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천원 무너지면...IT업계 '초긴장'

일반입력 :2013/01/03 15:48    수정: 2013/01/04 08:45

남혜현, 김희연 기자

환율 하락세가 거침없다. 새해 벽두 원달러 환율이 1천64원까지 내려간 가운데 하반기 1천원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수출 위주 IT 기업들엔 적신호다.

환율 하락 영향을 바로 받는 곳은 IT 기업들이다. 미국과 유럽이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와 유로화를 대량 발행, 자국 화폐 약세 유도에 나서면서 이 지역내 수출에 주력하는 우리 기업들이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3일 업계 전문가들은 환율 흐름을 고려할 때, 원화 강세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원달러 환율 최저점을 1천20원 선으로 예측하면서도, 이같은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 1천원선 붕괴'라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예상했다.

우리 기업들로선 환율 1천원선 붕괴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대비한 환율 마지노선은 1천50원선. 때문에 1천100원선 붕괴는 충분히 대비가 가능했다. 올해는 다르다. 단기간내 환율 변동폭이 커질 경우 수출 경쟁력은 물론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천50원선으로 지난해 평균 대비 원화가 7% 가량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저점은 1천20~1천30원 사이로 보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과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부에서 1천원선이 뚫릴 수도 있다고 예상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엔화 약세도 위험 요소다.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경기 부양과 기업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엔화 발행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주요 일본 IT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겠단 의지로도 풀이된다.

다만, 원화 강세로 상대적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기업들이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환율 영향을 줄일 호재로 보인다. 특히 일본 기업들이 강세를 가진 부품, 장비, 소재 부문서도 이를 수입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팀장은 IT업체들에 환율 하락 이슈는 분명히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삼성이나 LG같은 완제품 세트 업체들이 일본과 경쟁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약해져 환율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별 환율로 인한 영향도 천차만별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경우 환율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이 어느 정도 마련돼있다. 수출국과 거래 통화 다변화로 달러화 약세로 인한 손실 부담을 줄인 상태다.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인한 출하량 증가, 가격에 덜 민감한 프리미엄 제품군 출시 등이 대기업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LG전자 관계자는 환율의 단기적인 하락과 상승이 LG전자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다양한 통화 거래 및 외화 자산-부채 균형 유지를 통해 자연스러운 위험 분산(Natural Hedge)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라며 매일 환율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환율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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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제품군이 적고, 가격이 주요 경쟁력인 기업의 경우 환율 영향을 곧바로 받을 수밖에 없다. 환율 변동에 대한 특별한 대처법이 없는 가운데, 현실 타개책으로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등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

모뉴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변동이 심해 수출 중심 기업이 치명타를 많이 입었다라며 모든 수출 기업이 똑같은 상황인데, 사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고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 타사와 협력하거나 공동 시장 진출 등으로 돌파 방법을 모색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