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태블릿과 터치스크린 환경에 대응해 상반된 운영체제(OS)전략을 펼쳐온 가운데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전략은 오히려 서로 닮은 접근을 보여 주목된다.
■PC를 넘어선 태블릿 OS, MS에겐 '확장'-애플에겐 '대안'
태블릿은 MS에게 PC의 '확장'인 반면, 애플에게 PC의 '대안'으로 요약된다. MS는 윈도8을 출시하며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는 PC와 터치스크린이나 펜을 쓰는 태블릿 환경을 아우른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애플은 당초 스마트폰용으로 만들었던 iOS를 아이패드에도 심었다. 애플의 PC용 '맥OS X' 시리즈와 별개로 만든 것이다.
양사가 태블릿 환경에 대응해 내놓은 최신 플랫폼 윈도8과 iOS6은 소프트웨어(SW)뿐아니라 이를 돌리기 위한 하드웨어(HW)도 상이한 특성을 갖췄다. 윈도8 기기는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노트북에 가까운 형태이거나 터치패드와 키보드 결합을 전제한 태블릿이다. 반면 아이패드 시리즈는 외장 입력장치 없이도 터치스크린만으로 쓸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OS를 다루기 위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구성도 전혀 다르다. 윈도8은 손이나 펜 터치 입력에 대응해 '모던UI(메트로UI 또는 스타일UI)'를 품었지만, 물리적 키보드와 마우스 입력에 익숙한 '데스크톱 모드'도 함께 제공한다. 그런데 iOS에 기반한 아이패드는 데스크톱 바탕화면처럼 수직수평으로 앱 실행 아이콘을 배열한 것 외에 PC 사용환경과 닮은 점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애플과 MS가 태블릿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생산성 SW 제품은 적어도 터치스크린 환경일 경우 비슷한 UI 개념을 구현했다. 이는 태블릿 기기 특성상 키보드 활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와 제한된 화면 크기를 고려해 낳은 결과로 보인다.
■MS, 터치스크린에서 사용자 '맥락'을 깨치다
우선 MS가 최근 국내 출시를 예고한 '오피스2013'은 윈도8처럼 마우스키보드에 알맞은 전통적 UI와 터치스크린 입력에 특화된 전용 조작체계를 함께 담았다. 이 가운데 터치 전용 UI로 추가된 신기능 '레이디얼(radial) 메뉴'가 기존 MS오피스뿐아니라 PC용 윈도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조작법을 제시한다.
기존 MS 오피스를 포함해 일반적인 윈도 프로그램들은 실행시 창 윗줄에 주요 기능을 모은 메뉴와 아이콘을 빽빽히 늘어 놓는다. 데스크톱 모드로 실행되는 오피스2013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각각의 앱도 기존 버전과 마찬가지로 편집에 특화된 수많은 기능을 미리 꺼내 표시해 준다.
다만 이를 터치스크린 전용 모드로 실행할 경우 화면에는 사용자가 다루고 있던 문서나 콘텐츠만 남는다. 주요 기능을 실행하려면 앞서 언급한 레이디얼 메뉴를 불러내야 한다. 레이디얼 메뉴가 제공하는 기능은 말 그대로 둥근 방사형 아이콘 묶음으로 표시된다.
그 항목들은 사용자가 그림을 편집 중인지, 문자를 입력 중인지, 단순히 읽고 있는지, 서식을 조절 중인지 등 상황에 따라 바뀐다. 외신들은 이런 특성에 주목해 레이디얼 메뉴가 '(사용자의) 맥락에 민감하다'고 묘사했다.
■애플 생산성 앱, PC 미루고 태블릿에 '총력'
아이패드용 '아이워크(iWork)' 앱들도 MS 오피스2013처럼 사용자가 무슨 작업을 하는지에 맞춰 필요한 기능들을 표시해 준다. 기본적으로 화면에 모든 메뉴를 보여주지 않고 사용자가 편집중이거나 내용을 확인하려는 콘텐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넘버스'를 보면 표 숫자를 고칠 때 함수 선택과 편집 메뉴가 나타나고, 그래프나 다이어그램에 초점을 맞출 때 그 이미지를 회전하거나 크기를 조절하는 도구가 표시되는 식이다. 이는 프리젠테이션 앱 '키노트'나 워드 앱 '페이지스'에도 공통되는 특성이다. 아이패드용 아이워크 앱 3종은 맥OS X용 아이워크와 같은 파일 형식을 지원할 뿐, 아예 따로 개발된 프로그램이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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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맥OS X용 아이워크를 더 이상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1월 출시한 제품이 최신판인데, 4년을 채워가도록 업데이트를 안 했다. 같은 기간 MS는 오피스2010, 오피스2013, 2번이나 업그레이드판을 내놓은 것에 비해 '손을 놨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MS가 데스크톱 오피스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는 동안 애플은 아이패드용 아이워크와 아이클라우드를 선보였다.
어쨌든 애플과 MS 모두 태블릿이 생산성 측면에서 긴요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아이패드용 아이워크나 MS오피스가 최신 버전에서 데스크톱용 오피스 앱의 모든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점점 더 많은 기능을 데스크톱 버전에서 태블릿 환경으로 가져올 것이라 예고했다. 좁은 화면과 터치 입력 위주인 환경에 대응해 어떻게 UI를 최적화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