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삼성전자가 7인치 이상 태블릿 제품에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스마트폰 주력제품에 대부분 아몰레드를 탑재해 온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그 동안 아몰레드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액정표시장치(LCD) 진영과 대립각을 세워오던 삼성이었지만 이상현상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기존 중소형 아몰레드를 중대형으로 확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삼성의 LCD 전략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삼성전자가 LCD 기술로 채택한 PLS(Plane-to-Line Switching) 방식은 LG디스플레이가 주력으로 삼는 IPS(In-Plane Swiching)와 사실상 같은 계열의 기술이다. 이는 지금까지 삼성이 고수해 오던 VA(Vertical Alignment)노선에서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
삼성이 주력 아몰레드를 LCD로 바꾼 배경으로는 ▲번인(Burn-in) 현상이나 발열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한 점 ▲생산능력(CAPA)의 한계 ▲비싼 생산단가 극복의 실패 등이 꼽힌다. 또 기존 VA방식 LCD를 적대진영인 LG디스플레이의 주력인 PLS로 바꾼 이유는 터치 기능을 기본으로 하는 트렌드 변화에서 이 방식이 유리해진 점이 꼽힌다.
■AMOLED는 미완의 기술?
삼성전자의 태블릿 라인업 중 아몰레드를 채택된 제품은 올해 초 LTE 버전으로 출시된 갤럭시탭7.7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선보인 안드로이드 4.2(젤리빈) 태블릿 넥서스10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0.1인치 PLS LCD 패널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갤럭시탭7.0을 처음 선보인 이후 최근 넥서스10까지 태블릿 제품에 LCD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까지 전략 스마트폰 제품에 주력 디스플레이로 AMOLED 사용을 확대해 온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LCD채택 확대 배경으로 ▲아몰레드의 기술적 한계 ▲삼성전자 스마트폰용만으로도 과포화상태인 생산능력 ▲비싼 패널 단가 부담 등을 꼽는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갤럭시탭7.0부터 8.9인치와 10.1인치 태블릿 제품, 최근 넥서스10까지 꾸준히 PLS LCD를 디스플레이로 채택해왔다”면서 “7인치 이상 중대형 제품까지 AMOLED를 적용하기까지는 높은 생산단가의 문제가 있는 데다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의 세계적인 인기로 아몰레드 생산물량을 확보하기에도 벅차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면을 오래 켜두면 특정 화소의 수명이 다해 잔상이 영구적으로 남는 번인 현상과 디스플레이 수명, 발열 문제 등 아몰레드 자체가 아직 과도기적인 기술이라는 점도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삼성 “VA 대신 IPS”
이와 함께 LCD에 있어서도 삼성의 노선 변화가 읽힌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5세대 LCD 라인을 모바일 디스플레이에 적합한 PLS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그 동안 강조하던 VA(Vertical Alignment) 대신 PLS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삼성은 광시야각 LCD 액정구동방식으로 VA와 IPS를 두고 지난 10여 년 간 LG디스플레이와 대립각을 세워오던 끝에 슬그머니 적대진영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론 낸 셈이 됐다.
LG디스플레이가 간판격으로 내세워 온 IPS는 일본의 샤프가 VA 방식으로 처음 개발한 LCD를 히타치가 개량한 기술이다. 삼성과 LG는 20년 전 LCD 사업에 진출하면서 서로 다른 방식의 기술을 받아들였다.
삼성이 이처럼 적대진영의 LCD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CD가 탑재되는 IT 기기가 주로 모니터나 노트북 위주였고 휴대폰 역시 피처폰이 주류를 이뤘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비교적 생산이 용이하고 제조비용 경쟁력이 뛰어난 VA방식이 단가가 높고 생산방식이 까다로운 IPS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2007년 전후, 아이팟과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트렌드가 변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VA는 터치 기능 적용에도 단점이 있었다. 액정을 수직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터치시 액정 복원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반면 IPS는 액정이 수평으로 배치돼있어 터치 시에도 액정이 곧바로 복원되는 장점이 있다.
관련기사
- 삼성, OLED 투자 숨고르기 나섰나?2012.11.12
- 번인현상 뭐길래…아몰레드 대세론 타격?2012.11.12
- LG 모니터, IPS 패널 비중 확 늘린다2012.11.12
- SMD "IPS보다 나은 '수퍼PLS' 개발…내년초 양산"2012.11.12
이에 삼성 역시 터치에 적합한 기술과 모바일 시장 대응을 위해 PLS 개발을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VA 기반을 버리고 IPS 계열 기술을 선택한 셈이지만 이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PLS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IPS를 최초 개발한 업체가 히타치 임에도 LG디스플레이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이름붙여진 AH-IPS 등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나서면서 이니셔티브를 쥐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