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家 유산 상속 다툼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차명 주식으로 존재했던 아버지 상속분을 돌려달라던 이맹희 전(前) 제일비료 회장의 주장은 기각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이맹희 전 회장(82)이 지난해 동생인 이건희 회장(71)을 상대로 낸 상속 재산 분할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 이건희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17만7천732주에 대한 인도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도 기각했다. 아울러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1만5천54주에 대한 인도 청구 역시 각하했다.
다른 형제들이 선대 회장의 차명 주식 존재 여부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속 분할을 신청할 제척기간이 지났으며, 선대 회장 타계 이후 20여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상속분과 현재의 주식간 동일성이 사라졌다는 이 회장 측 주장을 법원이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서창원 부장 판사는 이날 (이건희 회장의)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는 5만주 중 원고들 상속분 합계 17만7천732주에 대한 인도청구는 10년의 제척기간이 경과돼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과 피고 이건희가 수령한 이익배당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공동상속인들에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 주식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나며 상속분과 동일한 주식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고 측 주장을 수용했다. 피고 이건희가 수령한 이익배당금 및 주식 매도대금이 공동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이 회장이 차명계좌의 잔고를 모두 사용하였다는 원고측 주장 역시 인정하기 어려우며, 상속재산과 동일성이인정되지 않는 주식의 매도 대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여, 차명계좌의 잔고가 공동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의 이유를 밝혔다.
법원 다툼으로 비화된 삼성가 형제간 싸움은 수조원에 달하는 소송가액으로도 화제를 낳았다.
이맹희 전 회장을 비롯,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숙희 씨와 조카인 재찬 씨 부인 최선희 씨가 청구한 최종 소송가액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주식 등을 포함해 총 4조849억2천322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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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맹희 씨 측은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7천100억여원대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후 재판 과정에서 삼성 특검 결과 등을 근거로 소송 가액을 늘려왔다.
이들이 법원에 납부한 인지대만 127억원에 달하는 등, 개인 재산 분할 소송으로는 초유의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