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논란이 됐던 ‘게임 셧다운제’ 평가 항목을 일부 수정, 확정했다. 기존 평가안과 비교해 표현만 바뀌고 게임 기본 원리인 협동심과 경쟁심 등 기본 틀은 변화가 없어 더욱 큰 논란을 낳을 것이란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실행하는 모바일 게임 역시 평가 항목에 그대로 두어 국내 산업 역차별 논란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31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 적용 대상 게임을 범위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확정된 평가 계획은 기존 12개 문항, 5점 척도에서 7개 문항, 4점 척도로 변경됐다. ‘우월감·경쟁심 유발’, ‘뿌듯한 느낌’, ‘도전과제의 성공’ 등의 문항은 바뀌었지만 ▲‘다른 게이머들과 역할을 나누어서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게임’ ▲‘게임이 끝이 안 나거나, 또는 원래 끝이 없는 구조’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경쟁심을 과도하게 유발’ 등을 두고 업계서는 끝내 게임 기본 원리를 무시한 고시라는 반응이다.
여가부는 “행정예고, 평가자문단 회의, 게임업계 간담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각계의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화부의 게임행동종합진단척도를 활용한 청소년의 게임 중독 실태 조사를 병행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여가부가 공청회, 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지적이나 조롱을 받은 문구만 다듬은 것에 지나지 않다”며 “실효성도 없는 제도 자체에 반발하는데 어떤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는지 여가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여가부 국정감사 현장에선 전병헌 의원이 여가부가 직접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도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여가부의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 자정이 지난 시간에 청소년 게임 이용은 불과 0.3% 줄어드는데 그쳤다. 반면 청소년들의 명의 도용 사례는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해외 서버에 대해선 국내법 규제 범위를 벗어나 국내 업체 역차별 논란을 낳았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아직 유예기간인 모바일 게임을 끝내 규제 평가 대상에 넣은 점은 정부의 일방적인 산업 죽이기의 단편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 유예 기간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여가부는 이미 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가부 역시 “(모바일 게임 법 적용 여부는) 현 단계에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지만 규제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평가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며 “지난번 애니팡은 제외된다고 밝힌 점은 반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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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게임 서버에 접속하는 가운데, 게임 상대가 여러명인 경우 전부와 게임 상대가 1명인 1:1 대전방식 중 게임머니나 아이템 등이 다음 게임을 수행할 때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해당한다. 여가부는 분류 기준별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 예시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게임로프트의 ‘아스팔트7: 히트’를 지목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을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은 변한 것이 없다”며 “게임이 아니더라도 협동과 경쟁이 없는 사회를 여가부가 먼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