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2012] 오바마식 게임 프렌들리, 한국도?

일반입력 :2012/12/18 18:33    수정: 2012/12/19 13:41

대선을 하루 앞 둔 게임업계는 시큰둥하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게임 산업과 관련된 내용이 미미해서다. 각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는 복지와 민생 관련 공약에만 집중돼 있다.

경제민주화가 화두인 탓이 크겠지만 문화콘텐츠산업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게임업계 종사자의 표심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까.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의 균형 발전’을 꼽았다. 또 현 정부에서 게임 산업 규제가 강화된 터라 게임 산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는 후보에 관심이 쏠릴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셧다운제에 대한 박근혜-문재인 후보자가 내놓은 상반된 입장이 이목을 끈다. 박 후보는 찬성을, 문 후보는 검토란 입장을 내놨다.

선거일이 하루 앞두고 게임업계 종사자가 바라본 차기 정권의 주인이 될 대선 후보의 자격을 3가지로 정리해봤다. ■“게임 산업 관심과 이해 필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당선자가 게임 산업을 이해하고 문화콘텐츠 사업 중 미래 성장 동력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자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본 정부의 탓이 크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7조 4천312억 원)에 비해 18.5%가 성장한 8조8천27억원으로 추산된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마이너스 성장을 해온 게임시장은 지난 2008년부터 플러스 성장률(9%)로 돌아섰고, 2009년부터는 두 자리 성장세(17.5%)를 이어갔다.

2010년에 7조원대에 진입한 게임시장은 1년 만에 누적 9조원을 육박하며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 이중 온라인 게임 시장은 6조2천369억원 규모로 전체 비중서 70.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온라인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제작 비중만 보더라도 온라인 게임은 88.9%에 이른다.

올해 국내 게임시장은 지난해보다 19.6% 성장한 10조5천333억원의 규모로 예상된다. 온라인 게임은 전년대비 26.3% 성장을 보인 가운데 모바일 게임 또한 같은 해 대비 49.4% 성장한 6천328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내년과 오는 2014년에는 온라인 모바일 두 축이 꾸준한 성장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온라인 게임은 2013년 10조원, 모바일 게임은 내년 1조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임 수출액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대비 37.6% 성장한 2조 5천547억원을 달성했다. 게임 산업은 전체 콘텐츠 상장사 수출액(1조 1천453억원)에서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인 69.7%(7천980억원)를 기록, 콘텐츠산업 성장을 견인한 주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각 대선 후보는 게임 산업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공약에도 게임 산업 진흥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설 부서를 만들어 게임 산업 진흥에 나서겠다는 것이 두 후보 측의 설명이다.

박 후보는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내부에 콘텐츠산업을 전담하는 비서관제 신설을, 또 문화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콘텐츠 제작자, 유통자, 이용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업계와의 접촉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문 후보는 국가전략산업지원관실을 통해 게임 산업 진흥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산업 진흥 업무와 건전한 게임 문화 정착을 위한 개편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G러닝 사업 부활할까?

오바마식 게임 프렌들리를 요구한 게임업계 종사자들도 눈에 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오바마 대통령은 다양한 새 IT기기 뿐 아니라 게임 산업에도 관심이 높은 인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게임을 포함시켰을 정도다. 그는 지난해 열린 ‘STEM 비디오 게임 챌린지’로 첫 포문을 열었다.

STEM 비디오 게임 챌린지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 개혁 사업 중 하나다. 게임을 통해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eneering), 수학(Math) 부문에 대해 동기 부여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아이들의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업은 미 백악관이 기획하고 AMD, MS, ESA 등이 후원했다. 액티비전블리자드를 비롯한 게임 IT 기업들이 이 대회를 돕기 위해 자선 단체를 설립했다.

우리 정부도 게임과 교육을 합친 G러닝 사업을 진행한 바 있지만 전시성 사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게임 사업 규제에 관련 사업이 자연스럽게 묻혔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게임과 교육을 합친 G러닝 사업을 진행했지만, 전시성 사업으로 몰락하는 분위기”라면서 “게임하는 아이를 게임중독자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교육 당국이 G러닝 사업을 계속 지원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는 게임을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박 후보는 기능성 게임 활성화를, 문 후보는 IT와 융합된 첨단 서비스와 문화 예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을 전했다.

■게임 산업 진흥과 규제, “균형 감각 필요”

게임하는 이용자들을 마약 중독자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을 마약 제조자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바로잡아줄만한 인물이 차기 정권의 주인이 돼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모든 산업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하고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라는 것. 따라서 순기능 역기능을 올바로 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한다는 얘기다.

지난해와 올해 게임업계 최대 이슈는 규제. 청소년 게임이용 규제책들이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션다운제라는 틀 안에서 법제와 됐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및 아이템 현금 거래 금지 등의 이슈도 부각됐다.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제공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게임물 제공자는 해당 시간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해야하는 셈.

이후 등장한 선택적 셧다운제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요청할 경우 게임 이용방법과 시간 등을 제안하는 제도다.

하지만 청소년 게임 이용에 두 가지 규제가 동시에 적용됨에 다라 강제적 셧다운제가 금지하는 심야시간 외에도 낮 시간에도 게임시간 선택적 셧다운제를 근거로 청소년에게 게임 제공을 제한할 수 있어 이중 규제란 지적을 일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온라인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 최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측은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요약하면 박 후보는 찬성을, 문 후보는 검토 입장을 전했다.

박 후보 측은 “게임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셧다운제 시행 뿐 아니라 청소년의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의 관심과 지도가 중요하다.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여가 문화 환경 조성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 측은 “법적 강제수단만 강조하다 보면 관련 산업의 위축 및 청소년들의 주민번호 도용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 시민사회단체, 학부모 등 다양한 의견 수렴 후 확대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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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입장차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현 정부의 정책은 인터넷이든 게임이든 차단 정책으로 일관했다. 미국 등은 게임을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라며 “차기 정권은 능동적 게임 활용정책을 내놔야한다. 관련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이어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셧다운제 등의 규제 정책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게임 강국이지만 정책 기반자들이 이를 모른다는 것은 서운하다”면서 “(대선 후보들은)게임을 통해 기업과 사회, 정부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알아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