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NHN 제휴 후폭풍...ICT업계 '벌벌'

일반입력 :2012/11/20 14:41    수정: 2012/11/21 12:21

정윤희 전하나 기자

“공룡 이동통신 1위와 포털 1위가 손잡았으니 ICT 생태계 전체가 벌벌 떨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SK텔레콤과 NHN은 전방위적 협력 제휴를 발표했다. 빅데이터, 신규서비스 개발, 글로벌 대응체계 구축에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다. 미래 성장 동력을 함께 발굴하고, 고객 생활 패러다임 혁신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빅뱅’을 선도한다는 것이 목표다.

거룩하기까지 한 청사진이지만 관련 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업계 곳곳에선 벌써부터 독과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통신, 포털업계 독과점 사업자가 뭉쳐 또 하나의 거대한 ICT 공룡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의 점유율은 지난 9월말 기준 50.26%에 달한다. 검색 시장에서 NHN 네이버의 점유율은 더하다. NHN은 지난 7월 기준으로 유선(PC웹) 73.3%, 무선(모바일) 74.2%의 검색점유율을 기록했다.

■통신+포털, 예상되는 시너지는

양사가 방점을 찍은 것은 빅데이터 사업이다. 최근 글로벌 ICT 기술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빅데이터 분야 공략을 위해선 각 시장 1위 사업자와 손잡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SK텔레콤과 NHN은 각사 고객들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서비스 등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SK텔레콤의 상권분석 서비스와 NHN의 지역정보 서비스를 결합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내달부터 프로젝트 그룹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에선 빅데이터 외에도 SK텔레콤이 일본 콘텐츠 시장 진출을 위해 NHN재팬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자회사 SK플래닛을 통해 일본판 T스토어 ‘킵(qiip)’을 내놨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킵이 일본에 진출한지 1주년이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은 거두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본은 로컬 통신사 마켓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가 워낙 강해 킵이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SK플래닛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일본 내 점유율 경쟁에 힘을 쏟기보다 한국 콘텐츠를 수급하는 방식으로 새 공략법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 NHN재팬이 가세한다면 ‘킵’의 일본 시장 공략 선회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KDDI-NHN재팬의 협력관계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SK텔레콤이 글로벌 메신저 시장에서 7천600만명의 가입자 풀을 보유한 NHN ‘라인’과 연동한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란 시나리오다.

국내에선 망중립성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7월, 일본 2위 이동통신사업자 KDDI(au)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현재 KDDI는 월 4.7달러에 500개의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au 스마트패스’에 ‘라인’을 추가해 서비스 중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뭉쳤다…업계 술렁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SK텔레콤과 NHN이 ‘글로벌 시장 겨냥’을 내세웠다고 해도, 각각의 시장에서 독과점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 파급력 역시 클 것이란 예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한 시장 경쟁 측면에서 시장 1위 지배 사업자가 서로 손을 잡는다는 것은 반칙 아니냐”며 “두 사업자의 협력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시장에서 쫓겨나는 중소사업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ICT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지배적 사업자끼리의 결합은 시장 흐름을 장악해 참신한 서비스 출시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SK텔레콤과 NHN으로서는 ‘협력’이라는 생존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 벤처 기업들과의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선택한 자구책일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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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제휴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인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망중립성을 사이에 두고 으르렁 거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통신-포털 간 소모적 경쟁 관계를 불식 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한 모바일 개발사 대표는 “이번 협력으로 통신사가 인터넷 기반, 혹은 모바일 사업자들을 단순히 ‘무임승차자’가 아닌 ‘동반자’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