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HWP 지원', 한컴오피스 없어도 될까

일반입력 :2012/11/14 08:37    수정: 2012/11/14 10:54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피스2013 버전부터 HWP 문서 읽기와 쓰기를 지원하지만 그 내용을 알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말 그대로 HWP 형식 파일을 읽고 쓰는 게 가능할 뿐 MS가 오피스의 핵심가치로 내건 신기능을 온전히 쓸 순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MS는 13일 오피스2013 출시간담회 현장에서 어도비 PDF와 더불어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HWP)' 형식을 '완전 호환'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MS가 워드2013에서 PDF와 HWP, 2가지 문서를 지원하는 수준은 전혀 다르다.

MS가 최신 오피스부터 기본적으로 PDF파일 읽기와 쓰기를 지원한다는 소식은 지난 8월 중순 알려졌다. 당시 MS는 새 오피스 프로그램에 포함된 워드 앱이 '스트릭트 오픈XML', '오픈다큐먼트포맷(ODF) 1.2', '어도비 PDF' 문서를 편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원래 MS오피스가 이전부터 HWP를 아예 지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도스용 한글워드프로세서 때부터 있었던 2.0 버전 형식부터 '한글97' 프로그램이 만드는 파일까지 열어볼 수 있었다. 정작 이후 나온 대다수 HWP파일에 해당하는 한글2002, 2005, 2007, 2010 버전 형식을 다루지 못해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오피스2013에서 HWP 파일을 읽고 쓰는 기술은 '전용 플러그인'으로 구현된 것이다. 오피스2013을 설치하고 전용 플러그인을 내려받아 추가하면 워드2013에서 '아래아 한글 5.0'에 해당하는 HWP 파일을 다룰 수 있다. 다시말해 HWP 포맷은 기본지원되는 어도비 PDF와 달리 보조적으로 지원된다.

아래아 한글 5.0은 지난 2010년 6월말 한글과컴퓨터가 'HWP 포맷 공개'를 선언하며 개방한 문서형식이다. MS오피스2013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은 곧 한컴오피스2010으로 만든 HWP 파일 내용을 열고 편집한 뒤 저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HWP를 처리하는 기능이 플러그인에 의존함에 따라 기능상 제약이 생긴다. 우선 MS가 새 오피스 제품에서 강조한 모바일 대응 역량을 단절시키는 모습이다. 이밖에 MS클라우드와의 연동이나 여러 플랫폼을 아우르는 신기능과 협업 지원 요소 등을 제한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HWP 파일은 워드(DOC), 파워포인트(PPT), 엑셀(XLS) 등 기본 오피스 애플리케이션 파일처럼 윈도 탐색기에서 불러오기 전에 그 내용을 '미리보기'할 수 없다. 문서내용을 감지해 보안사고를 차단하는 데이터손실방지(DLP) 등 기능도 기본적으로 적용이 어려울 듯하다.

또 '오피스웹앱스'를 통한 브라우저내 편집, 스카이드라이브 동기화나 협업 기능도 HWP 형식에선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플러그인이나 확장기능을 더할 수 없다고 알려진 서피스RT 태블릿의 '오피스2013RT'로 HWP 파일을 다룰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윈도폰8에 탑재될 앱이나 향후 출시 가능성을 열어둔 iOS, 안드로이드용 오피스앱으로도 HWP 파일을 쓸 수는 없을 전망이다.

즉 한국MS가 밝힌 HWP 형식 지원의 의미는 기존 데스크톱 기반 MS오피스사용자가 가끔 HWP파일을 다루는 상황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정도다. MS오피스와 한컴오피스를 불가피하게 중복 구입, 사용해온 조직이 비용절감을 위해 한컴오피스 사용을 그만두는 방안을 고려할만한 수준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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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2013의 HWP 편집기능에 이같은 제약이 있더라도 그간 HWP 파일을 다루느라 귀찮았거나 골치를 썩였던 국내 MS오피스 사용자들에게는 일정부분 반길만한 변화로 이해된다. 다만 향후 HWP 문서로도 수준높은 플랫폼 통합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려면 PDF처럼 MS오피스 문서처리엔진에 탑재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오피스2013는 다음달 1일부터 기업시장에 출시되며, 윈도8과 윈도7 PC에만 설치 가능하다. 아직 윈도8 확산이 탄력을 받았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MS는 최근 윈도7을 도입했거나 윈도8 교체수요를 만들어낼 기업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