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명 뒤에 붙은 숫자를 보면 전략이 보인다”
지난해 7월부터 삼성전자가 하이엔드(최고급) 가전제품에 ‘9000’이라는 숫자를 붙이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생활가전 부문을 새로 맡은 윤부근 삼성전자 CE 사장이 오는 2015년까지 모든 가전 제품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공언 후 내놓은 전략이다.
최초의 9000 시리즈 제품은 지펠 T9000 냉장고다. 이 제품은 사상 첫 900리터급 냉장고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당시만 해도 9000이라는 숫자는 900리터를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도 그럴것이 경쟁사인 LG전자가 T900 발표 후 불과 보름 만에 910리터급 냉장고 디오스 V9100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지펠 아삭 M9000 김치냉장고를 내놨다. M9000 김치냉장고의 내부 용량은 567리터로 당시 국내 최대용량이었지만 9000과는 다소 거리가 먼 숫자다.
세 번째 9000시리즈는 같은 달 출시된 진공청소기 L9000이다. 이 제품은 멀티챔버 시스템과 사이클론 먼지통으로 먼지를 강력하게 흡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출시가격은 100만원대로 보급형 진공청소기가 10~20만원대에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마지막 9000 시리즈는 이달 15일 발표된 스마트에어컨 Q9000이다. 지난해 제품과 비교해 디자인이 확연하게 달라졌을 뿐 아니라 3개의 ‘회오리팬’으로 냉방 효과를 극대화했다. 마치 에어컨에 강력 공기 순환기를 탑재한 느낌이다. 덕분에 냉방 효과 대비 소모전력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향후 출시될 9000 시리즈로 가장 유력한 것은 내달 선보일 예정인 세탁기다. 그간 삼성전자 세탁기 모델명을 감안하면 W9000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미 최근 열린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 CES2013에서 북미 시장을 겨냥한 20kg 전자동 세탁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9000 시리즈는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종 제품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소비자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이후 중급과 보급 제품을 투입해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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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삼성전자는 TV부문에서 이러한 전략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전례가 있다. 윤 사장이 생활가전 부문을 맡게 된 이유이자, 맡고 난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이밖에 남은 9000 제품군으로는 오븐,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출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9000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의 기술력이 확보되면 출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