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웹서비스는 새 윈도가 나올 때마다 호환성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그에 탑재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 최신 버전이 기존 윈도 사용자들의 브라우저에 맞춘 웹사이트와 만나면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신제품 출시를 거듭하면서 호환성 문제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듯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MS가 하나의 윈도8 운영체제(OS)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동하는 2가지 브라우저를 만들어 넣었기 때문이다. 둘 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 10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겉모습과 기능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면, 둘 중 하나는 '액티브X'를 실행하지 못한다. 인터넷뱅킹이나 온라인쇼핑몰 이용이 어렵단 얘기다.
26일 윈도8 출시를 알린 MS는 터치에 최적화한 IE 브라우저에서 액티브X, 실버라이트, 플래시같은 플러그인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 향상, 사용자 보안과 신뢰성 높이기, 단말기 배터리 수명 증가, 플러그인 설치에 따른 사용자경험 저해 감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대신 이를 지원하는 또다른 IE가 존재한다. 터치 환경에서 액티브X가 필요한 사이트에 접속하면 '알림막대'가 표시돼, 이를 지원하는 IE로 넘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윈도8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환경이 2가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MS는 PC 장치와 태블릿 단말기를 모두 겨냥한 OS를 만들기 위해 기존 윈도 환경에 더해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구성요소를 담았다.
■터치를 겨냥한 스타일UI-메트로UI-모던UI
우선 윈도8 사용자는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한 직후 익숙한 바탕화면이 아니라 '스타일UI' 시작화면을 보게 된다. 사실 스타일UI는 불과 몇달 전 결정된 이름이다. 이름이 여러가지라 사용자들이 관련 정보를 찾으려면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지난해부터 쭉 불린 명칭은 '메트로UI'다. 한국MS가 스타일UI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내걸었지만 모던UI라는 별명도 쓰인다.
어쨌든 스타일UI는 MS가 윈도8을 선보이며 익숙한 바탕화면을 뒤로 물리고 전면에 내세운 환경이다. 마우스와 키보드로도 조작 가능하지만 터치스크린 기기에서 쓰는 게 자연스럽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기능을 수행하는 단추는 둥근 아이콘이 아니라 사각형 '타일'이다. 데스크톱모드의 바탕화면에 아이콘들이 나란히 놓이듯 스타일UI에는 타일들이 나란히 배치된다.
스타일UI 첫 화면에 IE10 브라우저를 실행하는 타일이 보인다. 스타일UI 기반의 IE10는 전체화면으로 실행된다. 웹서핑할 때 창 테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리고 테두리 구성요소를 꺼내 보면 검색창 기능을 통합한 주소표시줄이 화면 위가 아니라 밑에 나온다. 위에 나오는 것은 여러 사이트를 동시에 열었을 때 이를 오갈 수 있는 '탭' 선택 부분이다.
이 IE10에선 액티브X가 먹통이 된다. 액티브X 기반 인터넷뱅킹, 온라인쇼핑몰, 그룹웨어 프로그램 등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MS의 고유 플러그인 기능 '실버라이트' 역시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어도비 '플래시' 콘텐츠는 일부 지원된다. 플래시 기반으로 만든 웹사이트UI나 게임을 즐길 수는 없지만, 유명 동영상 사이트의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리고 스타일UI에 IE10 외에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실행하는 타일이 보인다. 메신저, 메일, 일정, 사진, 음악, 동영상, 게임, 날씨, 여행, 스포츠, 뉴스 등이다. MS 클라우드 인프라와 인터넷서비스에 기반해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프로그램을 열고 실행하는 방식은 예전 '바탕화면'에서 아이콘을 누르는 것이나 스타일UI 모드에서 타일을 누르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다만 앱을 실행하는 타일은 아이콘과 달리 해당 프로그램을 열지 않고도 그 안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MS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보여준다는 특성을 부각시켜 '라이브타일'이라고도 부른다. 사용자는 타일에 연결된 프로그램 종류에 따라 가로세로 길이가 같은 정사각형 타일과 수평으로 2배 긴 직사각형 타일을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정보량이 많을 경우 직사각형 타일이 유용하다.
기존 윈도 사용자들이 이런 스타일UI를 처음 접한다면 어색할 수 있다. 2가지 환경의 디자인이 이질적이고 조화롭지 못하다는 인상은 남는다. 익숙한 바탕화면은 어디에 있을까? '클래식' 바탕화면도 스타일UI 타일에 숨어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살린 '데스크톱모드'
'데스크톱'이라는 타일을 찾아 누르면 익숙한 윈도 바탕화면, 작업표시줄, 탐색기 아이콘이 나타난다. '데스크톱모드'라 불리는 영역이다.
데스크톱모드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주로 써온 기존 윈도PC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살려놓은 것이다. 여기서 돌아가는 IE10 브라우저는 윈도7에서 돌아가는 IE9와 거의 동일하다. 액티브X, 플래시, 실버라이트, 자바 등 플러그인 기술을 모두 쓸 수 있다. 이를 실행하는 아이콘은 작업표시줄 왼쪽에 놓인다.
데스크톱모드는 브라우저 외에 오피스, 메신저, 음성과 영상 또는 이미지 편집툴같은 기존 설치형 프로그램도 별 탈 없이 돌려 준다. 다만 관공서나 기업에서 업무시스템으로 직접 만들어 쓰는 그룹웨어나 문서관리시스템, 통합커뮤니케이션(UC) 프로그램은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어쨌든 사용자들이 마우스와 키보드로 익숙하게 다뤄온 윈도 시스템을 떠올리면 쉽다.
다만 작업표시줄에 '시작단추'가 사라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작단추는 사용자 문서와 자료를 보관하는 폴더, 시스템 환경설정을 위한 제어판, 설치된 프로그램을 찾아주는 목록, 파일 검색기능, 도움말 등을 모아둔 '시작패널'을 여는 역할을 해왔다. 이전 윈도 시리즈와 윈도8 데스크톱모드를 놓고 볼 때 최대 변화로 비친다.
MS는 이를 공식적으로 제거했지만 몇몇 윈도용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가 시작단추를 되살리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회사가 지난해부터 윈도8 비공개시험판(알파), 공개시험판(베타), 최종평가판 등을 내놓으며 시작단추가 사라짐을 예고해왔지만, 그 기능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사용자들의 저항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제조파트너들도 필요하다면 윈도8에 기반한 자사 완제품PC에 직접 시작단추 기능을 보완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데스크톱모드에도 사용자가 기존 프로그램을 설치해 쓰거나 IE10를 띄워 액티브X를 사용할 수 없는 윈도 기기도 존재한다. 인텔칩을 탑재한 x86 컴퓨터가 아니라 ARM프로세서를 품은 단말기를 위해 나온 '윈도RT' 기반 제품 얘기다. MS는 윈도8과 함께 윈도RT를 만들어 선보였는데, 사용자가 보기에 그 겉모습이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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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윈도RT는 윈도8과 달리 데스크톱모드에서도 기존 프로그램을 돌릴 수 없다. 윈도RT 데스크톱모드의 IE10도 윈도8과 달리 액티브X 기능을 못 쓴다. 다만 윈도8 스타일UI에서처럼, 윈도RT 브라우저도 일부 사이트의 플래시 콘텐츠를 지원한다. 윈도8이든 윈도RT든, 액티브X가 제한된 상황에서 플래시 콘텐츠가 허용되는 대상은 MS가 제시하는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한편 윈도8 사용자는 오피스프로그램을 별도 구입, 설치해야 하지만 윈도RT 사용자는 MS가 OS와 함께 기본 제공하는 최신 오피스 프로그램 'MS오피스2013RT'를 사용할 수 있다. 윈도RT는 윈도8처럼 다운로드 또는 패키지 판매 방식으로 시판되지 않고, ARM기반 태블릿 단말기에 탑재된 상태로만 나온다.