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H사의 준중형차를 1천400만원쯤 주고 구입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같은 모델의 가격은 2천100만원이 넘는다. 50%가 뛴 것이다.
간혹 지인들끼리 자동차 얘기를 하다보면 국산 신차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성토한다. 이어, 정부가 1‧2위 업체의 합병을 승인한 것이 중‧장기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통신시장도 유사하다. 과거 신세기통신과 한솔PCS 등이 인수‧합병되면서 통신시장은 10년 넘게 3개사가 과점하는 구조다. 또 유무선이 통합되면서 이동전화-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의 결합시장 마저 3개사의 주도권 아래 놓여있다.
이들 3사가 내놓는 유무선 통신상품은 명칭만 다를 뿐 요금의 변별력을 구분하기 어렵다. 간혹, 담합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처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결국 요금, 서비스의 차별화가 없다보니 보조금을 얹은 가입자 쟁탈전은 매번 전쟁을 방불케 한다.
통신시장의 과점 현상은 휴대폰 유통시장의 불균형으로도 이어진다. 이통사가 휴대폰 유통을 사실상 독점해 오면서 이통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제조사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이렇게 왜곡된 구조에서 나오는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에 소비자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여기에 특정사업자의 지나치게 높은 시장점유율이 시장가격마저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된다. 혹자는 제조사의 가장 큰 리스크가 유통과 재고관리인데, 이통사가 유통을 책임지고 물량 개런티를 해주니 일부 인기 제조사만 배불린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이들 시장의 공통점은 과점시장에서 오는 구조적 병폐다. 건전한 경쟁 활성화가 없다보니 시장 논리와 맞지 않는 가격이 형성되고 소비자만 ‘봉’ 취급을 당한다.
기술이 발전, 고도화되고 대량 생산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유독 자동차와 휴대폰만은 거꾸로다. 통신사는 지난 몇 해 동안 물가상승률 대비 통신요금이 낮아졌다고 주장하나 소비자들의 체감요금은 이와 다르다.
정부가 ‘알뜰폰’이라 허울 좋게 이름 붙인 이동통신 재판매나 자급제폰 등 경쟁 활성화 정책도 현 구조 아래에서는 제 힘을 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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