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SAP처럼 빅데이터 처리와 분석 요구에 인메모리컴퓨팅 기술을 녹인 어플라이언스 중심 전략으로 맞선다. 그 핵심은 고유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한 '엔지니어드시스템' 개념이다. 회사는 사용자가 최적화할 필요 없이 용도별로 서로다른 제품군을 제공해 성능과 편의성을 함께 누린다고 강조한다.
다만 회사가 지난달 소개한 엑사데이터 3세대 장비와 1년전 내놓은 엑사리틱스 분석어플라이언스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시점이다. 2가지 제품이 인메모리컴퓨팅에 관련된 기술로 소개되면서 기업내 데이터처리와 분석 시나리오에 함께 동원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우선 엑사리틱스는 지난해 10월 오라클이 연례 기술컨퍼런스 오픈월드에서 '실시간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를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기술로 소개됐다. 디스크 없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장비다. 별칭이 '인메모리머신'인 만큼, 인메모리에 쓸 데이터를 선별해주는 휴리스틱 어댑티브 인메모리캐싱 기술, 탑재된 메모리용량대비 5~10배 압축한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기능을 포함한다.
엑사리틱스 HW는 1TB 메모리, 40코어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품은 썬 파이어서버에 기반한다. 그에 탑재된 SW는 시각화솔루션 '오라클 BI파운데이션',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타임스텐' 등이다. IBM DB2, 네티자, 마이크로소프트(MS) SQL서버, SAP BI웨어하우스, 사이베이스 ASE, 테라데이타 등 타사 데이터 자원을 지원한다.
당시 업계에는 오라클 엑사리틱스가 엑사데이터(당시 2세대)와 '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에 연결돼야만 빅데이터와 분석 성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비쳤다. 회사가 관계형 온라인분석처리(OLAP) 리포팅과 대시보드, 다차원OLAP 모델링 등의 성능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라클은 엑사리틱스를 소개한지 1년만인 지난달, 오픈월드에서 엑사데이터 3세대 장비를 내놨다. 여기에 500TB용량의 디스크와 별개로 26TB에 달하는 대용량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해 '인메모리 엑사데이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라클의 인메모리컴퓨팅 기술과 캐시알고리즘을 적용해 데이터를 씀씀이에 따라 다른 위치에 두게 했다.
엑사데이터가 OLAP과 더불어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 용도에 맞춰 나온 것이었지만, 왕년의 인메모리머신을 웃도는 데이터처리용량이 오라클의 강조 포인트였다. 엑사데이터 3세대는 DB하이브리드컬럼 압축으로 10배 용량을 확보해줘 26TB가운데 22TB를 구성하는 플래시메모리(SSD) 저장량을 220TB까지 늘릴 수 있다. 나머지 4TB를 구성하는 메인메모리(DRAM) 역시 40TB를 처리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일부 외신들이 엑사리틱스를 오라클의 경쟁사 SAP가 선보인 고성능분석어플라이언스(HANA) 시스템과 맞붙는 솔루션으로 묘사했지만, 당시 SAP는 이미 HANA 자체의 빅데이터 대응기술 이미지를 강조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3세대 엑사데이터야말로 SAP HANA 대항마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SAP HANA은 지난 2010년 인메모리컴퓨팅 기술에 기반한 분석어플라이언스용 SW플랫폼으로 처음 소개됐다. 당시 SAP는 HANA를 디스크기반 DB 가속을 위한 보조적 기술이 아니라 자체 인메모리 기반으로 대용량데이터 처리를 위한 설계구조를 갖췄다고 강조하면서 기존 인메모리 기술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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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시스템은 현재 노드당 1TB씩 100TB까지 구성 가능하며 향후 최대 250TB로 늘릴 계획이라고 SAP측이 예고했다. 오라클처럼 데이터압축을 적용하면 페타바이트(PB) 규모를 처리할 수 있고, 이 용량이 모두 플래시가 아니라 메인메모리로 이뤄져 속도도 훨씬 빠르다는 게 SAP측 설명이다.
오라클은 엑사데이터 3세대를 선보인 뒤 기존 엑사리틱스용 새 SW를 내놓기도 했지만 빅데이터 대응 메시지와는 무관해 보인다. 새로운 엑사리틱스 SW는 실시간 접근성과 시각화, 직관적 리포팅 향상과 경영계획솔루션 하이페리온 및 골든게이트 리얼타임 데이터복제 통합기술 인증이 제공됐다. 또 오라클이 오라클DB, 하둡, NoSQL 등 빅데이터소스 연동을 위해 만든 '빅데이터어플라이언스'는 지난 1월 중순 상용화 이후 특별한 변화를 예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