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N업계, N스크린에서 새길 찾기

일반입력 :2012/11/09 08:32    수정: 2012/11/12 11:05

침체됐던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 시장이 모처럼 호기를 맞았다. 올해 방송업계가 N스크린 서비스를 봇물처럼 쏟아내면서다. CDN업계의 주요 수입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국내 CDN서비스업계는 게임, 인터넷포털, 웹하드, P2P 서비스 등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사업자수 증가로 극심한 가격경쟁이 벌어졌고,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상태다.

최근 N스크린이 방송산업계의 주요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상파방송사, 케이블TV방송사 등에 통신사, 인터넷서비스업체까지 N스크린 서비스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N스크린 서비스는 고화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최종 사용자 기기까지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CDN 기술이 필수적이다. 국내 소비자의 IT 기대치가 높기때문에, 전송 품질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CDN서비스업계는 N스크린 서비스 활성화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우후죽순’ N스크린 서비스 열풍

현재 국내의 유명 N스크린 서비스라면 CJ헬로비전의 ‘티빙’이 대표적이다. 작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400만명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료회원수는 10만명 수준으로 알려진다. 올해 유료화한 지상파방송사의 ‘푹’도 정식 서비스 3개월 만에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7만명 수준의 유료회원을 확보했다.

IPTV사업자인 통신사도 N스크린 서비스를 모바일TV 개념으로 내놨다. KT의 '올레TV나우', SK브로드밴드의 ‘BTV모바일’, LG유플러스 'U+HDTV' 등이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가는 추세다. VOD서비스인 SK플래닛(SK텔레콤 자회사)의 ‘호핀’도 3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통신사의 N스크린 서비스는 모두 유료 가입자로 집계되는데, KT 465만명. LG유플러스 182만명, SK플래닛 300만명 등 1천만명이 모바일TV를 이용한다.

호핀을 제외한 모든 국내 N스크린은 실시간 방송과 VOD를 함께 제공한다. 여기에 유스트림, 판도라TV, 곰TV 등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더하면 CDN업계에게 미디어 분야는 기회의 땅이다. 더구나 N스크린 서비스가 유료화 중심으로 정착되면 실질적인 현금거래 규모의 대형화 가능성도 높다.

■‘N스크린’ CDN 전문업체의 존재가치 드러내다

CDN업체들은 N스크린 등 동영상 전송사업을 미디어전송서비스라고 별도로 분류한다. 미디어전송서비스가 전통적인 CDN서비스보다 가망성을 인정받는 것은 품질에 대한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CDN시장이 얼마나 싸느냐에 집중된 것에 비하면 품질 경쟁 체제를 만들 여건이 충분하다.

사업 형태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인프라 제공업체의 역공에 대응할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CDN기능은 여러 오픈소스와 저가 모듈을 조합하면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클라우드서비스업체가 IT인프라를 무기로 CDN서비스를 내놓고, 과거 CDN업체에 회선만 공급했던 통신사가 직접 CDN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전송기술은 좀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동영상 해상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가변비트레이트 기술이나 콘텐츠 소비 기기의 종류에 따라 전송 코덱을 자동 변환하는 기술은 쉽게 개발하기 어렵다. 때문에 통신사도 전문업체의 SW기술을 라이선스하는 형태로 CDN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외 N스크린 서비스 사업자 중 인프라를 보유한 회사도 대부분 CDN전문업체의 SW라이선스 구매를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콘텐츠만 가진 사업자는 CDN 서비스로 제공된다. 푹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실시간 방송을, GS네오텍이 VOD를 맡고 있다.

■희망 속에서 마냥 웃고 즐길 수는 없는 이유

국내의 N스크린 서비스 속출이 CDN업계에 희망만 주는 건 아니다. 몇년 안에 일부 사업자를 제외하고 폐지되는 서비스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 N스크린서비스 제공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N스크린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지만, 결국 콘텐츠 제작능력을 가진 곳이 살아남는 형태로 정리될 것”이라며 “국내의 잠재적 소비자 규모에 비해 서비스가 너무 많다”라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통신사 N스크린 서비스는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과 결합하는 가격 측면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망과 인프라를 가진 회사가 콘텐츠제작업체(CP)에서 콘텐츠 사업권을 구매해 가입자에게 전달하는 형태다. 지금처럼 단순한 가격만 앞세우는 건 근원적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 강력한 인기 콘텐츠 소유권을 가진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가 풍부한 내용물을 무기로 내세울 때 통신사는 비교열위에 놓인다.

N스크린 사업자가 줄어드는 건 CDN업계에게 고객의 축소를 의미한다. 단기적 호황에 그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은 그 때문에 유지된다.

N스크린 서비스가 단순히 콘텐츠 유통 창구로 남게 되면 CDN업계에 득될 게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저가형 정액제 중심의 실시간 방송보다 지속적 유료결제를 수반하는 VOD 서비스에 더 많은 기대를 거는 업계에겐 부정적인 경향이다.

외국계 CDN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의 N스크린 서비스는 동일한 콘텐츠를 기기를 바꿔도 끊김없이 볼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춘다”라며 “반면, 국내의 N스크린 서비스는 콘텐츠 시청 경험의 유지보다 콘텐츠 유통경로의 추가란 측면으로 접근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의 N스크린 열풍은 미국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미국 케이블TV의 ‘TV에브리웨어’나, 지상파 방송진영의 ‘훌루’ 같은 서비스는 수년전 출시돼 콘텐츠 소비 모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클라우드 기반 VOD 서비스인 ‘울트라바이올렛’도 대표적인 N스크린이다.

실시간 방송 못지않게 VOD서비스 소비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 TV나 컴퓨터로 VOD 드라마를 보다가 태블릿, 스마트폰 등으로 시청기기를 바꿨을 때 중단된 시점부터 재생해 이어볼 수 있다. 클라우드 상의 콘텐츠와 사용자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연동시키고, 기기 직전에 존재하는 인프라에 최근정보를 캐시하므로 이어보기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반면, 국내 N스크린 서비스 중 이어보기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것은 호핀 정도다. 그외 모든 사업자의 VOD서비스는 자동 이어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술 부재의 문제는 아니다. 외국 솔루션뿐 아니라 국내 CDN사업자 몇몇이 이 기술을 보유했다. 단지, 국내의 경우 N스크린에서 자동 이어보기에 대한 니즈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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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이어보기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단정짓긴 어렵다. 하지만, 고객 서비스 경험 측면으로 볼 때는 필요 기능에 속한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N스크린 사업자가 자동 이어보기를 제공하지 않는 건 사용자 경험 증대보다 여전히 콘텐츠 유통 창구 확대란 영업적 측면만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