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 싸움에 알뜰폰 등터진다

일반입력 :2013/02/04 15:51    수정: 2013/02/04 17:17

정윤희 기자

영업정지에도 아랑곳 않는 보조금 전쟁에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 MVNO) 업계가 울상이다. 뺏고 빼앗기는 이통사들의 불꽃 경쟁에 정작 알뜰폰 시장 활성화는 요원하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의 순차 영업정지로 인한 알뜰폰 사업자들의 수혜를 예상했었다. 그러나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알뜰폰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영업정지 기간이었던 지난달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은 3만7천525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1.7% 늘어난 데 불과한 수치로, 영업정지 반사이익을 논하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 때문이다. 당장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주말동안에만 KT 갤럭시S3 할부원금이 23만원으로 내려가는가 하면 베가 R3는 5만원에 팔렸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 1일 옵티머스G에 실린 보조금이 92만원~100만원까지 올라갔다.

심지어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이통사들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후 오히려 힘들어졌다”며 “LG유플러스 때보다 SK텔레콤 영업정지가 시작된 후 더 나빠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자금여력이 부족한 알뜰폰 업체로서는 영업자체가 더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복수의 알뜰폰 업체들 역시 “영향이 없다”거나 “아주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기대했던 영업정지 수혜는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불거진 SK텔레콤의 우회영업 논란도 악재다. SK텔링크(세븐모바일)가 지난달 18일 LTE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온라인 등을 통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변칙영업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SK텔레콤 영업정지 시작 이후 SK텔링크 가입자가 4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SK텔링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통사의 영업정지 기간 중에도 그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의 영업은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다. 현재 SK텔링크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갤럭시노트2 할부원금 54만원, 옵티머스G를 24만5천원에 판매 중이다.

우회영업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알뜰폰 입장에서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보조금 출혈경쟁을 벌이는 업체가 한 군데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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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기업 계열사인 만큼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본다”며 “지난해 SK텔링크가 알뜰폰 시장에 처음 진출하려고 할 때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이 반대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이통3사에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행위를 이유로 순차 영업정지와 과징금 조치를 내렸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7일부터 30일,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21일, KT는 오는 22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영업이 정지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신규가입자 모집과 번호이동이 금지되며, 기존 고객의 기기변경만 허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