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가지’ 상술, 지스타 惡 되나?

일반입력 :2012/11/14 11:46    수정: 2012/11/14 13:18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I’ 게임회사에서 근무하는 진 모㉜씨. 지난 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2’에 1박2일 출장을 갔다 모텔들의 바가지요금 때문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모텔 일반실이 없어 특실을 잡았고, 보통 7~8만원 하는 특실 가격을 2배 가까이 높여 불렀지만 주변에 숙소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14만원을 주고 하룻밤을 보냈다.

#.서울 목동 ‘M’ 언론사에서 게임 담당 기자로 일하는 박 모㉜씨도 지스타 출장을 갔다가 곤란한 일을 겪었다. 올해 4번째로 부산에서 열리는 지스타여서 취재에 큰 부담 없이 갔다가 도를 넘은 택시들의 승차 거부에 화가 치솟았다고. 길거리에 빈 택시가 즐비한데도 해운대에서 벡스코 정도의 가까운 거리는 아예 가지 않는다며 다른 택시를 이용하라는 부산 택시 기사들의 태도에 자칫 행사 시간을 놓칠 뻔한 아찔한 상황까지 겪었다.

민간 주도로 처음 진행된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2’에 대한 성공적인 평가가 줄을 잇는 반면, 부산 숙소들의 바가지요금과 택시 기사들의 승차 거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부산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해온 지스타지만 이를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가 점점 심화되고 있어 차기 지스타 개최지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지스타는 총 관람객 수 29만6천(실 인원 19만)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또 B2B 전시관을 통한 나흘간의 수출계약금 역시 전년보다 무려 49% 증가해 1억4천799만 달러의 기록을 세웠다.

2009년 지스타가 부산에서 처음 열렸을 때만 해도 24만 명이던 관람객 수는 현재 30만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으며, 2천886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 계약금도 4년 사이 5배 가까이 뛰었다.

지스타는 지난 2010년 부산발전연구원이 조사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액만 600억원을 웃돌며, 이로 인한 부가가치나 고용 창출 효과 역시 상당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지역경제 파급 효과액이 무려 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스타가 부산에 가져다 준 경제적 효과와 달리 관람객과 관계자들을 대하는 부산의 민심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숙박업소들이 지스타 기간을 성수기로 분류해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택시 기사들의 승차거부도 당연시 되는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취재 결과 행사의 양적인 규모와 질적인 콘텐츠는 성장한 데 반해 이를 둘러싼 부산 시민들의 민심이 야속할 정도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부산시가 지스타의 최적의 장소로 벡스코를 꼽고 있지만 정작 행사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의 불편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지스타 주관사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달 중 차기 개최지 선정을 위한 공고를 띄우고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참가 접수가 완료되면 협회사 등 기업들이 직접 평가할 예정이다.

차기 지스타 개최지로는 부산 벡스코과 함께 일산 킨텍스 등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 서울 코엑스, 대구 엑스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중 부산시는 숙박 시 및 주변 인프라에 있어 벡스코가 지스타 개최를 위한 최적의 전시장임을 내세워 이번 개최지 선정 공모에도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킨텍스를 갖고 있는 고양시도 서울 도심과의 근접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워 이번 공모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게임 관계자들은 차기 개최지 자격 요건으로 각 지역 시민들의 공정한 영업활동과 올바른 의식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이를 관리 및 감독할 수 있는 개최지의 실질적인 노력과 대책이 평가 항목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관련기사

지스타 참관을 위해 부산 벡스코를 찾은 I 게임업체 진 모씨는 “사실상 성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성수기로 분류해 바가지요금을 씌우려는 모텔 주인은 정작 지스타가 앞으로도 계속 부산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가 결국 다음 지스타 개최지 선정에도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조만간 이번 지스타에 대한 평가회를 개최하고 실무자들이 이미 숙지하고 있는 숙박 및 교통 문제에 대한 대책과 해결책들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문제 등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책들을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 지역들이 1차 협상 대상자에 오를 수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