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2차 디스플레이 전쟁…왜?

일반입력 :2012/12/15 09:05    수정: 2012/12/16 09:14

정현정 기자

세계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공방전이 격화되고 있다. 양사는 올해 들어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둘러싼 소송전을 전개한 데 이어, 이제 그 범위가 액정표시장치(LCD)까지 확전되는 양산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기술로 대변되는 AH-IPS 패널로 고해상도 LCD 시장 선도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여론전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자존심을 회복하고 기술우위를 과시하기 위해 강수를 택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7일 자사의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혐의로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LCD 패널특허 4건과 제조공정특허 1건, 모듈·구동회로특허 2건 등 총 7건이다.

양사는 각자의 고해상도·광시야각 LCD 구현 방식의 고유성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삼성 측은 LG디스플레이가 AH-IPS(Advanced High Performance In-Plane Switching)라고 부르는 기술이 삼성이 특허를 보유한 PLS(Plane to Line Switching)와 동일한 구조의 액정 구동 방식으로 삼성의 특허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LG디스플레이는 초창기부터 자사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IPS 기술과 AH-IPS의 연관성을 내세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 측 제소에 대해 “삼성 측이 LG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IPS의 아류인 PLS 기술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삼성 측은 “이번 특허소송은 IPS가 아닌 AH-IPS의 구동기술에 대한 것으로 LG는 특허소송의 대상 기술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한것 같다”고 응수하며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10년 된 PLS 기술 왜 이제서야..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초로 PLS에 관한 특허를 출원한 것은 1997년 11월로 2001년 이 특허에 대한 등록을 마쳤다. 나머지 관련 특허들도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출원됐다. 최초 기술개발 시기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관련 특허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바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되는 기술도 있지만 시장이나 기술 발전 단계에 따라 특허가 적용되는 시기가 달라진다”면서 “최근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기술 도용이 심각해지고 있고 잘못된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용 디스플레이에서 고해상도·시야각이 중요해지면서 LG디스플레이가 AH-IPS 기술로 선두 이미지를 굳히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이번 소송으로 표출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IPS와 PLS가 같은 계열의 기술로 삼성이 적대진영의 기술 방식을 수용한 것처럼 여론전도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판단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초창기 LCD 시장만 해도 시야각을 넓게 하는 액정 기술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LCD 산업이 모니터 및 TV 분야로 확대되면서 화면사이즈가 커지고 여러 각도에서 시청하기 시작하면서 광시야각 기술이 LCD 제조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샤프, 삼성, AU옵트로닉스 등 대다수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구현이 비교적 쉬운 VA(Vertical Alignment) 진영에 섰지만 LG디스플레이는 1999년 22인치 IPS를 개발해 첫 선을 보이는 등 나홀로 IPS 방식을 고수해 온 것은 사실이다. AH-IPS는 이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으로 IPS와 마찬가지로 시야각과 터치스크린에 안정적인 영상을 제공하면서 명암비와 밝기 측면에서는 IPS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다.

■AH-IPS vs. PLS, 원조기술 누구?

특히 애플이 2010년 아이폰4부터 AH-IPS를 적용한 LCD 패널을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채택하면서 AH-IPS가 모바일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세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제 IPS는 LG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할 만큼 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삼성도 갤럭시탭 7.0부터 최근 넥서스10까지 PLS LCD를 탑재하고 5세대 LCD 라인을 PLS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 같은 변화가 경쟁사의 기술을 수용한 것이 아닌 단지 LCD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LCD가 탑재되는 IT 기기가 주로 모니터나 노트북 위주였고 휴대폰 역시 피처폰이 주류를 이루면서 생산이 용이하고 경쟁력이 뛰어난 VA 방식을 사용했지만 최근 시야각과 해상도가 중요해지면서 PLS 비중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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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이 보유 중인 PLS 관련 특허는 하나의 면형(Plane) 전극 위에 선형(Line)전극을 수평으로 중첩 배치하는 전극구조에 대한 것”이라며 “삼성은 관련 기술을 선행개발해 1997년 세계 최초로 PLS 기술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는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PS를 최초 개발한 업체가 히타치 임에도 LG디스플레이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이름붙여진 AH-IPS 등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이니셔티브를 쥐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기술에서 열위에 있다는 인식을 타개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