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의 주요 방안으로 꼽혔던 제4이동통신 출범이 또다시 좌절됐다.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평가는 냉정했다. 양측 컨소시엄 모두가 ‘기간통신사업을 수행키에는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사업자 선정심사부터 계속해서 지적된 재무적 안정성 부문이 또다시 걸림돌이 됐다. KMI는 이번이 4번째, IST는 2번째 도전이었다.
방통위는 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와이브로 기반 기간통신사업(제4이동통신) 허가여부’에 대한 심의를 통해 이같이 의결했다.
KMI는 총점 64.210점, IST는 63.558점을 획득해 탈락했다. 방통위가 제시한 허가조건은 재무와 영업, 기술 등에 대한 평가에서 100점 만점 중 평균 70점 이상 획득이다. 각 항목에서도 100점 만점 기준 6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심사위원회의 평가의견을 고려할 때 양측 컨소시엄 모두 기간통신사업을 수행키에 미흡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시장상황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장전망을 내놓아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봤다”고 말했다.
■KMI-IST, 재정 능력 또 발목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재무적 능력 부문이다. 방통위는 기간통신사업이 조 단위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몇 년간 견뎌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무적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재무적 능력이 문제로 지적된 것도 이 때문이다.
KMI와 IST는 이 부분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으나 방통위 기준을 통과치는 못했다. IST는 재무부문 평가에서 53.144점을 받아 60점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KMI 역시 60.088점을 받아 기준에 턱걸이했다.
앞서 KMI는 허가 신청시 설립자본금 8천133억원을 써냈다. 이후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즉시 기초자본금을 9천억원으로 증자할 예정이었다. 또 올해 안에 1조2천억원 규모의 해외투자를 유치해 오는 2015년까지 총 2조5천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IST가 제출한 설립자본금은 7천억원이다. 사업권 획득 시 이탈할 수 있는 자본금을 대비해 3천억원 가량의 보증하는 보완서류를 냈으나 소용없었다.
석제범 국장은 “KMI의 재무계획 적정성을 평가했을 때 설립자본금이 계획대로 납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사업에 필수적인 장비 및 단말기 조달계획 제시가 미흡했고, 제시된 상용화 일정이 장비 개발, 시범서비스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기술적 시행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ST에 대해서는 “최대 주주 등이 출자를 이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 안정적 자금 조달에 대해 불안성이 있다”며 “예정된 기간 내 기술적 시행 가능성이 낮고 전국망 규모의 원활한 사업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와이브로 기반, 사업성 지적도
와이브로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업계 및 학계에서는 해외시장에서 와이브로(와이맥스)의 LTE-TDD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 트렌드 적응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KMI의 경우)네 번에 걸쳐 허가가 부결되는 과정은 와이브로에 대한 전면적, 입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본다”며 “와이브로 시장상황과 추세, 국내 사업자들의 자질 등을 놓고 와이브로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정, 보완, 폐기 등 와이브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사업자 신청을 받으면 역시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며 “이 경우 행정, 예산의 낭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대희 상임위원 역시 “사업자 선정이 안 되는 것이 와이브로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앞으로 (와이브로 정책의) 수정과 보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석제범 국장은 “해당 심사는 현행 허가제도 하에서 실시된 것으로, 와이브로에 대한 종합적 방향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현재 구축된 와이브로 망의 장점은 계속 살리고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제4이통 선정에 대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일부 규제 권한만 남기고 미래창조과학부로 편입되는 와중에 기간통신산업에 대한 허가를 내주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한 고위 임원은 “제4이통은 선정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부분 책임을 방통위가 함께 지고 가게 된다”며 “7천~8천억원의 자본금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은 방통위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KMI, 제4이통 또 도전하나2013.02.01
- 제4이통 불발…방통위 “와이브로 포기안해”2013.02.01
- 제4이통 출범 불발…KMI-IST 모두 탈락2013.02.01
- 통신비 인하 열쇠 '제4 이통' 운명은?2013.02.01
이 같은 결과에 대해 KMI와 IST측은 침통하다. 앞서 공종렬 KMI 대표는 “지금 시장 상황을 생각하면 KMI의 경쟁사인 IST라도 제4이통에 선정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제4이통사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양승택 IST 대표는 “이 같은 결과를 접해 유감이다”며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 없다”고 말했다. KMI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