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환율, IT기업 바짝 긴장?

일반입력 :2012/10/27 14:01    수정: 2012/10/28 07:28

남혜현 기자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IT 수출업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6일 오후 원달러 환율이 1천98원으로 마감되면서, 전날 무너진 1천원대 환율이 지속됐다. 전문가들이 내년까지 완만한 환율 하락세를 점치는 가운데 이 여파가 수출에 주력하는 국내 IT업체들에 미칠 영향이 주목됐다.

환율 하락 압박을 가장 크게 받을 곳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수출주도형 IT 기업이다. 특히 단기간 환율 하락으로, 수출 중심 IT 기업들이 수천억원의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점쳐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기업분석부 테크팀장은 단기간에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면 기존 가격과 수출시 가격이 달라지는 게 문제가 된다라며 1천100원이 깨진 상태에서 몇 개월 안에 1천원이 깨질 경우 IT에 좋은 소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여파는 상대적으로 수익 규모가 적은 LG전자에 더 클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매출이나 순익이 많은 기업일수록 환차손으로 인한 실적 영향이 가려지지만, 수천억원 규모의 분기 영업익을 내는 LG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환율 하락 영향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분기 8조와 유사한 영업익이 지속될 경우 환율로 인한 손해가 10%라고 하더라도 그 수준은 8천억원이다. 그러나 LG전자의 경우 분기 순익 2천억원 규모에서 환차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IT 기업들이 최근 환차손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최대한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기업에 미칠 영향은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울러 거래 통화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주요 수출 품목을 현지서 생산, 거래하는 만큼 복합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은 계속해 발생하는 대외변수기 때문에 재고나 채권 미세 관리, 현장 밀착 경영 등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라며 통화도 달러나 유로화에만 치중돼 있지 않을 뿐더러, 달러가 내릴 경우 유로가 오르는 등 흐름이 연동적이므로 자동적인 헤지 효과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 역시 환율의 단기적인 하락과 상승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라며 다양한 통화 거래와 외화 자산 및 외화 부채 균형 유지를 통한 내추럴 헤지에 주력해 왔다. 매일 환율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환율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환율보다는 유럽발 경제 위기와 북미 시장 수요 위축으로 인한 해외 수요 부진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경기 악화로 인한 수요 부족 등 당면 문제들이 환율보다 더 크게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당장 환율이 10원, 20원 떨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 수출기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지금 기업들에 더 큰 압박은 해외 수요 부진이지 환율은 아닐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은 비용 지출을 주리고 판매를 강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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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장기적으로 환율이 지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갑자기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최근 웅진그룹 부도, 무디스의 포스코 신용등급 하락 처럼 기업 금융이 불안해지는 것과 경제 위기로 인한 유럽 국가간 갈등 등이 원화 절상 요인으로 언급됐다.

배 연구원은 지난 2003년 카드 대란시 원달러 환율이 올라간 것이 대표적 사례라며 금융 시장의 어려움과 가계 부채 등 금융시장에 안좋은 영향이 생기면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