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서버의 등장이 얼마남지 않았다. ARM은 64비트 프로세서 디자인을 선보이며 시장 구축에 불을 댕겼다. 메인프레임 이후 유닉스와 x86으로 형성됐던 서버 시장이 ARM의 합세로 3각 구도로 재편될 지 주목된다.
서버 시장은 지난 20년간 두차례 전환기를 겪었다. 20년전 서버 시장은 전환기였다. 전통적인 메인프레임 시장이 RISC 기반(유닉스)으로 급격히 이동했던 시점이다. 다음은 RISC가 x86에 잡아먹히는 두번째 전환기로 최근이다. 이제 시선은 ARM이 x86을 잡아먹을 것이냐에 쏠린다.
2013년. 서버 플랫폼이 RISC, x86, ARM 등으로 분화되는 시점이다. 본격적인 대결은 각 서버업체가 64비트 ARM서버 완제품을 내놓을 2014년이다. 분화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ARM이 서버 시장의 3강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과거 메인프레임이 그랬듯 시장의 분열은 바닥부터 시작된다. 메인프레임에서 RISC로, RISC에서 x86으로 이동하는 그림은 사용자층 밑바닥의 분열로 시작됐다. ■64비트에 머뭇거리던 인텔, x86 독점하기까지
현재 서버 시장의 강자는 자타공인 인텔이다. 인텔은 AMD와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x86 프로세서의 표준 지위를 차지했다. 전세계 x86서버 시장의 95% 이상이 인텔 제온 기반이다.
10년전만해도 인텔 제온이 현재 위치에 오르리라 상상할 수 없었다. 당시 인텔은 RISC칩셋인 아이태니엄을 고성능 서버용 64비트 프로세서로, x86 칩셋인 제온을 32비트 프로세서로 구분하고 있었다. 당시 서버 시장의 대세가 RISC였으므로 당연한 구분이다.
이는 AMD의 전격적인 64비트 x86 프로세서 출시로 뒤바뀐다. 2003년 AMD는 업계 최초의 64비트 x86 프로세서인 옵테론을 출시했다. 메인프레임에 대한 유닉스 다운사이징이 시장 주류를 이루던 시기다. AMD는 x86 프로세서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던 인텔보다 한발 일찍 치고 나감으로써 성장의 기회를 마련하려 했다. 인텔은 2004년에야 64비트 제온을 출시하며 뒤늦게 AMD에 반격했다.
인텔 제온과 AMD 옵테론이 경합하던 x86 시장의 추는 2009년 급격히 인텔로 기울었다. 인텔이 네할렘 기반 제온 EX 프로레서를 출시한 시점이다. 네할렘 기반 제온은 64비트 메모리 어드레싱과, 멀티코어 지원을 위한 프로세서 소켓 간 인터커넥트, 여러 주변장치 내장 등으로 AMD 옵테론을 뛰어넘었다.
이 시점부터 AMD의 x86서버 사업은 가파르게 가라앉았다. AMD가 2008년 차일피일 미루던 바르셀로나 옵테론을 출시할 때, 서버업체들의 시선은 모두 인텔 네할렘에 쏠려있었고, 그들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인텔 네할렘의 승리는 RISC를 x86으로 대체하려던 사용자의 움직임과 RISC 수준의 성능에 대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RISC를 승계한 x86은 데이터센터에 참호를 판다
현재 서버 시장은 RISC에서 x86으로 시장 주도권이 급격히 넘어가고 있다. IBM, 오라클, 후지쯔 등 RISC 프로세서 제조업체들은 향후 수년동안 RISC/유닉스가 데이터센터 시장의 유효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강조한다. 확실히 기업의 RISC 구입은 일정수준에서 유지된다. 그럼에도 서버업계 전문가들은 RISC 시장이 성장을 멈췄다고 분석한다.
그들은 “RISC는 안정적인 시장규모를 유지한다. 다만 성장하지 못할 뿐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팻 겔싱어 VM웨어 CEO는 지난 8월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핫칩스24에서 “x86은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유일한 아키텍처”라고 선언해버렸다. 그에 따르면, x86 출하대수는 전체 서버 시장의 100%에 육박했다. x86서버 매출규모도 시장의 70%를 돌파했다. 지난해 서버 시장 지출 72%가 x86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팻 겔싱어는 인텔의 486 프로세서 디자인 총괄이었고, 펜티엄의 RISC 모방을 지휘했다. 그는 EMC의 핵심스토리지 사업을 지휘하다 지난 9월 VM웨어 CEO에 임명됐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모두 x86의 세계일거라 본다”라며 “나는 x86에 매우 치우쳐 있고 반대편에 ARM이 있다. 내가 틀렸을 수 있지만,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텔과 서버 파트너들이 x86칩이 데이터센터에 참호를 팔 것이라 전망했다. ARM서버가 세상에 등장할 시점에 기존 서버 진영이 시장을 방어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ARM서버가 시장에 마침내 등장했을 때 저전력 x86과 하이엔드 ARM 사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ARM서버, ‘3강’이냐 ‘3각’이냐
ARM서버는 대규모 웹서비스의 전력 소비를 현저히 줄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보여줬던 전력효율성이 서버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오래전부터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ARM서버를 테스트중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은 두가지였다. 현존 ARM 프로세서가 32비트만 지원한다는 점, SW업체들이 ARM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ARM은 64비트 프로세서인 코어텍스 A50시리즈를 공개했으며, 레드햇과 MS 등이 이 칩셋에 대한 SW 지원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RM서버 시장이 본격적으로 무르익는 현상이다.
ARM서버 시장의 도래는 프로세서 제조업체의 주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버 사용자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절실히 원하면서, 제조사의 움직임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최근까지 x86 프로세서가 걸어왔던 길과도 같다.
ARM의 64비트 코어텍스 A50시리즈는 2014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은 서버 완제품보다 첫번째 64비트 ARM 칩셋이 나온다. 칼세다. 어플라이드마이크로, AMD, 마블, 카비움, 여기에 삼성전자까지 ARM서버 출시를 노리고 있다.
리눅스 진영과 MS는 ARM 대응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레드햇과 우분투가 64비트 ARM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리눅스를 개발중이며, MS도 윈도서버2012 R2를 64비트 ARM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업체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다만, ARM에 모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서버업체들은 인텔과 협력도 유지한다. HP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저전력 서버를 x86에서 빼내 별도의 제품군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HP는 ARM 프로세서 제조사 칼세다의 에너지코어 프로세서와 인텔이 내놓을 서버용 아톰 '센터톤' 기반 제품도 출시될 예정이다.
델은 코퍼란 섀시 제품을 출시한다. 이 제품 역시 ARM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저전력 서버다. 프로세서는 텍사스 어드밴스드컴퓨팅 센터(TACC)가 제공한다.
인텔은 저전력 서버 시장이 2015년까지 전체의 10%정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출하대수 기준이다. 센터톤 가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출규모로는 10%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텔은 저전력 서버 시장에 아톰과 제온 E3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력소비에 초점을 맞춘 아톰과, 전력소모는 ARM이나 아톰보다 많지만 성능을 보장하는 제온 E3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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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2015년 저전력 서버 시장 중 70%가 성능 중심의 고객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력 소모에 집중하는 고객은 30%, 전체 서버 시장의 3%에 불과할 것이란 예측이다.
인텔에 있어 저전력 서버 시장은 소규모다. 반면, ARM에게 서버 시장은 0에서 시작하는 공간이다. 전체 시장의 10%만 획득하더라도 현재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다. ARM은 지난 AMD 컨퍼런스에서 “서버 시장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대한다”며 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