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미디어 사업자로의 행보에 잰걸음을 보이면서 지상파, 케이블 등 방송계가 긴장하고 있다. 본격 개화된 N스크린 시장을 놓고 이들 간 주도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하반기 ‘올레TV나우’ 서비스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N스크린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인다. KT 관계자는 “연내 OPMD를 적용하고 콘텐츠를 확충하는 등 올레TV나우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방송 뿐 아니라 게임, e북, 매거진, 올레마켓 등 전방위적인 N스크린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레TV나우는 월 5천원에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60여개 실시간 채널과 2만5천여개의 VOD를 즐길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다. 최근 KT는 올레TV나우 내 ‘하루 30분 나우 타임’ 메뉴를 신설하는가 하면 ‘닥터후’, ‘셜록’ 등 BBC 인기 드라마를 새로 제공하는 등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올레TV나우의 영상품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 KT는 이미 오는 11월경 올레TV나우의 동영상 품질을 기존 500kbps에서 HD급인 2Mbps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OPMD(One Person Multi Device)도 도입한다. OPMD가 적용되면 별도의 커스터마이징 없이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 공급 가능하다. 이용자 입장에선 하나의 아이디로 콘텐츠를 구매해 스마트폰, 태블릿PC, PC, IPTV 등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존 올레TV나우는 모바일 기기에서만 N스크린이 연동됐다.
여기에 KT가 연내 설립할 미디어콘텐츠 전문회사가 각종 콘텐츠 수급, 유통을 전담하면서 서비스별로 이뤄지던 N스크린 콘텐츠 수급이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KT는 또 콘텐츠 제공사와의 계약을 확대해 기존 올레TV가 서비스 중인 콘텐츠 대부분을 올레TV나우로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지켜보는 방송업계는 경계심이 팽배하다. 현재 방송계 N스크린 시장은 MBC, SBS가 합작해 만든 콘텐츠연합플랫폼의 ‘푹(Pooq)’과 CJ헬로비전 ‘티빙’의 양강 체제다. 업계에선 푹이 유료화되는 내달을 기점으로 이들 사업자 간 유료 가입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티빙은 선발주자로서 지난 2010년 출시 이후 35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 중 유료 가입자는 15만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7월 나온 푹 역시 현재 가입자 50만명을 바라보고 있으나 유료화 이후 가입자 수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에겐 빠른 속도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KT의 올레TV나우가 위협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KT는 3G외에도 LTE 네트워크와 올레TV나우를 결합, 전용 데이터량 3GB를 함께 제공하는 ‘올레TV나우팩’을 서비스 중이다.
사실 방송업계에 KT가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KT는 이미 국내에서 최대 단일 방송사업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IPTV, 위성방송 등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만 500만명이 넘는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3월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성장해 오는 2015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접시 없는 위성(DCS)’ ‘IPTV 직사채널 허용’ 등 현재 KT가 케이블업계와 정면으로 마찰을 빚고 있고 있는 이슈도 여럿이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KT N스크린 서비스가 경쟁을 통한 유료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저가로 공급하거나 부가서비스 차원에서 공급하는 등 공정 경쟁을 저해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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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에게는 콘텐츠 투자가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PP 관계자는 “슈퍼스타K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수년간의 적자 끝에 탄생됐다”며 “투자가 계속돼야 하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 특성상 정권에 따라 수장이 바뀌어 온 KT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상파 관계자도 “N스크린은 플랫폼으로 시작해 결국 콘텐츠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경쟁사업자로서 KT가 방송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콘텐츠 공급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