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인현상 뭐길래…아몰레드 대세론 타격?

일반입력 :2012/07/13 13:54    수정: 2012/07/13 18:15

정현정 기자

갤럭시S3 사후서비스(AS) 방침으로 불거진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번인(burn-in)현상이 AMOLED 대세론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현재 기술로 번인현상을 방지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데다 소비자 여론도 부담이다.

번인현상이란 고정된 화면을 장시간 켜놓거나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될 경우 해당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화면상에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각 소자가 스스로 유기화합물을 태워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특정 화소의 수명만 줄어들면서 해당 픽셀의 휘도(밝기)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생긴다.

CRT와 PDP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문제지만 AMOLED의 경우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번인 현상에 더 취약하다.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 등 AMOLED가 탑재된 스마트폰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그 동안 소수 이용자들 사이에서 문제로 거론됐지만 최근 갤럭시S3 제품설명서에 포함된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중적인 논란이 촉발됐다.

■대책없는 번인? 삼성 “기술 발전 과정”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태생적 한계로 지적되는 번인현상은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상태다. 공정 단계에서 일종의 '화면보호기'처럼 고정된 화면을 감지해서 픽셀 단위로 미세하게 화면을 움직이는 보정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이온 충격에 내성이 강한 재료를 찾는 것이 급선무지만 이 역시 만만찮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몰레드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OLED 기술이 발전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과도기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번인 현상이 치명적인 결함이었다면 양산 자체가 불가능 했겠지만 양산이 가능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개선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완제품에서는 AP나 배터리 발열 등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기물 재료 개발을 통해 소자 수명을 늘리고 있으며, 다른 부품들도 전반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AMOLED는 등장 초기만 해도 수명이 짧아 양산에 어려움을 겼었다. 번인현상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AMOLED가 대세 굳히기에 성공한 이유는 이를 상쇄할 만한 장점 때문이다.

AMOLED는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간단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다 원가도 싸다. 이에 비해 색상대비와 색감 등 지표가 월등히 뛰어난 장점이 있다. LCD가 가진 고해상도와 두께 등 이점에 PDP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자연스러운 화질을 동시에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패널 제조사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로 집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문대규 순천향대 교수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번인현상은 OLED 초창기에 문제로 대두됐지만 현재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일부 제품이나 사용상의 문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자수명을 늘리고 구동방법과 소재 등의 개선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AMOLED 대형화에도 번인현상 ‘걸림돌’

이 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삼성 입장에서는 번인 현상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이번 논란으로 AMOLED의 기술적 한계가 대중적으로 노출됐다는 점도 마케팅 전략에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AMO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소비자 여론도 주목된다. 사용상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색재현율, 리얼블랙, 반응시간 등 아몰레드의 장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치명적 약점을 지닌 AMOLED의 마케팅의 승리라고 폄하하는 회의론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AMOLED와 경쟁관계에 있는 IPS 패널의 장점이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정윤성 디스플레이서치 상무는 삼성이 번인현상을 AMOLED 자체의 문제로 인정할 경우 조건없는 무상교체가 불가능한 데다 이를 악용한 블랙컨슈머들의 AS 요구의 고의성도 판단하기 어려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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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인현상은 AMOLED 대형화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등 소형 단말기에 집중됐던 OLED 기술 개발이 연내 대형 55인치 OLED TV로 확대될 전망인 가운데 유독 중간크기의 디스플레이 개발소식이 감감한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인터넷 브라우징이나 문서편집을 하면서 한 화면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노트북이나 PC에 있어서 번인현상이 더욱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보다 높은 휘도를 채택한 TV의 경우에는 번인 현상이 두드러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