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CES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달말 서피스프로 출시를 앞두고 완전히 발을 빼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MS가 신제품 공개주기를 맞추기 어렵다며 CES 공식 불참의사를 밝혔지만 그 존재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회사 이름을 내걸지 않았을 뿐 윈도8 위주의 MS 임원 발표와 제조 파트너들의 신제품 관련 소식을 알리기는 여전했다. 미디어들을 유도해 직접 만든 '서피스프로' 리뷰도 곁들였다.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윈도폰8 단말기도 소개됐다.
■스티브 발머 CEO 등 임원 참석
첫날인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에선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새 기조연설자인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을 거들기 위해 등장했다. 제이콥스 회장의 주요 화두는 물론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와 모바일이었다.
발머 CEO는 현장에서 윈도8과 윈도폰8을 소개했다. 그가 단상에 올라 있는 동안만큼은 여느 기조연설 때처럼 특유의 활기로 돋보였다는 평가다. 퀄컴이 맡은 기조연설 진행 담당자와 볼거리로 동원된 요소들이 보인 문제로 혹평을 들은 것과 대조됐다. 물론 미국 씨넷 등에서는 발머 CEO가 칩제조사 퀄컴의 키노트에 '끼어들어' 삼성전자와 델의 윈도RT 단말기, 노키아와 HTC의 윈도폰8 스마트폰 모델이나 소개하고 들어갔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어 8일엔 타미 렐러 MS 윈도총괄 마케팅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윈도8 실적을 자랑하기 위해 CES 부속 연례행사인 제11회 JP모건 테크포럼에 나타났다.
그는 10월26일 이후 당일까지 팔린 윈도8 라이선스가 6천만개라고 밝혔다. 이는 업그레이드와 OEM 제조사가 새 단말기에 탑재해 판매한 물량을 포함한 숫자다. 또 상용화 2개월만에 앱장터 '윈도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수 1억건을 넘었고 등록된 앱 수는 4배로 불었다고 강조했다.
■제조 파트너들의 윈도 기반 신제품 등장
렐러 부사장은 또 윈도8과 윈도RT용으로 인증된 시스템이 1천700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날 CES 현장에선 윈도8을 탑재한 주요 PC 신제품들이 소개됐다.
삼성 '시리즈7크로노스'와 '시리즈7울트라터치', LG 레노버 '아이디어센터 호라이즌태블릿PC'와 '씽크패드헬릭스', 소니 '바이오T시리즈15', 에이수스 '트랜스포머TX300CA', 델 '인스피론14R'과 '15R'과 '17R', HP '파빌리온 슬릭북', 도시바 '쿼스미오X875', 파나소닉 '터치패드FM122' 등이다. 윈도8에 최적화된 LG 모니터 '울트라와이드', '컬러프라임', 터치10'도 보였다.
이날 한국MS 관계자는 삼성 '아티브스마트PC', 레노버 '요가' 시리즈, 델 '듀오', 소니 '바이오듀오', LG 'V325' 등 터치제품 17가지를 포함한 70여종의 하이브리드 태블릿, 울트라북, 올인원PC가 윈도8과 함께 10월중 출시됐거나 예정인 제품이라며 올해 말까지 터치 단말기 20종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MS 2번째 자체 태블릿 비공개 체험
그런데 9일(현지시각) 외신들은 MS가 일부 기술전문가들에게 제공한 서피스프로 태블릿 체험기를 쏟아냈다. 이는 MS가 CES 참석자들에게 미출시 제품을 45분동안 다뤄볼 수 있도록 비공개 리뷰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아직 MS가 서피스프로 태블릿을 시판하지 않아 충분한 분석은 어려웠을 듯하다. 어쨌든 주요 매체들이 밝힌 첫인상은 '서피스RT'보다 긍정적인 편이었다.
서피스RT는 윈도7 프로그램을 돌릴 수 없는 '윈도RT'를 탑재한 태블릿PC라 터치 인터페이스 환경과 내장된 오피스 및 윈도스토어 전용 애플리케이션 외엔 볼 게 없었다. 그나마 사용자들이 접한 새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터치스크린 없는 윈도PC 환경에선 어색하다는 반응이었다. 다양한 앱을 즐길 수 있는 태블릿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마땅찮은 선택으로 비쳤다. 앱이 풍부한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더 낫다고 평했다.
반면 서피스프로는 윈도8프로 버전을 품어 기존 윈도7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돌릴 수 있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한 특성이다. 미국 지디넷은 서피스프로로 어도비 포토샵이나 라이트룸같은 윈도 프로그램을 쓸 수 있고, 고도의 CPU 사용시 발열을 해소하는 주변 배기구와 팬 1개 덕분에 놀라울 정도로 안 뜨겁다고 평했다. 또 서피스RT에 없는 필기입력도구 펜을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묘사했다.
■서피스프로 출시전 분위기 잡기?
MS 속내는 아직 출시하지 않은 서피스프로를 팔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일 수 있다. 일단 불참하기로 결정한 CES에서 굳이 참석한 사람들에게 서피스프로 태블릿을 비공개 체험할 기회를 마련한 배경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MS는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윈도8과 서피스RT 판매시점 이후 90일 이내에 서피스프로를 팔겠다고 예고했다. 지난주 외신들은 MS가 오는 26일부터 서피스프로를 미국 MS스토어에서 판매할 것이란 업계 관측을 전했다.
앞서 한국MS 관계자에게 CES에서의 서피스 시연이나 별도 행사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MS 자체적인 서피스 관련 시연이나 별도 행사 계획은 예정에 없다며 파트너 지원 일정은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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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서피스프로 비공개 체험은 예고되지 않았던 듯하다. 윈도8과 윈도RT 기반 단말기를 대거 출시하려는 제조 파트너들이 CES에 참가해 신제품 소개에 나섰으니, MS가 자체 태블릿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엔 눈치가 보였을지도 모른다.
한편 제조사 화웨이는 첫 윈도폰8 단말기 '어센드W1'을 조용히 선보였다. 800x480 화소짜리 4인치 IPS LCD에 1.2GHz 듀얼코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S4 MSM8230)와 아드레노305 GPU, 마이크로SD슬롯과 기본 저장용 메모리 4GB, 500만화소 후면카메라와 VGA급 전면카메라를 탑재한 보급형 수준의 스마트폰으로 묘사됐다. 제조사 고유의 소프트웨어는 들어있지 않았고 대신 버라이즌의 '데이터센스'가 내장돼, 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출시될 것으로 추정됐다. 구체적인 판매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