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소프트웨어(이하 공개SW) 활용을 늘리자는 정부 방침이 유료 패키지 솔루션 업체에 악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졌다.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에 참조되는 중앙정부의 공개SW 도입사례가 확산되면 상용 패키지소프트웨어(이하 상용SW) 사업에 타격이 클 거란 예상이다.
올 상반기 정부는 업계 목소리를 수렴해 공공부문에서 상용SW 제값주기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공공정보화사업에서 공개SW 도입과 구축방식을 유료의 패키지SW와 별개로 인식하면서다.
지난 6월말 지식경제부가 '상용SW 유지관리 합리화 대책'을 추진하며 상용SW 제품에 대한 적정대가 지급체계 정비, 공개SW 유지관리 대가기준 체계화, 개정 SW산업진흥법에 근거한 법규준수 관리감독 강화 방침을 알렸다.
행정안전부도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중심으로 공개SW 활용에 무게를 두고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같은 글로벌 IT트렌드에 대응할 계획이다. 중앙기관의 도입사례가 늘 수록 각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참조할 사례는 많아질 전망이다.
공개SW 사업자들은 당연히 이런 분위기를 반긴다. 굳이 대규모로 추진되는 신규 구축사업이 아니더라도 라이선스료 절감 차원의 특정 IT자원 대체사업에 공개SW 공급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용SW를 공급해온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걱정스러운 모습이다.
글로벌 SW업체들의 수직통합솔루션 공세에 맞서 국내 사업자간 연합체를 결성한 한 상용SW 업체 관계자는 지난 28일 정부가 공개SW를 전사지식포털(EKP)이나 그룹웨어를 비롯한 통합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정보화사업에 활용하는 데 관심이 높은 걸로 안다며 공개SW와 상용SW 도입사례를 비교해 (다른 점이 떨어지더라도 비용 측면이 유리하다는) 성과만 있으면 그 분위기가 크게 확산될까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공개SW vs 상용SW, '비용'만 보고 결정?
이미 정부는 글로벌 SW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라이선스료에 기반하는 유지관리 비용 부담을 인식하고 있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라이선스 가격이 저렴한 국산 상용SW와 라이선스가 공짜인 공개SW 도입을 늘리려는 움직임에는 비용절감에 대한 기대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개SW 도입성과가 반드시 상용SW 활용시보다 나으리란 보장이 없다. 하지만 발주처 입장에선 공개SW 공급업체가 아무래도 사용자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가능하다. 공공 영역뿐아니라 민간사업 발주처에서도,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트렌드에 기성 솔루션으로 만족하지 못한 사용자들이 직접 공개SW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정부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시 필요한 기능을 구현 가능한 '상용SW를 우선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공개SW와 상용SW 간의 선택을 차별하지 않는다. 전체 사업내용 가운데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상용SW 대신 공개SW를 선택하는 현상이 없을 거라 장담키 어렵다. 단순 비용만 놓고 경쟁할 경우 상용SW업체는 공개SW에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상용SW업체 입장이 성급한 우려일 수도 있고, 사업자 스스로 대응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국내서는 아직 공개SW 시장조차 제대로 꽃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상용SW와 공개SW 사업자간의 형평성을 따질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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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 SW 시장이 비용은 가능한한 줄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하기 위해 '선행사례' 의존하는 경향이 공공부문의 공개SW 쏠림으로 나타난다면 상용SW 업체와 공개SW 업체, 어느쪽도 환영할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공개SW 도입을 장려한다고 (업계 우려만큼) 기존 상용SW 시장을 얼마나 대체할지 예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장기적으로 정부가 공개SW 활용을 늘리는 건 맞지만 상용SW 시장 역시 함께 발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