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애플에 공급해주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놓고 어쩌면 이렇게 강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대량 물량 구매력을 바탕으로 공급자들에게 후려치기를 하기로 악명높은 애플에 대해 최근 AP칩 가격 20% 인상을 한데 이어 14일에는 애플과의 특허분쟁에 끝까지 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HTC와 애플간에 특허분쟁 소송을 해소하기로 한 다음날이다.
배경 중 하나로는 애플이 2014년 이후 삼성전자에서 TSMC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 위탁생산 업체(파운드리)를 바꾸더라도 가격인하 등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AP 시장의 공급구도가 변하고 있고 그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커 TSMC로 옮기면 AP 가격 상승 인상 효과만 따라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세계반도체업계에서는 애플이 AP 양산 물량을 TSMC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다. 애플이 AP에서도 부품 공급사 다변화 전략을 계획하고 있었고 2014년 이후 20나노 공정이 양산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의 노림수는 공급사 다변화를 통한 가격 인하다. 하지만 최근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은 변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의 입지도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다.
AP는 메모리처럼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수율 내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기술력이 안되는 업체는 점차 도태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미세공정에서 선도 업체로는 3개사가 꼽힌다. 인텔, TSMC, 삼성전자 등이다.
이중 인텔을 제외한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다. AP 파운드리 경쟁이 2강 구도로 좁혀졌다.
■애플 파운드리 가격 재기 “쉽지 않다”
애플은 2008년 이후 PA세미, 인트린시티 등 반도체 업체 인수,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 등을 하며 독자 반도체 개발 능력을 쌓았다. A4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의지했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술 기반이 마련됐다. 애플은 여전히 공장은 없다. 설계 기술만 쌓았다. 대신 양산을 해줄 파운드리 업체를 찾아야 하는데 파운드리 업계 상황은 애플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 외신은 TSMC가 애플, 퀄컴의 선수금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TSMC가 굳이 선수금에 묶여가며 이들 업체에 종속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선수금을 받은 뒤 애플을 특별 대우하는 것에 대해 TSMC가 썩 내켜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AP 업계는 이미 올해 28나노 공정을 전환하며 극심한 파운드리 공급부족을 겪었다. 퀄컴, 엔비디아 등이 공급부족을 경험한 업체다.
파운드리의 위상은 올라갔다. TSMC 역시 애플이 대형 고객사인 것은 인정하지만 특별 대우까지 해줘야 하는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팹리스 업체는 많다.
28나노에 이어 20나노에서도 파운드리 공급부족 현상은 재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메모리처럼 AP도 애플이 가격 할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제 AP 양산 경쟁은 TSMC, 삼성전자로 압축됐다고 봐야 한다”며 “애플의 가격 인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UMC가 28나노 수율 문제 해결 속도가 더디고 글로벌파운드리 역시 경쟁상대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TSMC가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이냐는 것은 의문이다.
■삼성 공정특허 피해 개발하려면…
애플, TSMC가 손을 잡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삼성전자의 공정 특허다. 애플이 파운드리에서도 동일한 플랫폼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TSMC가 삼성전자로부터 라이선스를 사와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소 팹리스 업체는 주로 파운드리가 이미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애플같은 대형사들은 공정 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파운드리 업체는 이에 대한 특허를 내기도 한다”며 “삼성전자도 공정 관련해서 다양한 특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기술에서는 독자 개발을 선언한 TSMC에 비해 IBM 등과 함께 기술을 개발한 삼성전자가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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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32나노에서 28나노로 전환하는 과정이 TSMC 등 다른 파운드리와 비교해 수월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종합해 보자면 애플이 삼성전자 AP 비중을 급격히 낮추는 것은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하며 거대한 캡티브 시장을 이미 확보했고 여기에 윈도8 등의 보급이 본격화되며 애플 외 다른 완제품 업체들로 고객이 다변화됐다”며 “애플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