 '크롬'과 다른 수많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단말기 제조사들의 자체 모바일 브라우저에 널리 도입됐다. 이 경우 각각의 단말기에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웹을 표시하는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동일한 브라우저라 볼 수는 없다.

오페라소프트웨어가 향후 선보일 오페라 브라우저도 기존 웹킷 기반 SW와는 구별된다. 회사는 이에 대해 개발자들이 신경쓸 요소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소프트웨어 개발자 브루스 로슨은 웹개발자들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이 변화가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니 개별 렌더링 엔진에 초점을 두지 말고 계속 표준으로 코딩하고, 여러 브라우저에서 테스트하라며 자바스크립트와 CSS에 붙이던 제조사접두어(vender prefix)와 이를 적용하지 않은 형식도 그대로 두라고 조언했다.

회사쪽에 따르면 개발자들은 웹킷 기반으로 넘어간 오페라에 대응할 때 계속 웹표준으로 코딩하면 된다. 앞서 나왔던 오페라 브라우저 확장기능은 회사가 제공할 변환툴로 호환시킬 수 있다. 계속해서 웹의 발전과 표준에 집중하겠다는 회사 입장은 자체 렌더링 기술로 브라우저를 만들어온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오페라소프트웨어판 크롬?

단순히 생각하면 오페라 브라우저가 구글 크롬의 '카피'로 전락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크롬은 웹킷과 V8로 개발된 '구글 브라우저'지만 이는 그 오픈소스 커뮤니티 버전인 '크로뮴(Chromium)' 브라우저에 기반한다. 엄밀히 말해 오페라 역시 '크로뮴 기반 브라우저'가 되는 셈이다.

회사는 이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현재 웹킷 기반으로 개발중인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브라우저를 시연할 예정이다. 이밖에 웹킷을 테스트중인 몇가지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있다고 언급했다.

신경쓸 점은 서비스업체에 생긴다. 크로뮴에 구글이 만든 웹M, 오그보비스, 오그테오라 같은 오픈소스 멀티미디어 처리기술은 있지만 널리 상용화된 H.264과 MP3 코덱은 기본 제공되지 않는다. 오페라 사용자가 이 기술을 적용해 웹기반 영상과 음성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났을 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HTML5 canPlayType' 기능으로 지원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서비스업체가 웹M과 H.264 지원 브라우저 각각에 맞는 HTML5 콘텐츠를 제공하면 모든 최신 브라우저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오페라는 지난 1995년 자체 브라우저에 직접 개발한 렌더링 기술을 담아왔다. 이제와서 브라우저 시장 경쟁자인 애플과 구글 브라우저에 밀접한 오픈소스 기술을 쓰는 이유가 뭘까.

■왜 바꾸나

회사는 앞서 자체 브라우저 엔진을 개발한 배경이 당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양대 브라우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IE)와 넷스케이프에 대항하고 웹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이후 HTML5라 불리는 표준 규격 개발에 참여하면서 회사는 웹의 상호운용성을 개선하는 활동에 투자하게 된다.

이제 웹킷 프로젝트를 품는 까닭은 이를 지원하는 일도 회사의 기존 목적에 들어맞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쪽 입장이다. 이미 웹킷으로 구현돼 있는 웹표준 렌더링 기술을 놔두고 별도로 표준 엔진을 만드는 일에 기업 역량을 묶어두기 보다는 더 나은 브라우저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회사는 데스크톱 브라우저에 창이 아닌 '탭'을 도입하고 여러 브라우저에 보편화된 '미리보기형 시작 화면(스피드다이얼)'과 클라우드 브라우저 개념의 '데이터센터 기반 웹콘텐츠 렌더링 서비스'를 앞서 선보이는 등 현존하는 PC와 모바일 웹 사용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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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3일(현지시각) 오페라가 웹킷을 끌어안는다고 보도한 미국 지디넷은 그 배경이 '순전히 성능'이라고 평했다. 지디넷 블로거 아드리안 킹슬리 휴즈는 일반적인 브라우저 성능 테스트에 따르면 그 성적이 최근까지 구글 크롬과 애플 사파리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자체 개발, 탑재해온 렌더링 엔진 '프레스토'와 자바스크립트 엔진 '크라켄'을 걷어냄으로써 상당한 성능 개선 효과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페라소프트웨어가 자체 브라우저 기술을 포기할 가능성은 앞서 제기됐다. 회사는 지난달 '오페라아이스'라는 웹킷기반 아이패드용 브라우저를 개발해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