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공동 개발에 우리나라와 수차례 손잡았던 일본이 최근 중국으로 눈길을 돌린 사례가 나와 이에 국내 게임업계의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그 동안 ‘대항해시대 온라인’, ‘SD건담 캡슐파이터’ 등 국내와 공동개발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파트너인 중국과 더욱 적극적인 교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 감소로 위축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비해, 중국이 정부의 지원과 큰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기술력 또한 높아졌기 때문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반다이남코게임즈는 중국의 텐센트게임즈와 나루토를 온라인 게임으로 공동 개발하는데 뜻을 모았다. 그 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나루토를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해 먼저 중국에서 선보이겠다는 것.
반다이남코가 손잡은 텐센트게임즈는 중국 최대 게임사로, 우리나라의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을 중국에서 히트시키며 빠르게 성장했다. 또 국내 유명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 ‘아키에이지’의 중국 퍼블리셔이기도 하다.
국내 게임업계는 일본이 유명 IP를 활용해 온라인 게임화 함에 있어 중국과 손잡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그 동안 한국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의 많은 PC 및 비디오 게임들을 온라인 게임화 해 왔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
그동안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많은 유명 IP를 들여와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하고, 원저작권자인 일본으로부터 감수를 받는 방식으로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수차례 진행해 왔다. 실제로 일본이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경우는 드물었다.
대표적인 경우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코에이), ‘SD건담 캡슐파이터’(반나이남코) 외에도 ‘드래곤볼 온라인’(반나이남코) ‘프로야구매니저 온라인’(세가) ‘위닝일레븐 온라인’(코나미) ‘파워레인저 온라인’(도에이) 등이 있다.
또 앞으로 선보여질 게임으로는 ‘마계촌 온라인’(캡콤), ‘풋볼매니저 온라인’(세가) 등이 있다.
아직 나루토를 온라인 게임화 하는 하나의 사례의 불과하지만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게 되는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중국의 게임 시장이 이미 한국을 앞질렀고, 기술력 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게임 기술력은 이미 국내 개발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블레이드앤소울’ 개발을 총괄한 배재현 PD는 이미 공식 석상을 통해 수차례 게임 기술력에 있어 중국과 한국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3월 텐센트게임즈 프레스 컨퍼런스 인터뷰 자리에서 배 PD는 “할리우드 비주얼 콘셉트 아트 쪽에 가보면 태반이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 분야는 중국이 한국보다 강할 수 있다”면서 “현재 한국이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근래 출시됐던 위닝일레븐 온라인, 파워레인저 온라인 등이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인기 부진을 겪고 있는 단면도 일본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데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드래곤볼 온라인’의 흥행 실패와, 개발사 문제로 프로젝트가 중단된 ‘슬램덩크 온라인’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과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정부의 규제 정책 등으로 위축된 부분도 일본이 중국과 손을 잡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기사
- 대항해시대 온라인, ‘세컨드 에이지’ 시작2013.01.23
- 인기 만화 ‘나루토’, 온라인 게임 나온다2013.01.23
- NHN ‘위닝일레븐 온라인’ 오늘 오픈2013.01.23
- 원피스·나루토 게임정면 대결, 승자는 누구?2013.01.23
2011년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국내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다. 이는 중국(32.2%)보다 적은 수치로, 전년 대비 성장률 폭도 1.1% 포인트를 기록해 중국(1.8% 포인트)보다 낮았다.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08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계속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굳이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근래에 국내서 실패한 일본 게임들이 많아 차라리 비용이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중국으로 시선을 돌린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