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TV업체들의 몰락이 가파르다. 파나소닉에 이어 소니와 샤프도 TV 판매 부진으로 3분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샤프는 아예 회사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파나소닉은 우리는 디지털 패자라는 뼈아픈 고백을 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일본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공통점은 TV 판매 부진과 큰 폭의 적자다. 3분기 반전을 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한 가운데, 중국 업체들 성장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충격은 샤프가 가장 컸다. 지난 3분기 영업손실액이 748억엔(약 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연간 적자폭은 사상 최대인 4천500억엔(약 6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예상했던 적자폭이 두배로 늘었다.
샤프는 LCD 패널과 TV를 동시에 생산하는 일본 대표 기업이다. 그러나 샤프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이례적으로 계속 기업을 운영하는 데 대해 중요한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다며 사업 존립 자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손실 폭은 파나소닉이 가장 크다. 올해 7천650억엔(약 10조4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쓰가 가즈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우리는 디지털 가전 분야 패자라며 파나소닉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투자파난과 환경변화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데, 생각한대로 되지 않은면서 손실이 커졌다라고 말하는 굴욕을 겪었다.
흑자 전환이 예상됐던 소니 역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가 밝힌 이 기간 순 손실은 155억엔(약2천100억원)이다. 순손실에는 TV를 포함한 가전제품 판매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신제품을 내놓아야 할 상반기에 이 회사들은 모두 대대적 감원을 실행했다. 몸통과 집행 예산을 줄이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TV 시장에 반격할만한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치 관계자는 신모델로 한국 업체들과 경쟁할 포인트가 없었고, 조직을 감축했기 때문에 이를 개발할 여력도 없었다라며 3분기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안정화 된다고 해도 모멘텀을 가져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이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아직 3분기 글로벌 TV 판매량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업계선 중국업체들이 여전히 성장 모멘텀을 갖고 있다고 본다.
관련기사
- 샤프, 사상 최대 6조 적자…존립 위태2012.11.02
- 소니, 7분기 연속 적자 '울었다'2012.11.02
- 칼바람 부는 소니...2천명 구조조정2012.11.02
- '수성' 택한 日기업...결국 몰락의 길로2012.11.02
중국 정부가 내년 초까지 에너지절약형 가전제품 구매지원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자국 TV업체들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좋은 만큼 일본업체들이 잃은 점유율을 중국이 가져갈 가능성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TV업체들이 각각 10% 중반대씩 판매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 업체들이 고가 대형 TV 판매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업체들이 중소형 TV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것이 일본 업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