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차기작과 자체 태블릿 단말기 판매를 시작했다. 회사가 PC와 모바일 환경을 아우르겠다며 야심차게 선보인 새 운영체제(OS)와 하드웨어는 시장의 검증을 받을 전망이다. 신제품에 대한 최근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다. 앞서 몇차례 소개를 통해 두드러진 인상은 소프트웨어(SW) 측면의 급진적인 변화와 하드웨어(HW) 측면의 불분명한 공존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MS의 승리를 점친다. 마케팅과 파트너 생태계 측면에서 성공적인 조율을 이끌어냈고 안착할 시장 또한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외신은 MS를 비롯해 주요 파트너사 델과 레노버, 업무환경에 그 제품들을 활용케 될 기업 사용자들을 '승자(Winners)'로 묘사하기도 했다.
우선 MS는 기존 활동 이력과 대대적인 홍보 노력, 경쟁자들의 제품 출시 일정과 맞물려 쏠린 관련시장 주목도를 적극 활용했다. 지난 26일이 MS의 제품출시 행사였는데, 그로부터 3일 전이었던 애플의 신제품 공개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을 때다. 지난달 구글이 선보인 넥서스7 태블릿과 맞물려 애플 아이패드미니와 함께 윈도 기반의 MS 자체 태블릿이 자연스레 업계 관심을 모을 수 있었다. 구글이 오는 29일에도 안드로이드4.2 버전 기반의 신형 단말기 출시 행사를 계획중인데, 이날은 MS가 윈도폰8 완성판과 개발도구(SDK)를 내놓기로 약속한 날짜기도 하다.
■MS는 마지막에 웃는다
사실 이달 중순께 회계 1분기 실적을 통해 비친 MS의 분위기는 다소 어두웠다. 세계 PC시장 역성장세에 윈도 사업 성과가 좋지 않았고 주력 품목 오피스 부문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분석가들의 예측이나 MS의 자체 실적에 기반한 전망도 밝지 않았지만, 신제품 공개를 통해 PC 제조사들이 차세대 OS 라이선스 수입을 되살려 예전처럼 건실한 성과를 만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결국 MS의 미래를 낙관할 이유는 PC 제조사들이 신제품에 윈도8 말고는 집어넣을 수 있는 게 없어서다.
윈도8 라이선스 매출이야 이런식으로 보장받았다 치더라도, 서피스 태블릿은 얘기가 다를 수 있지 않을까. MS가 자체 HW를 내놓기로 작정하면서 아무리 제조사들에게 밉보일 것을 각오했다지만, 치열한 단말기 경쟁에서 살아남기에 수월찮다는 우려가 남는다. 그런데 최근 그 단말기를 미리 접한 블로거나 저널리스트들의 사전 리뷰를 보면, HW측면에 의외로 호평이다. 분석가와 리뷰어들은 MS 태블릿의 등장이 그 제조 파트너의 시장 입지에 진짜로 영향을 줄만한 것이라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MS의 최대 우군은 일명 '브링유어오운디바이스(BYOD)' 방식으로 일하는 노동자들로 묘사된다. BYOD는 말 그대로 직접 구입해 소유한 첨단기기를 회사에 가져와 업무용으로 쓰는 행태를 가리키는 용어다. BYOD노동자들 역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서 윈도와 오피스를 쓰는 게 당연지사다. 이들은 x86기반 서피스 프로의 윈도8이든 ARM기반 서피스RT의 오피스2013RT든 쓸 경우 가정용이자 업무용인 단말기를 다루는 셈이 된다.
■윈도 태블릿 둘러싼 제조사 분위기
사실 델과 레노버같은 제조부문 파트너도 윈도8과 서피스 태블릿의 수혜자로 꼽힌다. 조사업체 가트너자료에 따르면 세계 PC제조시장에서 레노버가 업계 1위, 델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다. 원래 이들은 태블릿 단말기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전력이 있다.
우선 델은 지난해 '스트릭'이라 불리는 7인치짜리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만들었다가 쓴맛을 톡톡히 봤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델은 그 실패의 상처를 아물리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냈고 새로운 범주의 단말기로 경쟁할만한 경험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MS가 서피스를 내놓은 상황이지만, OEM으로서 델의 주변정황이 회사 입장에서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기에 우려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레노버는 좀더 대범하다. 회사 수장이 MS의 서피스를 보더니 간단히 더 나은 HW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이다. PC제조업계 선두업체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다. 물론 서피스와 레노버의 단말기가 여전히 PC시장 관점에서 평가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태블릿 시장에서라면 레노버도 전문가라고 자부하기 어렵다. MS의 겸손함을 나눠받지 않는다면 레노버의 태블릿 사업은 실패로 이끌릴 수도 있다.
MS덕에 뒤에서 웃는 제조사가 또 있다면 칩을 만드는 ARM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시장에서 점유율이 상당했지만, MS의 ARM기반 윈도RT 단말기는 또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실제 윈도RT 태블릿에서 돌아가는 ARM 설계 칩은 퀄컴이 생산한다. 수혜자 목록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ARM은 이미 에이수스, 델, 레노버, 삼성, 그리고 MS 자체태블릿 서피스RT에 모두 그 프로세서를 공급했다. 다만 서피스RT 이외의 ARM기반 제조사 태블릿들이 언제 나올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조사라고 다 같은 분위긴 아니다. HP와 에이서는 영 상황이 별로다. 가트너자료에 따르면 HP가 PC시장 1위에서 2위업체로 내려앉았고 에이서는 4위로 떨어졌다. 두 회사는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잃는 추세다. 한 분석가 의견에 따르면 HP는 윈도8 출시에 따른 수혜자 대열에 낄 수 없다. 에이서 수장은 MS 자체태블릿 아이디어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다른 플랫폼을 찾아나설 순 있겠지만 메이저 제조사가 MS 윈도를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기업용 태블릿에서는 애플이 불리?
경쟁사 애플도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 아이패드로 치고나갔던 태블릿 시장에 경쟁자가 자꾸 늘어나는 그림은 일단 불만스러울 듯하다. 안그래도 안드로이드로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MS 윈도까지 상대하면서 3파전 구도를 형성케 됐기 때문이다. 윈도 태블릿 출시에 앞서 '아이패드미니'를 선보인 애플이지만, 아직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했는데 경쟁하게 생겼으니 긴장할 만도 하다.
물론 애플은 10인치수준의 일명 '풀사이즈' 태블릿 시장을 선점해왔다. 이번 아이패드미니 출시는 7인치 태블릿 시장에 본격 진입을 선언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풀사이즈 태블릿은 가정이나 휴식공간에서 거치된 태블릿을 편안한 자세로 쓰는 사용시나리오가 일반적이었다면, 7인치짜리는 휴대성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사용자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를 긍정하면 예상되는 것은, 아이패드미니가 윈도태블릿과 엔터프라이즈 제품 시장에서 경쟁시 압박감을 느끼리란 점이다.
한 외신은 이같은 정황이 양사의 제품발표 직후 주가변동으로 예측됐음을 지적한다. 애플이 아이패드미니를 내놓은 직후 그 주가는 1% 감소했다가 천천히 회복된 반면, MS가 서피스를 선보이자 그 이전대비 거의 1%가량 주가가 올랐다는 내용이다.
또다른 분석은 개발자 생태계다. 아직 서피스RT 태블릿은 당장 윈도8 스타일UI 기반 앱이나 ARM기반으로 수정된 데스크톱 프로그램밖에 못 돌린다. 그러나 애플은 맥OS밖에 없을 때 먼저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덕분에 iOS 개발자가 상당히 늘었고 이후 나온 아이패드는 그에 따른 많은 앱으로 수혜를 입었다. 같은 논리로 치면 특히 엔터프라이즈 개발자 생태계가 막강한 MS는 애플에 비해 훨씬 많은 윈도 앱 개발자 규모를 갖추고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 이들이 이미 아이패드용으로 출시된 ARM 기반 앱을 서피스RT 기반으로 가져오는 업무를 맡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도저도 아닌 구글, 웃을까 울까 고민 인텔
앞서 7인치태블릿을 내놓은 구글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고려한다면 애플처럼 입맛이 쓸 것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규모를 키워놓고 태블릿 시장 공략에 불을 당길 참이었는데 MS가 제대로 훼방을 놓은 그림이다. 아직 구글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특화된 안드로이드 제품을 내놓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MS처럼 구글도 자체 단말기 생산에 열의를 보이더라도 기업시장보다는 일반사용자층 공략에 집중하는 전략을 쓸 거라 예상된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잭 휘태커는 MS 서피스는 재미(fun)와 실용(play)이라는 2개 영역의 중간지대에 놓여 있는데 구글의 관점은 오로지 '재미'다라며 서피스가 BYOD영역에서 생명력을 얻을 때 안드로이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간과함으로써 전체 태블릿 시장에서 얻어갈 이익을 잃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MS 윈도와 오랜 혈맹이었던 인텔은 좋은 점도 나쁜 점도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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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득이된 것은 그 x86 칩을 통해 본격적인 태블릿 시장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진 태블릿이라기보다 노트북 화면을 뒤집거나 꺾어대는 식으로 나온 물건들 뿐이었다. 룩셈부르크에서 윈도XP를 탑재해 나온 IBM 씽크패드X41 단말기가 그런 대표사례다. 이제 x86칩을 쓴 윈도8기반 태블릿 시장 점유율을 제대로 얻게 됐을뿐아니라 경쟁사 AMD와의 경쟁국면에도 압박카드를 더하게 됐다.
인텔 입장에서 아쉬울만한 점은 윈도8 등장 자체가 줄어드는 PC시장 수요를 돌이킬만한 역할은 못해줄 것이란 전망이다. PC 사용 기반이 태블릿 영역으로 옮아가는 가운데 윈도8은 기존 영역을 되살리기보단 버티기 정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