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빠진 공공SI 시장에서 중견, 중소기업의 참여가 늘었다.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조달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해 발주된 20억원 규모의 국방 보안관련 사업 입찰에 무려 15개 업체가 참여했다. 참여업체가 늘어나며 기술경연의 장이 돼야 할 제안설명회 시간도 대폭 줄었다. 입찰 참여 IT기업이나 발주한 공공기관이나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국방 프로젝트에는 공공SI 분야 강화에 나선 웬만한 중견업체라면 최근의 국방 프로젝트에 모두 입찰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는 밀리지만 비슷한 규모의 중견기업끼리는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전정보가 없다보니 수요기업의 대응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 역시 “ 통상 IT 프로젝트 입찰에는 4~5개 업체가 참여하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너무 많은 업체가 참여했다”며 “경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업체 수가 크게 늘어나니 제안설명회에서 업체당 주어진 시간은 5분 남짓. 시간이 부족하니 충분한 기술을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설명회 순서가 뒤쪽으로 잡힌 업체들은 질의응답 시간도 갖지 못했다. 가뜩이나 공공IT 관계자들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로 나선 이들 업체는 기술설명 시간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한 달을 준비해 입찰에 참여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며 “평가위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공공기관들의 기술 평가는 어려워지는 가운데 중견 IT서비스 업계는 참여업체 수의 증가가 기술 경쟁이 아닌 가격 싸움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대기업의 빈자리를 노리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신규진출 업체간의 출혈경쟁이 벌어질 것에 대한 걱정이다.
실제로 새해 공공시장을 노리는 한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공공 시장에서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조건 구축사례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 분야에서 경험이 쌓이면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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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끼리의 경쟁 속에 입찰단가가 떨어지며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던 초기 공공IT 시장의 폐해가 새해 공공시장에서 중견기업간 경쟁 속에 재현될 수 있는 상황이이다. 가격 인하는 프로젝트 품질과 직결되고 이는 다시 브랜드 인지도조차 낮은 중견기업의 신뢰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견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가격 체계를 무너뜨리는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은 안된다”며 “업계의 자정노력과 함께 공공기관도 공청회 등을 통해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