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초호화 로봇뮤지컬 다음달 막오른다

일반입력 :2013/02/13 08:50    수정: 2013/02/13 10:32

송주영 기자

20억원이 들어간 초호화 뮤지컬 무대의 주인공이 내가 된다. 직접 무대에 오르는 어색함도 없다. 그저 내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된다. 로봇이라면 가능하다.

다음달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의 로봇 뮤지컬 ‘로봇랜드의 전설, 트리아의 별’이 막을 올린다. 로봇 컨텐츠 전문기업인 이산솔루션의 작품이다. 이산솔루션은 이 뮤지컬에 제작비만 20억원을 쏟아 부었다. 로봇이라는 소재에 컨텐츠를 위해 장편영화 감독, 작가가 힘을 모았다.

정원민 이산솔루션 대표는 “여수엑스포에 등장했던 로봇을 모두 모아 뮤지컬을 만들게 됐다”며 “아이들이 뮤지컬을 통해 로봇을 더 잘 이해하고 재미와 감동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최대 인기 교육용 로봇 키봇이다. 1.5m 크기로 재탄생한 키봇은 로봇랜드의 왕인 로봇킹의 숨겨진 후계자로 분해 노래, 연기를 펼친다. 교육용 로봇 키봇이 폴리, 뽀로로, 번개맨 등이 주로 활약하는 아동뮤지컬 콘텐츠 산업에 도전장을 냈다.

키봇의 경쟁력은 로봇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함이다. 주인공 키봇의 얼굴은 LCD 화면 형태로 돼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산솔루션은 키봇 얼굴에 관객의 얼굴을 담을 계획이다.

관객들의 신청을 현장에서 받거나 미리 사진을 보내주면 공연하고 있는 키봇의 얼굴이 내 얼굴로 바뀐다.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뮤지컬에서는 하기 힘든 시도다.

이 공연에는 키봇 외에도 여수엑스포에서 인기를 얻었던 로봇이 다수 등장한다. 미녀로봇 아리, 유머가 가득한 로봇 세로피 등이 등장한다. 아리는 로봇랜드 최고의 인기 가수로, 세로피는 악당 파이론의 졸개로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도 10여개의 로봇이 무대에 등장한다.

정 대표는 “여수엑스포 로봇관은 3시간여를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을만큼 인기 있었다”며 “여기에 나오는 로봇들을 다시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뮤지컬은 사회자도 로봇이다. 로봇이 직접 무대에서 관객들과의 호흡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인만큼 로봇 뮤지컬 속에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이산솔루션은 로봇과 관객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40분짜리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뮤지컬 속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먼저 상영되고 다시 만화 속의 주인공이 로봇이 돼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 실사와 만화를 넘나드는 공연이다.

정 대표는 공연을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현실 속의 로봇과 영화, 만화 속의 괴리감”을 꼽았다. 그동안 대중들에게 친숙한 로봇은 트랜스포머의 프라임이나 만화 속의 아톰이었다. 이들은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아직 현실 속의 로봇은 영화나 만화 속과는 괴리가 있다.

정 대표는 “이 괴리감이 오히려 로봇산업 발전에 해가 됐다”고 말한다. 현재 실현 가능한 로봇을 향후 산업을 이끌어갈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꿈을 키우게 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물론 재미도 있어야 했다. 이산솔루션은 장편영화 ‘누나’의 제작진을 불러 모았다. 핑클 출신의 성유리 주연으로 화제가 됐던 착한영화 누나의 이원식 감독, 정진미 작가 등이 로봇뮤지컬에 참여했다.

5살 딸을 키우고 있는 이원식, 정진미 감독, 작가 부부는 자신의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으로 로봇랜드를 만들었다.

이산솔루션은 과학의달인 3, 4월을 공연일로 택했다. 공연장소도 국립과학관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이 잘되면 세계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로봇한류 열풍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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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로봇은 인종, 언어의 제약이 없다”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로봇뮤지컬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말했다.

정 대표는 로봇산업에서만 10여년 경력을 쌓았다. 청소로봇을 시작으로 로봇 하드웨어, 서비스, 콘텐츠 등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