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5mm 애플 아이맥, 살 빠진 비결은?

일반입력 :2012/12/05 08:53    수정: 2012/12/05 13:38

남혜현 기자

가장자리 두께 5mm. 화면 뒤를 둥글게 감싸 가장 볼록하게 솟은 부분도 4cm에 그친다. 이 좁은 공간에 어떻게 CPU나 그래픽카드 같은 주요 PC 부품이 모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지난달 30일,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21인치와 27인치 아이맥을 출시했다. 아이맥이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된 것은 지난 2009년 10월. 정확히 3년1개월만에 나온 새 아이맥은 외모부터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아이맥 다이어트 비결은 디스플레이 패널과 유리의 부착 방식에 있다. 패널과 유리 사이에 있던 2mm의 공기층이 사라진 것. 신형 아이맥은 패널과 유리 사이 틈새를 없애고 두 장의 판을 아예 밀착시켜 버렸다.

2mm는 아주 좁은 공간이지만, 전체적인 조형과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패널과 유리가 압착되면서, 두께가 얇아진 것은 물론 이물질 침투, 화면 반사 등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됐다.

공기막은 두께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기존 아이맥 일부에서 지적됐던 화면 그을음 현상, 즉 패널 일부에 누런 부분이 생기는 현상도 없앴다. 애플 측에선 그간 그을음이라 불렸던 패널 문제가 공기막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형 아이맥엔 공기층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같은 그을음 현상도 함께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리 안쪽의 공기막으로 조명이 비치면 화면 반사도 심해진다. PC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쳐 불편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유리와 패널이 압축되면 이 공기막이 사라진다. 빛 반사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때문에 빛 반사를 막기 위한 필름도 신형 아이맥에선 제거했다. 대신 플라즈마 이온 입자를 화면 위에 얇게 살포해 빛 반사를 줄였다. 유리 위 플라즈마 이온 입자 두께는 나노 밀리미터 수준이라 측정이 어렵다. 아이맥 두께를 줄일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다. 두꺼운 필름으로 일어났던 색 왜곡 현상이 줄어든 것은 부수적 효과다.

전체적인 두께가 얇아지다보니 새 아이맥 개발 중 가장 난항을 겪었던 것이 아이맥 외관을 감싼 알루미늄판 용접이다. 두 장의 판을 합친 알루미늄 두께가 5mm에 불과하니 기존처럼 레이저로 용접하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애플이 선택한 방식은 우주선, 비행기 등 특수소재 용접에 사용하는 마찰교반용접이다. 쉽게 말하면 알루미늄 판 두개를 아주 세게 눌러주는 것이다. 금속과 금속을 맞대 놓고 아주 높은 압력으로 누르게 되면 마찰열이 생긴다. 이 열로 인해 알루미늄 판이 일부 녹게 되고, 녹은 부분이 합쳐지면서 굳으면 마치 원래부터 하나의 소재였던 것처럼 붙어버린다.

카메라와 마이크는 제품 상단에 위치한다. 카메라는 720p 해상도를 지원해 영상통화인 페이스타임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소리를 빨아들이는 마이크를 두 개 설치한 것은 사람 목소리를 또렷히 잡고 주위 소음을 없애기 위한 방안이다.

아이맥의 뒷면도 깔끔해졌다. 21인치 모델에선 메모리를 추가할 때 사용하던 램 소켓이 사라졌다. 때문에 제품 주문시 8기가바이트(GB)와 16GB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추후 메모리 확장은 불가능하다. 물론 27인치 모델에는 아직까지 뚜껑을 열어 메모리카드를 추가할 수 있는 소켓이 위치한다.

뒷면 확장 단자로는 마이크로SD카드 단자, USB 3.0과 2.0 겸용 단자 4개, 썬더볼트 단자 2개, 유선랜 연결 단자 등이 나란이 위치했다. 열을 배출하는 통풍구는 뒷면과 모니터 아래 부분에 얇게 퍼져 존재한다. 약 10분간 아이맥을 통해 음악을 듣고 풀HD 영화를 보았을 때, 발열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21인치 아이맥은 인텔 코어i5 프로세서(2.7GHz/2.9GHz)와 엔비디아 지포스 GT 640M/650M 그래픽 프로세서를 갖췄다. 4GB짜리 2개를 합친 8GB 1600MHz DDR3 메모리를 지원하며, 용량은 1~3테라바이트(TB)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169만원부터 199만원 사이다.

27인치 아이맥은 인텔 코어i5프로세서(2.9GHz/3.2GHz)와 엔비디아 지포스 GT 660M/675M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했다. 메모리는 21인치 제품과 같은데, 이 외에 SO-DIMM 슬롯 4개를 추가해 사용자 편의성을 더했다. 용량은 마찬가지로 1~3TB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239만원에서 267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사양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저장공간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다. 그 안에 128GB 용량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넣었다. 그런데 애플은 사용자가 새 아이맥을 사용하면서 HDD와 SSD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단일 볼륨으로 HDD와 SSD를 섞어버렸기 때문이다.

HDD와 SSD의 사용 비중을 판단하는 것은 아이맥의 두뇌, 즉 마운틴라이언 운영체제다. 자주 사용하는 빈도에 따라, 접근이 잦은 프로그램이나 문서는 자동으로 SSD에 저장하게 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사용자는 SSD를 별도 관리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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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보호기 상태서 전력 소모가 기존 제품 대비 절반 정도 줄었고, 전체적인 부피도 40%가까이 줄어 전기와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은 만족할만한 부분이다. 고가로 인식됐던 아이맥이 최소 사양의 경우 169만원으로 내려온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일체형PC에 외장 그래픽카드가 들어간 부분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세컨드TV로 데스크톱 모니터를 이용해왔던 사람이라면, 아이맥 외에 별도 TV 수신용 모니터를 구매해야 한다. 아이맥은 제품 내부에 TV 수신용 모듈을 달았더라면 더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외에 아직까지 썬더볼트를 지원하는 외부 기기가 많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대중화를 위해서라면 아이맥 가격이 조금 더 내려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