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전업체 잇단 매각 "바람 잘 날 없네"

일반입력 :2013/01/24 11:32    수정: 2013/01/24 13:07

김희연 기자

국내 중견 가전업체들이 잇단 매각 소식으로 흔들리고 있다. 재계가 경기침체 장기화로 자금 유동성 확보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한 방편으로 잇달아 알짜 가전업체들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코웨이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새둥지를 튼데 이어 동양매직이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중견 가전업체를 보유한 그룹들은 신사업 투자 및 자금 확보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 가전업체들은 그 동안 꾸준한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해왔다. 특히 코웨이와 동양매직은 각 각 정수기와 식기세척기 분야에서는 대기업도 넘볼 수 없는 명실상부한 업계 선두다.

그러나 이번 매각으로 이들의 향후 성장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각 전후로 경영상의 변화가 생기게 되면 안정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기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자연스럽게 성장은 보류될 수 밖에 없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새주인을 찾은 업체들이 매각을 통해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해왔던 이들이 매각 전후 혼란으로 받는 타격 역시 적지 않아 기업을 정상화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이를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중견 가전업체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최근 일련의 상황은 이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새 주인을 찾은 코웨이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웅진홀딩스가 지난해 2월 지분 매각을 발표한지 꼭 1년여 만에 최근 완전히 매각작업을 완료해 웅진의 품을 떠났다.

지난해 웅진그룹은 대대적인 사업구조혁신을 이유로 들어 그룹 주력사 중 하나인 코웨이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 대금은 태양광에너지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매각 작업이 완료된 코웨이는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새 CI를 공개하고 재도약을 선언했다. 내부동요 없이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매각 과정에서 코웨이 핵심 경쟁력이었던 방문판매 조직의 인력이탈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웨이의 혼란을 틈타 청호나이스, 교원그룹 등 경쟁업체로 옮겨간 직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웨이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이었던 방판조직이 와해되면 경쟁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매직도 동양그룹의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매각이 결정됐다. 현재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와 동양증권이 선정된 상태다.

동양매직은 식기세척기 점유율 98%를 자랑하고 있으며 정수기 렌탈 사업 등 역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내고 있어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많아 올해 M&A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동양매직이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여기에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가 선정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외국 자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가전업계 경쟁력에도 자칫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번번이 매각에 실패했던 대우일렉도 13년만에야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 9일 동부그룹과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동안 미진했던 R&D분야의 적극 투자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출범 이 후 줄곧 적자를 기록하던 과거를 떨치고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재기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대우일렉은 오는 2월말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며 기존 기업명을 그대로 사용할 방침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대우일렉과 동부 전자관련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동부 계열사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과 자동화설비 모터기술 등을 활용한 제품도 출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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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향후 동부와의 다양한 기술접목과 R&D투자 등을 적극 추진하고 가전제품을 고도화해 글로벌 가전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 가전업체들이 안정적인 모기업 안착으로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려 경쟁력이 향상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이을만한 글로벌 가전기업의 탄생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매각작업의 후폭풍도 크기 때문에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