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명주식엔 이건희 회장 개인돈 있다"

일반입력 :2012/09/26 19:49    수정: 2012/11/01 10:12

남혜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검기록이 공개되면서, 삼성그룹 비서실이 차명으로 관리해온 주식에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이 일부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2부(서창원 부장판사)서 열린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씨 측간 상속재산 관련 소송 5차 공판에서 이 회장측은 (차명 주식의) 경제적 원천은 대부분 상속분이지만, 이중에는 이 회장의 개인 돈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이맹희 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가 특검 자료를 바탕으로 삼성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차명주주들로부터 1998년 인수한 삼성생명 340여만주의 실소유자는 이건희 회장이라며 회장 소유의 차명 주식임이 확인됐으니, 소송 규모를 확대하겠다라고 밝히자 나온 것이다.

개인 재산이 일부 포함됐다는 논리에 이맹희 씨측은 날선 반응을 보였다. 특검 때부터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발언이라는 것이다. 화우 소속 김남근 변호사는 심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익 배당금을 비롯해, 이 회장이 개인돈을 차명으로 관리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개인 돈을 차명으로 관리했다면 그게 바로 비자금이라고 공격했다.이건희 회장 측은 상대편 공격에 특검 때 발언하지 않은 것은, 그 돈이 회사 것이 아닌 개인 자금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이익 배당금 등 개인 돈을 투자한 것이라 비자금으로 볼 수 없다며 (차명 주식 전체에서) 개인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화우는 이날 특검 기록을 공개하며 이 회장이 보유한 차명 주식 규모가 ▲삼성생명 2조3천119억원 ▲삼성전자 1조4천558억원 ▲삼성화재를 비롯한 전기, 증권, 물산, SDI, 에스원 등 기타 계열사 3천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예금·현금·채권 보유 4천357억원 ▲38개 차명계좌로 관리하며 구입한 미술품 307억원 ▲상품권 구매 52억원 등 총 4조5천368억원 규모의 차명재산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상속받은 차명 재산의 규모가 확인됨에 따라 소송 범위도 확장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한편 특검 기록 공개에 양측 법률대리인들이 감정 섞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이맹희씨 측 김남근 변호사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매매한 주체라는 이 회장측 주장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삼성측이 특검 자료를 전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자 (기록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가 (증거를) 내면 (그 부분만) 뽑아서 (증거를) 내면서 없다고 한다. 과거에 특검 기록도 안보고 어떻게 재판했나라고 힐난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 측 윤재윤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이 (특검 조사) 당사자라 갖고 있는 서면이 있고, 이중 필요한 부분을 요청에 일부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학수 씨 등의 진술 내용은 특검 자료 송달촉구 목록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데 원고가 듣고 싶은 내용만 가지고 온게 우연이라기엔 놀랍다고 공격했다. 원고 측이 제출한 특검 자료 중 일부에는 검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부분도 있어 자료 송달 중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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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변호인들이 반론의 반론을 거듭한데다 미리 제출한 조서를 갑자기 읽는 등 재판이 지연되자, 재판부도 불편한 심기를 비쳤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미리 제출한 조서도 확인 안하고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나라며 반론 반복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서 부장판사는 다음 심리를 위해 원고측에 상속이 개시되기 직전인 1986년말부터 상속 직후인 1987년말까지 2년간 주식 거래 내역을 확인해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아울러 특검에서 언급된 '차명주식'이 선대 회장의 차명주식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인지 특정하라고 요청했다. 삼성가 상속재산 분할을 다룬 다음 심리는 내달 31일 오후 4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